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새벽 입적한 범능스님이 생전에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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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쳐 준비한 찬불가 음반 ‘나 없어라’는 결국 범능스님의 유작이 됐다. 더욱이 수차례 밤샘작업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앨범에 공을 들였음에도 스님은 정작 음반을 보지도 듣지도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의식불명인 범능스님을 대신해 음반 홍보에 나선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외국인근로자쉼터 돕기 공연을 준비하다가 지난 6월1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의 상태로 전남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해 음반이 나왔는데도 보고 듣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스님은 그동안 불교음악발전과 지역 대중을 돕기 위해 온 몸을 바쳤음에도 자신을 위한 병원비는 현재 한 푼도 없어 지역 신도들이 후원회를 조직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전남대 국악학과에서 피리를 전공하고 민중가수, 작곡가로 활동하다 1993년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불교의 정서를 가득담은 음반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불교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6남매 가운데 스님을 포함해 4명이 종단에 출가한 집안 출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민중가수로 활동할 당시 스님은 1980년대 광주에서 노래패 ‘친구’와 '우리소리연구회'를 결성해 민주화 운동의 선두에서 노래로 시대의 한복판에 섰었다. 또 1980년 민주화 운동의 현장마다 불려졌던 ‘광주 출전가’, ‘혁명광주’를 작사, 작곡하는 등 수 많은 노래를 만들고 불러왔다.
이와 더불어 광주에서 매년 불교환경연대, 외국인 노동자 쉼터 마련, 소아암 환자 돕기 등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 자비 나눔에도 앞장섰다. 한국의 정서를 담아 제작한 이번 음반은 현장스님, 용산스님, 고규태 시인의 시를 국악과 서양악기를 모두 사용해 범능스님이 작곡과 직접 노래를 불러 기대를 모았다.
한편 범능스님의 법구는 이날 새벽 화순 불지사로 이운됐다. 스님의 영결식은 오는 15일 오전10시 불지사에서 엄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