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기 열사

금호타이어 분신 김재기 노동열사 영결식

참된 2015. 4. 5. 12:51

금호타이어 분신 김재기 노동열사 영결식
황해윤 nabi@gjdream.com     광주드림
기사 게재일 : 2015-03-30 18:08:23
 
▲ 금호타이어 사측에 맞서 도급화 반대 투쟁을 벌이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은 금호타이어 노동자 고 김재기 노동열사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생전에 그가 일했던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 파업광장에서 엄수됐다.

-“보고싶다 재기야 보고싶소 재기 동지”
-곡성공장서 동료·유족 참석한 가운데 엄수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
30일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리 들녘 한 가운데 자리한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 앞, 검은 만장들이 하나 둘 대열을 이룬다. ‘안전작업 보장’이라고 쓰인 몸조끼를 입고 주먹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는 한 사람의 영정사진. 영정사진을 힘없이 들고 있는 어린 상주는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들지 못한다. 동료 노동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른다.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가족과, 동료들과 세상과 이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측에 맞서 도급화 반대 투쟁을 벌이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은 금호타이어 노동자 고 김재기 노동열사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생전에 그가 일했던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 파업광장에서 엄수됐다. 그가 곡성 공장에서 분신한 2월16일로부터 42일 만이다.

유족들과 동료 노동자들 400여 명이 함께 한 이날 영결식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최로 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열사장례위원장인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열사께서 스스로 목숨을 불사르며 주장한 요구는 당장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었으며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세상, 싸구려 사람장사로 정신을 놓은 세상에서 ‘도급화를 철회하라’ ‘금타만이라도 바뀌어졌으면 한다 했다”면서 “사업장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실천한 고인의 뜻을 따라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편지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015년 2월16일 밤 9시 소식을 듣고 꿈인줄 알았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였고 절친이었던 그가 고통스런 분신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으로 투쟁했던 그가 그립습니다. 워크아웃으로 임금삭감에 상여금 반납에 밤샘 철야라는 고통을 같이 견뎠고, 워크아웃을 졸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했었습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는 오히려 도급화라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이 죽어서 노동자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금타만큼은 바뀔 수 있도록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영결식 내내 눈물을 멈추지 않았던 고 김재기 씨의 부인 정영아 씨는 고인의 뜻을 기억해 달라는 의미로 동료들 앞에서 고인이 남긴 유서를 다시 한 번 낭독하다 끝내 무너졌다.
“우리 남편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여기 계시는 동료 노동자분들이 꼭 함께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동료들과 유족들도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았다. 이날 노동자들은 고인의 뜻을 따라 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으로 영결식을 마쳤다.

고 김재기 씨는 이날 오후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주 영락공원에 안장됐다.

1971년 화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95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왔다. 최근까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사측을 상대로 도급화 철회를 요구하는 싸움을 벌여왔다. 고인은 “제가 죽는다해서 노동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타(금호타이어)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람입니다”라고 유서를 남기며 지난 2월16일 분신, 금호타이어 사측에 도급화 철폐를 요구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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