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 사회적 타살에 맞서다
“희망을 되찾기 위해 투쟁을 이어간다”
쌍용차 희망퇴직노동자 고 강종완 조합원의 시신이 12일 오후 고향이 전주에 왔다. 고 강종완 조합원은 오랫동안 공장 복귀를 기다렸다. 그 희망을 품고 고향 땅을 밟았다면 좋았지만, 쌍용차에 의한 죽음으로 시신이 되어 고향 품에 안기고 말았다. 그래서 그의 빈소는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으로 채워졌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빈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투쟁 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다. 고 강종완 조합원의 장례식이 진행 중인 전주에서 그들을 만나보았다.
“해고 스트레스, 전쟁 겪은 군인과 같아”
“14번째 희생자인 고 임무창 조합원의 죽음을 지켜봤을 때, 더는 죽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죽음을 대하니까 너무 슬프다. 그런데 노제를 몇 번이나 지내니 눈물은 나지 않는다. 그냥 가슴이 먹먹하다.”
해고된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빈소를 지키면서 이와 같은 죽음이 계속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자신의 일처럼 아파했다. 아니, 자신의 일이라 더욱 아팠을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아웃소싱 파견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엄청난 모멸감과 자괴감을 견디며 일해야 한다. 아웃소싱으로 다니는 공장은 노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노조가 예전에는 어느 정도 보호를 해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다. 해고되었다는 자괴감과 배신감, 그리고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혀 그 시선을 견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자살과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다는 것은 그 스트레스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는 전쟁을 겪은 군인들의 그것과 같다고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많은 사람은 2009년 공장 점거를 풀고 쌍용차 공장이 정상 가동되었을 때, 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언론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쌍용차 노동자들은 봉합되지 않은 상처를 견디며 살아갔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싸울 때, 우리는 그들을 강성노조라고 비난했고, 그들이 상처를 메우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견딜 때, 우리는 그들을 외면했다.
[출처: 쌍용차비정규직지회]
“쌍용차 정리해고, 먹튀 자본의 계획된 살인”
“쌍용차는 정상화되면 복직을 시키겠다는 약속을 깼다. 사측은 2,646명이라는 정리해고 숫자를 채우기 위해 악랄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쫓아냈다. 밤늦게까지 집 앞에서 기다려 희망퇴직서에 사인하라고 협박하고 쉬는 날에는 회사에 와서 사인하라고 계속 전화를 했다. 그리고 지금 안 쓰면 퇴직금도 못 받는다는 거짓말로 노동자들을 속였다. 사측은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다고 국민을 속였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때 정리해고 2,646명이 어떤 근거로 정한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쌍용차는 회계법인을 고용해 정확한 근거로 정했다고 주장했지만, 회계법인은 자신들은 쌍용차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쌍차조합원은 결국 정리해고 숫자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고 강종완 조합원처럼 희망퇴직노동자도 사측이 회사가 정상화되면 복직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사인을 한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썩은 동아줄인 것을 알면서도 노동자는 믿고 싶었다. 회사의 그 복직이라는 말을 믿고 싶은 거다. 그렇게 무급자들도 1년을 기다렸고, 당연히 복직될 거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는 왜 못 시키는지 성의 있는 답변도 하지 않고 양해도 구하지 않는다. 당연히 희망퇴직자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회사는 무급자 복직 문제도 커지니까 현장노동자들에게 절대 무급자, 해고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쌍용차는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해고를 하면서 정상화되면 다시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1년이 넘겨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생계의 벼랑 끝에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또 죽어가고 있다.
그래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분명히 말한다. “사회적 타살”이라고.
“사람들은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회사가 어려워서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쌍용차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회계를 조작하고 자산가치를 깎아내려서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꾸몄다. 회계부정과 장부조작, 그리고 파산을 기획해서 노동자들이 파업하게 유도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업했고, 정부는 우리를 불법과 폭력노조로 몰아붙여 공권력을 동원해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여론을 통해 우리를 비난하게끔 하였다. 회사는 거기에 앞장섰고.”
