박형규 목사 회고록
일본어판 출간 기념회
일본 도쿄 분교쿠의 도쿄대학 근처에 있는 니시카타마치교회는 1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교회다. 이 교회는 1975년 서울제일교회와 자매관계를 맺었다. 당시 서울제일교회는 박형규(89)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아 이끌고 있었는데, 그는 유신 반대 운동을 벌인 혐의로 투옥 등 온갖 고초를 당하고 있었다. 니시카타마치교회는 자매결연 이후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교인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예배에 직접 참석하는 등 한국 기독교계의 민주화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했다.
그 니시카타마치교회가 중심이 되어, 지난해 4월 한국에서 출간한 박 목사의 회고록 <내 믿음은 길 위에 있다>(신홍범 정리)의 일본어판(신교출판사)을 최근 출간했다. 이 교회의 임원이며 고려박물관 이사장인 야마다 사다오(74)가 번역하고, 교인 100명이 1만엔을 내 3권씩 책을 사주는 운동을 벌이는 등 협력한 게 큰 힘이 됐다. 일본어판 출간 기념회가 12일 오후 니시카타마치교회에서 야마모토 유지 목사 등 100여명의 교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에서는 박 목사와, 언론인 임재경씨, 정진우 서울제일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다.
이종원 와세다대학(국제정치) 교수는 이날 기념 강연에서 “한국 기독교계의 민주화 운동만이 아닌, 한국 현대정치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며, “박 목사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한국판 구약성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박 목사는 빈민선교와 인권운동을 벌이며 모두 6차례나 투옥된 바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보안사의 공작으로 예배당에서 쫓겨나자 서울 중구청 앞 노상에서 6년 동안이나 노상예배를 하며 맞서기도 했다.
번역자 야마다는 “박 목사의 회고록을 관통하는 것은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소외받는 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라며 “오키나와를 희생으로, 후쿠시마를 희생양으로 한 현재 일본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