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운동

[기획| 통합진보당, 이대로 괜찮나] 종북몰이와 고립속에서 생명력 확인했지만…

참된 2014. 9. 18. 16:10

 

[기획| 통합진보당, 이대로 괜찮나] 종북몰이와 고립속에서 생명력 확인했지만…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발행시간 2014-09-02 12:40:26 최종수정 2014-09-02 12:40:26     민중의 소리

 

 

통합진보당은 지난 6.4지방선거에 총 515명이 출마했으나,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34명 당선에 그쳤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참혹할 정도다. 당시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24명, 기초의원 115명을 당선시켰다. 기초단체장은 '3명 -> 0명'으로, 광역의원은 '24명 -> 3명'으로, 기초의원은 '115명 -> 34명'으로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광역비례를 기준으로 한 정당득표도 2010년 7.35%에서 4.27%로 급락했다. 민주노동당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획득한 12.06%, 2002년 지방선거에서 8.13%에도 상당히 못 미친다. .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선대위 발대식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선대위 발대식ⓒ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제공

'진보정치 1번지'라고 일컬어 지는 울산에서는 현직 구청장 2명이 모두 새누리당에 패배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5명, 기초의원 25명을 당선시켜 지역 내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했던 경남지역에서는 도의원을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고 기초의원 6명 당선에 그쳐 제1야당 자리를 새정치연합에 내줬다.

7.4 재보궐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선동 전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 곡성에서 진보당 이성수 후보는 5.96% 득표에 그쳐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49.43%)에 의석을 내준 것은 물론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40.32%)에도 크게 뒤졌다. 광주 광산을에서도 장원섭 후보는 26.37%에 그쳐 권은희 후보(60.61%)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종북몰이에 일방적 공격당해...고립 정도 심화

6.4지방선거 및 7.30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이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과 위헌정당심판 등 쉴 새 없이 진행된 공안당국의 종북몰이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정당' '위헌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이로 인한 고립은 예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는 게 선거운동을 진행한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은 “(경남에서) 재선을 노렸던 후보들이 대중들에게서 ‘너는 당선이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다. 그런데 막상 표를 까보니 전혀 안 그랬다”며 “이건 포기, 철저한 외면이었다”고 돌아봤다. 강 위원장은 “싫은 소리도 안하는데, 이게 더 무섭다”며 “우리 당에 대한 외면과 고립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단이 종북몰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단이 종북몰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보수진영의 종북공세가 큰 힘을 발휘한 건 2012년 비례경선 및 분당 사태 이후 고착화되고 있는 진보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조직적 기반의 약화와도 관련이 깊다.

2012년 비례경선 부정 논란과 중앙위 폭력사태, 이 때부터 시작된 종북 딱지 붙이기에 진보당의 대중적 고립은 갈수록 심화됐다. 종북세력으로 도매금으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부정경선 논란에서부터 분당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진보당이 보인 태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결합되면서, 새정치연합 등 야권세력과 시민사회는 진보당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했다.

지역구도가 맹위를 떨치는 한국의 선거에서 야권연대 없이 진보정당이 당선을 내다보기란 쉽지 않지만, 보수진영의 대대적 종북몰이에 새정치연합은 움츠러들었고 야권연대는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다.

여기에다 분당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철회돼 조직적 기반의 큰 축마저 무너졌다. 진보당에 집중되는 종북공세를 방어해주는 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일방적 공격에 노출된 것이다.

진보정당 재편논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만...

진보정당의 분열도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6.4지방선거에서 광역비례를 기준으로 진보정당들이 얻은 지지율을 보면, 통합진보당 4.26%, 정의당 3.62%, 노동당 1.17% 녹색당 0.75%다. 녹색당을 제외하더라도 진보정당들의 지지율 총합은 9.05%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이 7.35%의 지지율을 얻었고, 진보신당 3.13%, 국민참여당 6.65%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보정당의 몰락'으로 양당제 고착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10% 안팎의 진보정당 지지 유권자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표가 진보정당이 여러 개가 되면서 갈라졌다는 것이다.

당선자 숫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결과와 별개로 주의 깊게 볼 지점은 통합진보당이 얻은 4.26%라는 지지율이다. 2년여간에 걸친 대대적인 종북공세와 언론의 외면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진보당은 최소한 이 정도 지지율은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분열돼 있는 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모든 진보정당이 각자 0~3석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6.4지방선거 이후 진보정당의 재통합 논의는 자연스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각 정당마다 조금씩이나마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진보당을 제외한 통합 논의는 진보당의 지지율과 진보운동세력 내의 조직적 기반에 비춰볼 때 한계가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2008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친 분당 과정에서 불거졌던 '대북관' '패권주의' 등의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분당이 반복되면서 당원들 간의 앙금은 더욱 깊어져 있는 상태다. 이런 논란과 대립의 중심에 진보당이 자리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결국 진보당의 책임있는 성찰과 적극적 태도가 없이는 진보정당의 재편 논의도 큰 진척을 보기 어렵다. 진보당이 2년간의 집중 포화 속에서 단지 '살아남았다'고만 안주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