[출처: 쌍용차비정규직지회]
“희망을 쟁취하는 투쟁으로 승리할 것”
해고된 노동자들은 쌍용차 공장 앞에서 매일 출근투쟁과 집회를 개최하고 전국을 돌면 선전전을 하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 쌍용자동차 영업소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는 5월 25일에는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이들은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나는 비정규직이고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게 될 거다. 그래도 이 투쟁을 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고 명예회복을 위해서 투쟁을 하는 거다. 우리의 해고는 회사의 어려움이 아니라 기획된 파산과 상하이차와 같은 먹튀 자본의 만행 때문이다. 그 사실을 우리는 밝히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기적이어서도 아니고,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 우리는 사형선고에 맞서 살기 위해 투쟁했다는 그 정당함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그것이 명예회복이고, 회사복직은 당연하다.”
희망.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그 희망을 생계를 위해 떠난 사람들과 복직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공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 싸울 힘과 분위기, 응원이 필요하다. 우린 그 희망을 주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다.”
고 강종완 조합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친절하게 심정을 고백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77일을 옥쇄투쟁을 했던 그 공장 앞에 서는 것이 지금도 힘들다고 한다. 많은 조합원도 사실 공장을 다시 보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 상처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장 앞에서 자존심을 건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투쟁을 멈출 수 없다.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고통 없는 세상, 해고되지 않는 세상. 그리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웃으며 공장에 복귀하는 그 희망을 되찾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고 강종완 조합원이 부디 노동자 해고 없는 행복한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 그리고 투쟁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을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문주현 기자 참소리 / 2011.05.13 19:00
쌍용차 강종완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Re: 쌍용차지부 15번째 사망사고 발생! 강00동지 사망사고 보도자료
쌍차 강종완 동지의 죽음 2011.05.14
강종완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강종완 동지의 장례식이 전주에서 거행되었다. 참으로 안되었고 슬픈 일이다. 쌍용차의 희망퇴직자로서 강종완 동지가 남은 동료들의 생존권과 후배들의 장래를 위해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퇴직자라는데 그 비극의 단초가 있다. 그가 만일 공장에서 77일간 파업투쟁에 참여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들의 비밀을 알아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 총자본과 국제자본은 결코 쌍차 노동자들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자본의 질서를 너무나 많이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자본은 지금도 쌍차 동지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단 한순간도 복수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로서 강종완 동지는 솔직하고 정직한 성품으로 항상 살아남은 쌍차 노동자들에 대해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죽어간 동료들에 대해 슬픈 마음과 고뇌가 있었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비롯 지금은 쌍차 하청 납품업체에서 일하지만 언제든 자신이 일했던 쌍용차 본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렸던 것이다.
강종완동지는 쌍차 전자투쟁의 희생자이다. 그 많은 죽음들처럼 수많은 의구점과 석연하지 못한 감정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부부 단둘이 화목하게 살며 세상이 제대로 사는 날들을 바라며 평범하지만 얼마나 정직하고 타인들을 위한 삶을 살았겠는가. 바로 자본은 이점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 쌍용차 공장으로 복귀하기로 사측과 약속한 그 시간과 그 정신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던 노동자 강종완. 자본의 공격지점이 어디로 향해갈 것이지 예측되는 지점. 오직 쌍용차 현장과 해고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만이 해결할 수 있는 지점.
노동자들의 죽음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15명의 죽음이 아니라 그 가족 친구 친척들의 죽음까지 친다면 훨씬 더 많은 죽음이 놓여 있는 쌍용차 투쟁. 이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세의 때가 오고 있다. 노동자들이여 총투쟁 총단결하자.
강종완 동지의 명복을 빌며 복수를 다짐해본다.
