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철폐투쟁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극단 선택'한 까닭(4.17)

참된 2013. 5. 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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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등 노동, 시민 단체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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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촉탁 노동자였던 공아무개(29)씨가 계약해지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기아차광주공장의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 김아무개(37)씨가 분신을 시도했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불법파견과 정규직화 문제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17일 오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를 비롯한 노동, 시민단체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18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최근 이어진 노동자들의 자살, 분신 시도에도 문제해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숨진 공씨는 현대차 울산공장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1월 계약해지 됐다.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로 1년 6개월 가량 근무하다가 회사 측이 촉탁계약직으로 전환을 요구해 이후 6개월을 더 근무했다. 사측은 2년 이상 같은 근무를 할 경우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파견법 조항을 피하기 위해, 공씨와 같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촉탁계약직으로 전환하고 2년이 되기 전 해고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씨의 자살 이틀 후인 16일, 기아차 광주 2공장 천막농성장 앞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한 김씨 역시 사내하청노동자 신분으로, 그는 몸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쳤다. 김씨는 최근 기아자동차가 신규채용 과정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배제한 데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자결·분신... 탐욕이 부른 사회 구조적 타살"

박현제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4일, 현대차 촉탁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했고, 어제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했다"며 "정몽구 회장의 탐욕이 사회 구조적 타살을 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측은 대법원이 명령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즉시 실시하고 기아차에서 진행되는 사내하청노동자를 배제한 신규채용도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정몽구 회장은 10년간 불법파견을 저질러 온 현행범인데도 법과 정부는 그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법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탐욕만 채우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문에서 "정규직 조합원 자녀들의 입사를 위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불법파견을 은폐하는 회사의 촉탁계약직 전환과 해고를 막아내지 못한 정규직노조에 대한 호소를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며 "우리는 정규직노조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간절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타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육신이 아니라 정몽구의 탐욕"이라며 "이 죽음의 행렬을 막는 길은 10년 동안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공장 사내하청분회는 지난 16일 ▲ 분신대책위 구성 ▲ 불법파견 특별교섭 즉각 재개 ▲ 신규채용과정 무효화를 요구하며 2조 잔업거부투쟁을 전개했다. 17일에는 기아차지부 광주지회가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1조 1시간 파업과 2조 잔업거부 투쟁을 진행했다. 전국금속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정규직 노조), 기아차사내하청분회 등은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 불법파견문제에 대한 입장과 분신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