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철폐투쟁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자고 했는데, 비정규직 인정해 준 합의” [인터뷰]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2014.8.21)

참된 2014. 9. 20. 19:06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자고 했는데, 비정규직 인정해 준 합의”

[인터뷰]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발행시간 2014-08-21 19:28:06 최종수정 2014-08-21 19:33:02     민중의 소리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자료사진).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자료사진).ⓒ양지웅 기자
 

10년간 논란이 돼 온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 현대차 노사가 자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가 빠졌고, 합의안 자체를 놓고도 "현대차 사측에 불법파견 면죄부를 준 꼴이다"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05~2006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 위원장, 2012~2013년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을 지낸 박현제 전 지회장을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만나 '노사 합의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박 전 지회장은 21일, 22일 예정돼 있던 '근로자지위소송' 1심 선고가 또 다시 연기된 것을 비판하는 금속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직후였다.

"저희 때 요구안을 축소하면서 지금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요구안 축소 후회된다"

박 전 지회장은 "저희 때 요구안을 축소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요구안을 축소시킨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주공장, 아산공장에는 각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한 각각의 비정규직지회가 있다. 이 3지회는 현대차 정규직노조와 함께 사측과 한 협상에서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모든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지회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으로 요구안을 축소한 바 있다.

이번 노사합의 핵심적 내용은 △현재 근무중인 직접생산 하도급 인원 중 4000명(기 채용 2038명 포함)을 2015년 말까지 특별고용(정규직으로 신규채용) 한다. 2016년 이후 직영(정규직) 소요인원 발생에 따른 기술직 공개 채용시 2012년 7월 이전 입사한 직접 생산하도급업체 근로자를 우대 채용한다 △쌍방 모든 민형사상 소송 취하를 전제로 회사는 사내 직접생산 하도급 업체 근무 근속에 따라 단계별 차등, 경력을 인정한다. (사내하도급업체 3년 이상~6년 미만 근무의 경우, 정규직 경력 1년 인정 등) △2010년 이후 해고자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사건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본인이 재입사 절차에 응할시 하도급 업체로 재입사토록 한다 △사내하도급업체 인원의 직영화(정규직화) 등으로 인해 지역 및 공정 이동 등이 불가피할 시 전환배치를 실시한다 등이다. 이상은 본합의서에 담긴 내용이고, 본 합의와 관련해 4개의 부속합의서가 별도로 있다.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은 비공개 합의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하청 전체 숫자 줄지 않고, 촉탁계약직 계속 증가하는 비정규직 양산 합의"

박 전 지회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사내하청 전체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촉탁계약직(단기계약직)은 계속 증가하는 비정규직 양산 합의"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전환배치에 합의를 했어요. 현대차는 그동안 촉탁계약직 채용을 대폭 늘리면서 정규직은 정규직끼리,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끼리 공정을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다고 불법파견이 아닌 건 아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라인을 구분하면서 불법파견이 아닌 진성도급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자동차의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조립하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한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실제 현대차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라인에서 섞여서 일했다. 이는 합법적 도급이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다. 노동부는 물론 사법부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자, 현대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일하는 라인을 조정해 불법을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번 합의가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합의라는 것일까?

"사측이 자기들의 구상을 교섭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건 뭐냐면, 앞으로도 촉탁직을 계속 뽑고, (일정 기간 후) 촉탁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또 일정 기간 후)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 방식으로 갈 거라는 거에요. 이 논리라면, 앞으로 공장에는 일부분의 촉탁직, 일부분의 비정규직은 계속 남는거죠. 우리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자고 (10여년 탄압속에서) 활동을 했는데, 결국 (이번 합의로) 촉탁직과 비정규직 사용에 합의해준 거죠."

결국, '촉탁직->비정규직->정규직'의 채용구조를 고착화시키려는 게 현대자동차의 의도고, 노조가 전환배치 등에 합의하면서 이것이 용이하게 됐다는 게 박 전 지회장의 설명이다.

"회사는 이렇게 얘기해요. 현재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고요. 그건 회사가 던지는 말인데, 설사 그렇다손 쳐도 이번 합의는 (노조에서) 일정 부분의 촉탁직과 비정규직은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합의는 안 된다는 거죠."

"회사가 칼자루를 쥐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기 싫은 사람은 안 시키면 그만"

박현제 전 지회장은 이번 합의는 "회사가 칼자루를 쥐고 자기들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기 싫은 사람은 안 시켜주면 그만인 합의안"이라고도 비판했다.

"직접생산공정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조건없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게 아니라, 채용기준이 있어요. 합의에 따르면, 회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59+1' 기준을 적용합니다. 현재 현대자동차 정규직의 정년이 59세예요. 그리고 1년은 촉탁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촉탁직으로 전환할 때 신체검사 등 채용 절차를 거쳐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이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절차에 보면, '사회통념상 동의되지 않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기준이 있어요. 회사가 칼자루를 쥐고 자기들이 싫은 사람은 정규직으로 전환 안 시킬 수 있는 거예요."

박 전 지회장은 2010년 이전 해고자가 구제 절차에서 제외된 문제도 지적했다.

"2005년 해고자가 100여명 있어요. 그 사람들 문제는 별도 협의기구에서 논의한다는 건 결국 논의하지 않겠다는 거거든요. 지금 싸우고 있는 동지들은 2011년 해고자예요. 이 사람들은 다 근로자지위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들 중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중노위에서 승소한 사람들도 많아요. 회사는 이 사람들 소송을 취하시키고 싶으니까, 이들이 소송을 취하할 경우 해당 하도급업체로 재입사토록한다는 합의를 한 거죠."

박현제 전 지회장은 이번에 노사 합의안에 서명한 아산공장과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에 대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동의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 같은 경우는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닌) 메인 의장라인에서 제기한 근로자지위소송에서 패한 바 있어요. 그래서 이번 소송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었어요. 21~22일 소송 결과를 보면 안 된다는 입장이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전주는 이해는 돼요. 우리도 그렇지만 소송에서는 승소자도 있지만, 패소자도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우리(울산)는 그걸 싸워서 돌파하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런데 아산은 이해가 안 되요. 아산은 고법 승소자도 4명이나 돼요.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요."

현대차 사측은 지난 18일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를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대상으로 첫 정규직(기술직) 채용을 한다고 21일 밝혔다.

박 전 지회장은 "아산과 전주가 합의를 한 상태라서 회사가 발빠르게 현장을 치고 들어올거예요. 벌써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 현장 관리자를 동원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을 하고 있어요"라며 "빠르게 조직력을 복원해서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은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
박현제 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민중의소리

박현제 전 지회장은 2003년 3월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의장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그가 소속됐던 사내하도급 업체는 성화산업이란 곳이다. 성화산업은 2010년 사장이 바뀌면서 업체명이 대봉으로 바뀌었다. 업체 이름은 바뀌었지만 노동자도, 노동자들이 하는 일도 바뀐 건 없다.

박 전 지회장은 2005년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했고, 2005년~2006년 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에는 노조 전임자가 없던 시절이어서 휴가를 내고 노조 활동을 했는데, 그러다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매번 복직되긴 했지만 2006년 비정규직노조 파업 건 등으로 모두 세 차례 해고 통보를 받았다. 2011년 네번째 해고 통보를 받고는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고자 신분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우고 있다. 노조 활동 관련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결혼하고 10년이 넘어서야 어렵게 딸을 얻어 현재 세 살짜리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하다. 박 전 지회장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땅의 비정규직이 사라지기 위해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라며 "그 새로운 싸움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