2011년 5월 14일(토) 강종완 동지 장례식 날
임채희
[단독] 쌍용차 해고노동자 또 숨져…15번째 사망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심근경색 추정
“회사 약속 믿고 힘든 생활 견뎌왔는데…”
기사전송 2011.05.10 17:16
쌍용자동차에서 구조조정당한 노동자 한명이 또 숨졌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10일 “쌍용자동차에서 2009년 희망퇴직한 강아무개(45)씨가 10일 오전 10시45분께 경기도 평택시 송탄공단에 있는 쌍용차 하청업체 ㅎ정공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강씨는 2009년 쌍용차에서 퇴사한 뒤 1년 가량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 2010년 5월부터 쌍용차 하청업체에서 일해왔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전에 숨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처럼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강씨를 발견한 직장 동료들은 “강씨가 어지럼증을 느껴 작업을 중단하고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씨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타살 흔적이 전혀 없고 심장 쪽에 이상이 있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11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사 뒤 실업자로 지낸 1년 동안 강씨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어왔다고 노동조합은 전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기획실장은 “쌍용차 희망퇴직자 2200여명이 퇴사를 결정한 것은 회사가 정상화되었을 때 우선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강씨는 회사의 사탕발림 약속만 믿고 힘든 생활을 견뎌오다 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숨지면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구조조정된 노동자와 가족 중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만 벌써 네번째 사망자다.
강씨는 부인과 함께 살고 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쌍용차 퇴직자 또 숨져
하청업체 전전 40대 돌연사
2년동안 가족 포함 15명째
쌍용자동차에서 퇴직한 뒤 하청업체를 전전하던 40대 노동자가 회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2009년 쌍용차의 희망퇴직이나 강제해고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 이후 노동자와 가족 등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10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평택공단 쌍용자동차 하청업체인 ㅎ정공 휴게실에서 강아무개(45)씨가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를 발견한 박아무개(50)씨는 “강씨가 머리가 아프다며 휴게실로 들어간 뒤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발견 당시 강씨는 휴게실 탁자 위에 반듯이 누운 채 숨져 있었고,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인과 단둘이 살던 강씨는 2009년 5월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한 직후부터 인력파견업체 2곳을 전전하며 쌍용차 부속 납품업체에 파견돼 일하다 이날 돌연사했다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밝혔다.
노조는 “강씨는 희망퇴직을 하면 분사업체 취직을 시켜주고, 경기가 호전되면 쌍용자동차에 가장 먼저 입사시켜주겠다는 사측의 말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동료들의 생존권과 후배들의 장래를 위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며 “쌍용차 강제적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결국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강씨의 주검을 평택 중앙장례식장에 안치했으며,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2011년 5월 10일 오후 한겨레
노동자 4명 중 1명꼴 우울증
조선대의대 광주·전남 215명 조사
“응답자의 53%가 심리 상담 시급”
노사 갈등이 격심한 광주·전남지역 사업장의 노조원들이 4명 가운데 1명꼴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등 심각한 불안 증상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8일 조선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가 광주·전남지역 노조원 215명을 상대로 시행한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 위험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24.7%인 53명이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살 위험도는 ‘자살 시도를 하려는 욕구가 있는가’ ‘얼마나 자주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가’ 등 19개의 ‘자살 생각 척도’ 문항으로 측정했다. 조사 대상의 22.8%(49명)가 우울증 증상을 보였고, 14.9%(31명)는 심리적 불안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51명(23.7%), 상담 권고를 받은 사람이 64명(29.8%)으로, 조사 대상의 53.5%인 115명에겐 스트레스를 서둘러 줄이기 위한 심리 상담이 시급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지난 2월까지 숨진 쌍용차 해고·휴직 노동자와 가족이 14명에 이르자, 노사 갈등이 심한 이 지역 사업장 노조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전남 나주 한국쓰리엠(91명),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3곳(53명), 영암 보워터코리아(50명), 광주 대우아이에스(16명)의 노조원들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해고자(3명), 영암 삼호중공업 해고자(2명) 등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신경정신과 약이 없으면 잠을 자질 못해요. 화를 누르곤 하니까 머리에 부스럼이 나고요.”
