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통합진보당, 이대로 괜찮나] [인터뷰]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발행시간 2014-09-17 11:49:48 최종수정 2014-09-17 11:49:48 민중의 소리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다. 용산참사,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쌍용자동차 사태 등 민중들의 고난과 아픔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던 곳이자 진보진영의 투쟁이 집중됐던 곳에는 그도 항상 '전선'에 서있었다.
세월호참사 이후에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세월호유가족과 함께 또다시 천막농성장에서 아스파트 위에서 싸우고 있다.
박 소장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통합진보당 인사들과 함께 공안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 시민사회가 통합진보당에 등을 돌리고 있을 때도 그는 외면하지 않고 국정원에 맞서 함께 싸웠다.
그런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뷰는 지난 11일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시민사회 쪽의 시각은 어떤가.
“통합진보당과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할 때 시민사회는 매우 불편해 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같이 하는 진보정당의 일원으로 인정되었다면, 요즘에는 같이 하기 불편한 정당 정도로 인식된다. 이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고, 시민사회가 그렇게 인식한다는 건 진보당에게는 매우 안 좋은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 안에서 진보정당 전체의 입지가 사라졌다. 존재감이 없다는 거다. 진보당은 종북 이미지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봐야 한다. 이건 종북 이미지 때문에 같이 종북으로 매도될 수 있다는 점만이 작용해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시민사회는 진보당이 변화하기를 바라지만 변화가 불가능한 정당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원들끼리는 모진 탄압 속에서도 당을 사수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진보당의 모습에 대해서 시민사회에서 긍정적 반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을 진보당은 위기로 느껴야 된다.”
- 통합진보당의 위기는 통합진보당 자체의 위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진보정당운동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 시민사회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이것은 오래된 위기다. 아마도 2007년 대선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하지만 하나도 개선이 안 되고 도리어 심화되고 있지 않은가. 정치상황은 진보정당이 다시 서기를 요구하고 있고 운동사회도 그렇다. 하지만, 일부에서 진보정당들의 통합이나 재구성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다. 진보정당을 다시 만들어야 된다는 건 당위적으로 다들 인정하지만, '다시 세울 수 있겠냐' '누가 할 거냐'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 이런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노동당은 우리 정당사와 정치사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냈다. 2000년대 전반기는 민주노동당이 정당의 개혁, 정치의 개혁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것이 거대 보수정당들의 변화를 추동하기까지 했다. 진성당원제라든가 경선에 의한 후보 선출, 비례대표에 소수자들을 배치한다는가 등이 그런 것들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진보정당의 정책들을 생산해냈다. 그런 노력이 2004년 10명의 민주노동당 의원이 원내에 진입하는 정당사의 사건의 만들어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선도적인 정치의 변화를 이끌었던 힘은 곧 소진되고 말았다.
초기부터 ‘패권’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당권 장악을 위한 정파 간의 혈투가 시작되면서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대선 때부터 당은 균열하기 시작했다. 진보세력은 역시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증명해줬다. 당내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붕괴됐고, 정책생산 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주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사소한 문제들로 싸우고 분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중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는 정당이 아니라 당권을 놓고 당을 깨면서까지 싸우는 정당으로 인식됐고, 거기에 공안당국의 탄압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위기가 심화됐다.”
- 2008년 분당 이후에 진보정당운동은 다시 회생하는 듯 보였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줬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촛불 직전은 민주노동당이 분열하고 진보운동도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시위가 터졌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저력이 마치 진보운동의 자산이 되고 우리 편이 될 것 같은 착각과 환상 속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2012년 대선의 패배였고, 정권교체 실패 이후 더욱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중운동도 진보정당도 사회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가장 신뢰받는 단체라는 여론조사결과도 있더라. 진보운동의 일원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참 창피한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 중 친한 사람이 '박 위원장, 30년 동안 운동했는데 뭘 바꿨냐' 이런 말을 하더라. 정말 쓰게 받아들였다. 물론 그런 얘기 듣는 것 자체가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본다. 우리 실력을 봐야 한다.”
