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모 선생의 길을 찾아서

“정경모 선생 자서전 일본인 각성에 꼭 필요”(2011.9.27)

참된 2014. 2. 10. 19:33

재일 언론인이자 통일 운동가 정경모(사진 앞줄 정가운데) 선생

 

 

“정경모 선생 자서전 일본인 각성에 꼭 필요”

도쿄/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한겨레   등록 : 2011.09.27 21:15 수정 : 2011.09.29 10:29

 

‘역사의 불침번’ 출판기념회
도쿄서 500여명 참석 성황

재일 언론인이자 통일 운동가 정경모(앞줄 맨가운데) 선생의 일어판 자서전 <역사의 불침번> 한일합동간행기념회가 지난 24일 도쿄 재일한국인와이엠시에이회관에서 열렸다.

유서 깊은 ‘2·8 독립선언 기념관’이 있는 회관의 9층에서 열린 이날 기념회에는 ‘마지막 재일 망명객’의 꼿꼿한 신념을 지지하고 40여년 조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회한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하객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 참가단 20여명과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통일운동을 연대해온 지인들도 함께했다. 특히 <한겨레> 독자 서금성씨와 최영록씨는 2009년 ‘길을 찾아서’에 연재된 회고록 ‘한강도 흐르고 다마가와도 흐르고’를 읽고 정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기꺼이 자비를 들여 참석하기도 했다.

함세웅(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신부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기념회는 <역사의 불침번>을 펴낸 후지와라서점의 후지와라 요시오 사장과 임재경 한겨레신문사 초대 부사장의 축사에 이어 한·일 두 나라 대표 지식인들의 강연회로 진행됐다.

한국현대사 연구가인 이시자카 고이치 릿쿄대 교수는 “고교 때 정 선생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고 도쿄대 재학 때 초청강연을 요청한 인연도 있다”며 “식민지배 사과와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도록 일본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고 평했다. 이토 나루히코 주오대 명예교수는 “안광이 종이를 뚫고 뒷면까지 뚫어보는 듯, 역사의 뒤안을 투시한 글이어서 읽고 또 읽어야 자기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일본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2012 생명평화기독교행동 대표인 김상근 목사는 “지식인이 아닌 지성인으로 살라는 명령으로 읽힌다”고 그 의미를 짚었고,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는 “진실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기백과 완강한 고독의 산물이자 근현대사의 불명예를 씻는 데 기여한 책”이라며 “조만간 조국으로 모셔 한국 사회의 불명예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영 작가도 “정 선생의 지긋지긋한 마음고생을 끝낼 수 있도록 민주화를 재창출해 남북교류의 공백을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친 박용길 장로의 병상을 지키느라 영상 편지로 축하 인사를 대신했던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씨는 이튿날 새벽 박 장로의 부음을 전했다.

도쿄/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