전남지역 한 업체에서 일하던 양아무개(44)씨는 2006년 12월 노조에 가입한 뒤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하소연했다. 노조원 60여명이 압박을 견디지 못해 하나 둘 노조를 탈퇴해 지난해부턴 ‘나홀로’ 노조원이 됐다. 2010년 10월 대기 발령을 받은 뒤로 회사가 업무를 맡기지 않아 의자에만 앉아 있었다. 그는 “1시간마다 10분씩 화장실 가는 시간만 줬다”며 “(회사는) 동료들한테 ‘말을 붙이지 말라’며 따돌림했다”고 말했다. 우울증과 언어장애 증세까지 보였던 그는 지난 1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양씨는 “회사가 지난달 ‘정직 기간에 무단 결근했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고 말했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작업환경의학)는 “노조 활동을 둘러싼 회사와의 갈등이나 압박이 노조원들에게 우울증과 불안증, 분노감을 유발시킨다”며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미연에 막으려면 적극적인 심리 상담과 감독 관청의 적절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2011년 5월 8일 오후 한겨레
조합원 80%가 40·50대…‘실리와 안정’ 선택했다
‘민주노총 탈퇴’ 서울지하철노조원들의 의식변화
자녀교육·노후 걱정…승진·임금등에 눈돌려
제3노총 적극 지지보다는 “한번 배 갈아타보자”
“우리는 노동복지 사회의 실현과 선진 민주국가 건설의 기수가 된다. 우리는 노동운동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 민주노조의 사회적 사명을 다한다.”
1987년 8월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만든 노조 강령의 일부분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강령에 적힌 대로 전국노동자협의회(전노협)의 핵심 사업장으로 활동하며 19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세우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처럼 한때 ‘민주노조’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 27~29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조합원의 53%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들은 왜 민주노총을 버렸을까?
서울지하철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김기철(가명·40대 후반)씨는 “솔직히 투쟁보다는 안정적으로 지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젊을 때야 노조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이들 대학 등록금 문제, 나이 든 부모 병원비, 노후 생활 등에 더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내 월급만 갖고 생활하기 때문에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지하철노조 설립 당시 20대였던 ‘청년’들은 지금 40~50대 ‘아저씨’가 됐다. 2011년 현재 지하철노조 조합원(8700여명)의 80% 이상이 40~50대다.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공공부문 인력 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김씨는 “요새 평균수명이 길어져 100살까지 산다고 하는데, 정년은 58살”이라며 “일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늘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런 김씨에겐 투쟁도 민주노총도 희망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여러 차례 파업을 해봤지만 공기업이라서 그런지 해고만 많이 되고, 투쟁으로 얻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민주노총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현장 조합원들과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져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교육·고용·주택·노후 문제 등으로 마음이 불안해지다 보니,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이라는 ‘명분’보다 ‘실리’에 흔들렸다. 10년 전 배일도 전 위원장이 제3노총을 추진했을 때도, 2009년 정연수 현 위원장의 첫 번째 민주노총 탈퇴 시도에도 ‘민주노총 사수’를 선택했던 서울지하철노조였다. 차량정비 업무를 하는 박상식(가명·40대 초반)씨는 “민주노조가 실리 앞에 무너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지하철 노사는 민주노총 탈퇴 투표 12일 전인 4월15일 노사협의회에서 승진 적체 해소, 임금구조 개선 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박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민주노총 탈퇴가 안 되면 합의사항이 ‘물거품’이 된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다녔다”며 “여기에 투표 결과가 43개 지회별로 공개되는데, 이 결과에 따라 성과급 액수(0~400%)와 인사가 결정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고 말했다.