- 우리 실력을 봐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세월호 사건 났을 때도 운동진영은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가지고 마치 정권을 넘어뜨릴 수 있을 것처럼 '공격해야 된다' '폭로해야 된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폭로할 건 폭로해야 된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실력은 뻔한데. 지금이 헌신적으로 선도투쟁을 하면 거기에 대중들이 와서 운동이 발전하고 이럴 수 있는 조건이냐? 그렇지 않다. 그러면 차근차근 준비해가야 된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상징성과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들과 발맞추고 호흡을 맞추고 해야 되는데 이걸 비난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가 얼마나 위험사회로 치달아 왔는지 목도하고 있다.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이 15,000명이 넘는 사회다. 그만큼 이 땅 위에 사는 민중들은 고통의 나락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 진보세력이 역할을 못하고 있고 대안과 희망을 못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당시에는 먹히지 않았지만 무상급식이라든지 복지국가 담론 등 정책능력으로서 진보정당은 이런 거다라는 걸 보여준 게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걸 못 보여주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 도리어 자신의 이념적인 문제에 갇혀서 절실한 대중들의 문제, 민중들의 문제에 목소리를 못내는 것 아닌가.”
- 자신의 이념적인 문제라는 게 뭘 뜻하는 것인가.
“가장 큰 게 북한에 대한 태도다. 여태껏 3대 세습 문제나 핵개발에 대해서 통합진보당은 침묵했다. 물론 침묵할 자유가 있고, 그건 표현의 자유의 해당한다. 하지만 그 침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봐야한다. 정치세력이라면 침묵하는 이유를 제대로 잘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세력이 종북이라고 몰아붙여도 방어할 수 없는 결과가 돼버린다.
3대 세습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볼 때는 '저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가', '아무리 북한의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낳게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진보당이 침묵하면 대중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종북몰이 탄압에 대해서 대중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이런 문제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된다.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침묵하는 것도 있지만, 내부가 이 문제로 인해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 같아 침묵하고 있는 점도 있어 보인다.
핵개발에 대해서도, 어떤 나라에 대해서는 비난하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건 침묵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거다. 이런저런 이유로 옹호를 하든지 아니면 반대를 한다든지 해야 하는 문제이지, 정당으로서 침묵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게 대중들에게 어떻게 수용될 수 있겠는가. 진보당이 남한 사회의 진보정당이라면 남한 사회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가야 하는데 이러지 못하니까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공안당국의 탄압이 들어와도 방어하기가 힘들게 된다.”
- 진보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지난 2012년 있었던 당내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현재 진보당에 남아 있는 이들은 비례대표선거 부정은 탈당파가 한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것은 일부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정당이 선거와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 쉽게 생각할 수 없다. ‘그게 관례였다’는 항변이 통할 수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저쪽도 그랬다’는 건 같이 죽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무시하면서 정당이 대중의 지지를 획득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좋든 싫든 정해진 룰이 있고, 그것에 잘못했음은 깨끗이 시인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당시에 경선을 관리하는 주요한 직책을 맡았던 분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만일 새누리당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진보당이 공격했을 것 아닌가. 거기에 폭력사태까지 낳고 말았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대중적 지지기반이 아주 취약해져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수구세력은 자기들 국정운영 위기국면에서 진보당을 아주 만만한 먹잇감으로 만들 수 있는 거다.
결국 자파의 예비후보들이 경선에서 후보로 뽑히게 만들려고 갖은 꼼수들이 동원됐다. 결국 민주주의 문제인 것이 본질에 해당한다. 대중들과 시민사회의 비판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니라 패권적 운영에 있다. 패권이라는 건 당의 권력을 나누지 않고 독점하려는 것이다. 적당한 분권이 필요한데 한 정파가 그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이 패권 문제를 낳았고, 그게 2012년 통합진보당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거기서 민주주의가 죽게 되고 당의 활력이 죽게 되는 게 근본적 문제다.
