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 5월은 갔건만
-범능 스님 영전에
고 규 태
하늘이 낮게 내려와 비 뿌리네
아침의 늦봄꽃 그렁그렁 눈물 머금네
한 줌 재로 저 허공공에 산산이 흩어질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벗님이여
눈물이 앞을 가려 산천이 어둡네
뛰던 심장 불현듯 멎어 땅이 꺼지네
세월의 물결 따라 무심결을 따라
그렇게나 저만치 어화 5월은 갔건만
어인 일로 우린 검은 옷 입고 여기 와서
이 유월에 또 5월을 겪고 있는가
그대는 왜 우리에게 노래는 안 불러주고
모르는 척 영정의 사진 속에 드시어
긴 침묵인가 무언의 삼매경인가
장작불 위 세수53 법랍20의 한몸 얹어
입적의 고요에로 정녕 떠나려는가
그토록 그지없이 사랑하던 그 음악의
10분지 1만 자기 몸 사랑했어도
그토록 살피고 보살피던 그 노래노래의
100분지 1만 자기 몸 보살폈어도
몸져 눕지 않고 쓰러지진 않았을 것을
불 들어가네 뜨거운 불 들어가네
30년을 연애하며 그렇게 살아온
범능스님, 정세현, 문성인, 내 연인의
옷섶에 온몸에 타는 불 옮겨 붙네
내 몸에도 불 붙네 억장이 무너지네
저 낮은 곳 약자들께 베풀던 그 정성의
1000분지 1만 자신에게 베풀었어도
쓰러진 몸 되일으켜 세웠을 것을!
음악가여 음악의 혁명가여 내 연인이여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해놓고선
나 없어라, 이 한마디 홀연히 남겨놓고
어쩌자고 혼자서 그렇게 가시는가
님이여 난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으리
벗이여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리
생시인 듯 생시인 듯 가슴에 안고 살다가
어느 날에 그날에 이 몸도 재가 되어
흩날리는 날에 우린 다시 만나리
하여 나는 글을 쓰고 그댄 곡을 붙여
천상의 노래 노래 먹먹히 부르는 날까지
그 눈물 없는 날까지 나의 사랑이여
안녕
출처 : 고규태 시인 블로그 - 시와 노래 그리고
글쓴이 : 고규태 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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