승진과 임금, 성과급은 조합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다. 기관사인 한기원(가명·50대 초반)씨는 “정부 지침 때문에 7~8년째 임금이 동결이나 마찬가지여서 성과급이 중요하고, 직원 채용과 퇴직이 활발하지 않아 승진 적체는 서울지하철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것을 해결하려면 서울시가 나서야 하는데 정연수 위원장이 협상력이 있으니까 기대를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정비 일을 하는 이창수(가명·40대 초반)씨도 “서울지하철노조는 20대 ‘젊은 노조’가 아니라 가정을 책임져야 할 40~50대들이 대다수”라며 “노조활동이라는 것이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조합원들도 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민주노총의 위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힘겨운 정리해고 반대 투쟁도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 박상식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노총의 위상이 시민단체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며 “최근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을 보면서 ‘저렇게 싸웠는데도 쉽지 않구나’라는 무기력한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지만 조합원들이 제3노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김기철씨는 “자율과 상생 등 새로운 노동운동을 얘기하다가 결국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간 배일도 전 위원장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조합원들이 제3노총에 대해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그냥 한번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기원씨도 “제3노총이 정연수 위원장의 개인적 야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총파업에만 매달리는 등 지하철 조합원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으니 ‘한번 배를 갈아타 보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박현정 기자 dandy@hani.co.kr
2011년 5월 1일 한겨레
노동자 ‘벼랑’ 내모는 손배·가압류 1000억
KEC·금호타이어 등 5개사 노조 간부·조합원 910명에
5개월새 750억원 손배소…쌍용차 포함땐 무려 1000억
급여통장외 집까지 가압류 노동자들 가족 파탄위기
사용자 쪽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가 노동자들을 점점 더 옥죄고 있다. 8년 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을 불러오자, 소송을 자제하기로 했던 노사 합의는 온데간데없다.
22일 <한겨레>가 최근 6개월 사이 노사 갈등으로 말미암아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된 대표적인 사업장 5곳을 확인한 결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75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이씨(KEC) 301억원, 금호타이어 179억원, 현대자동차(사내하청업체 포함) 200억여원, 한진중공업 53억7700만원(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조합원에 대한 벌금 9600만원 포함), 재능교육 20억원 등이다. 손해배상에 걸려 있는 노조 간부와 일반 조합원은 910여명에 이른다.
2년 전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의 책임을 물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232억원(회사 100억, 보험사 110억, 국가 22억원)까지 포함하면 손해배상액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임금 삭감과 도급화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손해배상 소송에 이어 노조 간부 28명을 상대로 41억원의 가압류까지 건 상태다. 이 회사 김봉갑 노조위원장은 “급여통장과 집에 압류가 걸려 있어 노조 간부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이혼 위기에 놓인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재능교육 해고자인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2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집회 등을 금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해 12월 가처분 위반 행위에 대한 강제집행이 결정됐다. 유 처장은 “경매 결정으로 가족들이 많이 놀라고 있다”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케이이씨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를 하지 않는다’고 단체협약을 맺어 놓고도 30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회사들은 “노조의 불법행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가압류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손해배상·가압류는 민감한 문제다. 지난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손해배상·가압류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했고, 같은 해 10월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도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노·사·정은 손해배상·가압류를 자제하자는 사회적 합의까지 했으나 노동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쪽이 손해배상·가압류를 남발하는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합법파업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웬만한 파업은 죄다 ‘불법’으로 간주되고, 사쪽은 ‘불법파업’임을 내세워 법적 대응을 일삼는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희망퇴직 230명, 정리해고 170명 등 400명을 구조조정했다.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이 문제로 파업을 하면 불법이 된다. 노조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어느 누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파업도 하고 농성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는데, 이 또한 불법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만 합법파업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법원은 구조조정, 민영화, 정리해고 등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므로 이를 막기 위한 파업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합법파업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노동 현장의 손해배상·가압류가 노동기본권인 파업권을 억압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다”며 “유독 한국에서 손해배상·가압류가 심한 이유는 파업권을 부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다, 법원이 소송에서 너무 쉽게 사용자 쪽의 주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2011년 4월 22일 오후 한겨레
대기업노조, 고용불안 겪으며 ‘실리’ 매몰
[뉴스분석] 현대차 계기로 본 ‘정규직 이기주의’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최근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불거졌을 뿐, 이미 현장에선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지 오래다.