합당하는 과정도 조급했다. 당위는 맞을 수 있지만 제대로 절차를 못 밟았다. 화학적 결합하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화학적 결합이 쉽게 가능했겠냐. 다른 입장과 화학적 결합이 되면 색깔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색만 관철하겠다는 것은 다른 색을 배제 소외시키겠다는 것이고 결국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그게 본질이고 비례대표 문제도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 비판의 본질이 다른 데 있다고 하셨지만, 처음 알려진 것과 이후 밝혀진 실체적 진실은 상당히 달랐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당 내에서는 '진실'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취하는 이들이 많다.
“진보당은 지금껏 '나는 진실한데 왜 안 믿어' 하면서 보채고 채근하는 모습이다. 피해자 코스프레다. 그걸로 된 건가? 아니다. 어떤 점들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런 문제들이 불거졌을 때 그걸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모습도 모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진실했다는 태도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불신만 잔뜩 키웠다. 현재의 진보정당에 대한 불신과 위기를 키우는 데는 진보당의 당권파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대중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데 아무리 '우리 얘기 들어 주세요' 한다고 되는가.
매우 불편하겠지만, 대중들은 진보당을 ‘찌질이’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남한도 문제가 많은 나라이지만 남한보다도 더 못한 북한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도 반성도 할 줄 모르고, 성찰은 더욱 기대할 수도 없고, 혁신은 바랄 수 없다는 절망감이 있다. 그런 게 아닐 걸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게 뭔지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제로 보여주어야 한다.”
- 비례경선사태 때도 그렇고 다른 경우에서도 대중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저도 그렇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중을 지도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다. 대중을 지도할 수는 있지만, 하려면 가르치는 태도로는 안 된다. 예전 같은 대중이 아니다. 지금 대중들은 '세상을 몰라서' '정보가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다. 대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이후에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는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벅찬데 그나마 지금의 일자리도 잃을 수 있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그들에게 대안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을 주지 못하고 지도한다? 당연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너나 잘 하세요, 이런 거다. 지들끼리는 당권 하나 포기하지 못해서 진보정당의 성과를 다 말아먹어놓고 무슨 지도를 한다고 하냐는 인식이 있는 거다.
우리 사회에서 대중투쟁도 많았다. 대중들은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촛불의 바다도 여러 번 만들어 봤다. 그렇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패배의식이 대중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대중들을 쉽게 지도 못한다. 거부당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주체로 느낄 수 있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 판을 만들어주면 진보정당이나 운동사회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쟁이 활성화된다. 옛날 경험도 안통하고, 권위도 안 통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흐름들을 읽어내야 되는데, 늘 늦다. 늘 늦는 속에 진보당이 있다.”
-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고 나서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앞장서서 싸우셨다. 그 과정에서 진보당 인사들과 함께 활동하셨을 텐데, 느낀 점은 어떤 게 있나.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후 우리 사회에 자유주의자들도 별로 없구나 생각했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얘기하던 사람들은 선 긋기에 바빴다. 나중에 누더기가 됐지만 당시 녹취록이 보도됐을 때 사람들은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겠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진보당 인사들은 실수를 연발했다. 그래서 대책위 만들 때 정말 힘들었다. 진보운동 내에서는 탄압을 받으면 힘을 모아주는 게 전통이다시피 했는데, 정부여당과 국정원이 위기타개를 위해 국면전환용으로 꺼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조차도 대책위 함께 못한다고 얘기할 때 아주 난감했다.
거기에 일조했던 게 진보당 사람들이다. 초기 대응이 어설프기도 하고 실수도 했다. 또 회의 자리에서, '바깥의 탄압이 있으면 우리 당원들의 결의가 높다'는 식의 발표를 하는데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 통합진보당의 어떤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인가.