자동차와 조선 등 대기업 노조가 버티고 있는 사업장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난다. 현대차에는 80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늘 고용 불안을 겪으면서 정규직 임금의 60%가량만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조선소에는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많은 곳이 여럿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규직이 1만2600명인데 하청 노동자는 1만4812명이다.
경기가 나빠져 생산량이 줄어들면 우선적으로 해고를 당하는 쪽은 비정규직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관계자는 “2008년 경제위기 뒤 2~3년 동안 현대차와 지엠(GM)대우차에서는 각각 1000여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쫓겨났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의 묵인 아래, 경기가 좋을 때는 일자리를 하청으로 채우고 상황이 나빠지면 하청 노동자를 먼저 내보내는 등 비정규직은 고용의 ‘완충지대’ 구실을 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정규직들 사이에 ‘노조가 힘이 있고 고용이 안정적일 때 최대한 챙기자’는 실리주의가 확산되면서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리해고가 도입된 뒤 우리 사회에서도 ‘평생직장’이라는 신화가 깨졌다.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를 시작으로 2001년 대우차, 최근에는 쌍용차, 한진중공업 등에서 정규직들이 줄줄이 직장을 잃었다. 지엠대우차 노조 관계자는 “최근 일본 지진 탓에 부품 조달이 어려워 2주 동안 공장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을 때 조합원들이 엄청 불안해했다”며 “2001년 정리해고의 상처가 조합원들에게 거의 ‘낙인’처럼 찍혀 있어, 비정규직까지 신경쓰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규직들은 ‘여기서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에서 희망퇴직한 박아무개씨는 “한번 정규직에서 밀려나면 다시는 정규직으로 일할 수 없다”며 “현재 하청업체를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사회적 배제 시각으로 본 비정규직 고용’ 보고서를 보면, ‘노동패널’ 1998~2005년 자료를 통해 8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 이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62.7%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은 12.8%에 머물렀고 20.3%는 실업 상태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다리’가 아니라 ‘수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패널은 1998년부터 해마다 같은 표본(5000가구)을 대상으로 경제활동 여부를 추적하는 종단 가구조사다.
20년 이상 유지돼온 기업별 노조 체계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 이기주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별 노조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대기업 노사는 여전히 기업별 교섭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기업별 체계에서는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 해당 사업장의 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이다. 현행 노동조합법도 기업별 노조에 맞춰져 있다 보니,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나 사회정책과 관련된 투쟁을 하면 불법이다.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 40~50대 정규직들이 ‘불법’을 감수하며 투쟁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힘이 있는 대기업 노조가 실리주의에만 매몰되면서 결국 노동계 전체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에서 2009년 10.1%까지 떨어졌다. 비정규직은 800만명을 넘어섰는데 조직률은 2%에 머물고 있다.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자의 몫으로 볼 수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지난해 59.2%까지 떨어졌다. 노동계 전체의 힘이 약화되면서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대응을 하다 보니,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 앞에서는 정작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1사 1노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 기아차는 2008년 정규직 노조에 비정규직이 가입해 하나가 됐다. 2008년 경제위기 당시 현대차와 지엠대우차에서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해고됐지만 기아차는 이를 피해갔다. 김승언 기아차노조 정책실장은 “하청 노동자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정규직이 그들의 고용을 책임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예고됐으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연대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아차 하청 노동자는 3500여명인데, 이 가운데 2500명이 조합원이다. 이경훈 현대차노조 위원장도 ‘1사 1노조’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됐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2011년 4월 18일 오후 한겨레
명진스님, 인세 1000만원 쌍용차 해고자에 기부
명진 스님이 21일 출간 예정인 자서전 <스님은 사춘기>의 인세 1000만원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돕는 데 쓰겠다는 뜻을 개인적으로 밝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20일 오전 트위터(@mindjj)를 통해 “명진 스님께서 얼마 후 출간될 예정인 책 인세 1000만원을 미리 당겨서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전하고 싶다고 연락주셨네요”라고 알렸다.
정혜신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명진 스님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아픔, 그 아이들의 아픔을 전해 들으시고 너무나 가슴 아파하시며 그런 뜻을 전달하신 것”이라며 “생명을 사랑하는 스님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현재 충북 제천시 월악산 토굴에서 수행 중이다. 명진 스님의 수행을 돕는 황찬익씨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연이어 자살하고, 그 아이들과 가족들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스님이 평소에도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강하게 해 오셨다”고 말했다. 황씨는 “스님께서 지난 2009년 천일기도를 끝낸 뒤 용산참사 유가족에 개인적으로 모은 돈 1억 원을 전달한 것과 같은 뜻일 것”이라며 “책이 오늘 인터넷 서점 등에 배포됐고, 아직 책으로 인한 수익이 없어 어떤 방식으로 스님의 마음이 전달될지는 좀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스님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출간 기념회를 연다.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2011년 4월 20일 오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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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4일 오후
쌍차 희망퇴직자 강종완 동지의 장례식 날에(전주)
신문자료 정리
임채희
보도자료
❍ 문의 : 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기획실장 이창근 (010-3449-4034) 트윗, nomadchang.
물기없는 메마른 손가락으로 또 다시 보도자료를 씁니다. 정말이지 이런 보도자료 징그럽고 징그럽습니다. 반복되는 죽음앞에 반복되는 글이 무기력하기 그지 없습니다. 짙게 내려 앉은 먹구름을 잉크삼아 하늘을 향해 콕하고 펜을 찍습니다. 죽음을 끝내고 싶습니다. 죽음의 늪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들의 알량한 바람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내리는 빗물에 눈물을 씻고 다시 일어섭니다.(트윗 nomadchang)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는 장돌뱅이 인생이었습니다.
강00 동지 돌연 사망! 벌써 15번째..
09년 5월 희망퇴직, 이후 분사업체(쌍용차 납품업체)에서 일해 옴.
5월 10일 오전 10시 45분경 일하던 곳에서 돌연사 추정 사망!
쌍용차 희망 퇴직자들은 잘돌뱅이 신세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사회적 낙인을 피해 생계를 잇겠다는 존재론적 발버둥이 2년의 세월을 발버둥치고 유영했지만 결국 닿는 곳은 맨바닥과 사회적 올가미였습니다.
우리들의 눈물을 대신해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오늘(5월 10일) 오전 10시 45분경 66년생 젊은 노동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00이라 불리는 이 노동자는 2009년 쌍용자동차를 희망 퇴직한 노동자입니다. 희망퇴직을 하면 분사업체 취직을 시켜주고, 경기가 호전되면 쌍용자동차에 가장먼저 입사시켜주겠다는 사측의 사탕발림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동료들의 생존권과 후배들의 장래를 위해 희망퇴직을 선택한, 어쩌면 쌍용자동차를 가장 사랑한 2200명이 넘는 희망퇴직자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망했는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 사람이 쌍용자동차 출신이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갖가지 사연이 존재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자살의 문제는 이제 사회적 문제는 물론 사회적 해결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사망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사망한 강00 동지는 2009년 5월 17일 D.S 산업(인력파견업체)에 입사해서 2011년 3월 1일 00기업(인력파견업체)으로 전전했습니다. 쌍용자동차에 납품을 하는 효림정공(액슬납품)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생계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이건 쌍용자동차가 죽음의 배후입니다.
해고 노동자, 무급 노동자, 희망퇴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로의 말은 고사하고 읍박지름과 사회적 비난의 결과 수많은 쌍용차 희망퇴직 노동자들이 절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나 쌍용자동차는 여전히 이 죽음의 행렬에 대해 어떠한 도독적 사과의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비열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사측의 세치 혀가 결국 젊은 노동자를 죽음의 문턱으로 안내하고 유혹하고 있는 비극적 상황입니다. 아니라구요? 정말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쌍용자동차 사측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쌍용자동차와는 어떤 관계도 없고 아무런 책임도 없다!라고 똑바로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쌍용자동차 기업이 해야 할 일입니다. 비극적이게도...