“겸허한 모습,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 이런 게 없었다. '국정원에게 당하고 있는데 당연히 연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당위적인 모습만 보였지 그에 상응하는 당의 모습의 볼 수 없었다. 당의 지도부도 당내에만 시각이 머물렀다. 탄압이 들어오면 단결해서 깨면 된다는 강변만이 있었다. 시민사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 그러려면 시민사회의 비판을 달게 받는 태도가 있었어야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대단히 힘들었다. 나조차도 힘들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겠나. 내가 대책위 한다고 했을 때 인권활동가들이 다 말렸다. '형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그건 하지마라. 형이 당한다.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당에 이용당한다'고 하더라. 진보당에 대한 그런 불신이 엄청 크다. 그런데 그런 요소를 지금까지 하나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날선 공격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나는 2012년 분당사태 이후부터 진보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사람이다. 대선 때는 이정희 대표의 대선 출마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진보당 사람들에게 내게 입진보라는 비난했다.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박래군이 입진보면 도대체 누가 진보냐'고 하더라. 내란음모사건 났을 때도 집회 발언을 트집 잡아서 날선 공격을 해댔다.
진보당이 헌재 결정으로 해산되는 일이 생기면.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게 된다. 금기의 영역이 하나 크게 자리잡게 된다. 비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영역은 엄청 쪼그라들게 된다. 그래서 이건 사법처리의 영역이 아니고 시민사회에서 토론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진보당이 비판받아야 될 지점이 사리지는 건 아니다. 그런 게 사라지게 하려면 진보당이 뼈를 깎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도 사실 안 보인다. 그러면 희망이 없다.”
- 당 사수는 법정에서 뿐만 아니라 결국 국민들과 대중들 속에서 지지를 받아야 지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것이다. 어쩌면 진보당이 새로 설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난 답답하다. 빨리 서둘러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 그런데 너무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고, 내부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매우 수세적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아닌가. 혁신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인물도 정치노선도.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사회는 진보당을 반성할 줄 모르는 정당, 성찰할 줄 모르는 정당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한 것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보여줘야 한다. 혁신하기 위해서 쓴 소리 다 듣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당이 살아날 길은 혁신이다. 뼈를 깎는다고 말로는 하는데, 정말 아픈 것을 도려내는 건 진보당에서 못 봤다. 내 사람 챙기기는 도리어 진보당이 더 심한 것이 아닌가. 예전에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에 당시 박근혜 대표는 여의도에 천막당사 차리면서 당을 살렸다. 이 정도는 되어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당은 고색창연한 노선을 고수하는, 변화를 모르는 정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 혁신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된다고 보나.
“진짜 혁신하려면 우선 사람부터 바꿔야 된다. 이정희 대표 체제가 오래됐다. 이 대표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이 체제로는 안 된다. 이 대표 체제의 당의 중심에 섰던 사람들이 하방하는 모습부터 보여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당에서 소외됐던 사람들 내지는 지역에 있던 사람들이 당직을 맡도록 하는 것, 외부인사들을 영입해서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다. 당내의 활발한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이 진보당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주어야 한다. 패권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도록 어느 정당들보다도 더 철저한 당의 권력의 분배, 소외된 세력이 없도록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작은 세력이라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말이다. 진보정당이니까 다른 정당들보다도 소수를 배려하고, 평등의 정치를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셋째, 다시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래를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래가 튼튼해야 당이 다시 설 수 있다. 진보당의 강령을 실천하는 모습을 지역에서부터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10년만 해보라. 지역과 현장에서 일꾼들이 성장하고, 진보당에 대한 생각도 바꾸게 될 것이다.
이러면서 진보정당을 통합하려는, 그럴 때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분을 주장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태도로 진보정당의 통합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진보정당운동을 다시 살리는데 헌신한다는 모습을 진보당이 보여줄 때 진보정당이 다시 서게 된다.
진보당은 지난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지만 어쨌든 당을 지켜냈다. 여기서 만족하고 이대로 가자고 하면 결국 죽는다. 지지율 2~3% 정당 못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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