이런 주장과 글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냐는 위로도, 들을 수 없는 그에겐 헛소리일 이젠 뿐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 이제는 극복하고 지워야 합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자살의 문제로 조성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방법과 속도가 얼마나 한가한지를 강00 동지의 죽음은 웅변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를 비롯한 각각의 노력 또한 너무나 느려터짐을 분통터지는 유가족의 오열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속도를 내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자살의 문제가 이대로 숫자 늘어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죽음이 그림자가 점염되고 있습니다. 옮겨 붙고 있습니다. 희망퇴직자와 무급휴직자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에게 죽음을 막을 방풍림을 세워야 합니다. 사회안전망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하는 수많은 해고 노동자들에게 방풍림을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쌍용차 강제적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결국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 강제적으로 한 가장의 구매력 박탈이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것입니다. 쌍용차 사측, 아닙니까! 아니라면 설명해 보세요! 벌써 15번째의 동일한 죽음을 설명하고 해명해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쌍용자동차 강제적 정리해고로부터 기인하는 살떨리게도 2009년 5월로부터 시작하는 이 죽음의 실체를 말해보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타살이자 쌍용자동차 사측의 타살이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현재 강00동지는 부검을 할 예정이며 장례식장문제도 부검의 결과에 따라 잡힐 예정입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망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합니다. 벌써 15번째 사망사건으로 죽음이 이어지고 연결되고 있습니다.
도적적 법적 책임의 주체인 쌍용자동차 사측은 신차 팔아먹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이것을 용인해야 합니까? 이렇게 해도 쌍용자동차 신차가 정상적으로 판매 되는 것입니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故(고) 강00 동지가 끝내 보려 했던 공장복귀의 염원을 실현시킬 것입니다. 그것이 강00조합원을 비롯 투쟁과정에서 숨져간 동지와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故(고) 강00 조합원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갈등과 번민 없는 편한 곳으로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 이번 보도자료도 지난번 보도 자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홈페이지, 쌍차77동지회다음카페 참조.
상황을 종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별첨자료1>
쌍용자동차 투쟁 사망자 현황
가. 사망 및 자살시도
❍ 투쟁과정 뇌출혈, 심근경색, 자살로 인한 사망자 4명, 충격으로 조합원 가족의 사망 등 총 6명이 사망하였음. 파업 종료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림. 결국 사망자와 자살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현 황 | |||
2009년 4월8일 |
? |
사망 |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1명 사망 / 가족 스트레스로 아기 2명 유산 |
5월27일 |
엄00 |
사망 |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 사망. |
6월11일 |
김00 |
사망 |
관제데모동원, 구조조정압박 스트레스 등으로 허혈성심근경색으로 사망 |
7월2일 |
김00 |
사망 |
번개탄 피우고 차안에서 사망. 사측의 강요로 희망퇴직 후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
7월20일 |
박00 |
사망 |
지부 이00 씨 아내박00자살. 사측의 협박회유로 인한 자살. |
8월 20일 |
천00 |
자살시도 |
강압적인 경찰조사 후 동료들에게 미안함 남긴 유서 남기고 약물복용. 비인도적 경찰수사로 사회적 공분을 낳음. |
9월 14일 |
이00 |
자살시도 |
배란다에서 호스로 목맴. 재활치료 |
2010년 2월20일 |
김00 (대의원) |
사망 |
3주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차량안에서 연탄가스피워 자살 |
4월25일 |
000 |
사망 |
77일 동안 투쟁했던 조합원 부인 스트레스 등으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
5월 4일 |
000 |
사망 |
분사화된 시설팀 노동자 심근경색으로 사망 |
7월 9일 |
이00 |
자살시도 |
파업이후 우울증 앓음. 약물복용으로 자살시도. |
7월13일 |
계00 |
정신과치료 |
파업이후 파업상태를 지속하는 착각에 빠지는 정신분열적 증상을 보임. 현재 병원입원. 예컨대 물과 양식을 준비하고 노트북으로 24시간 상황을 살핌. |
11월19일 |
김00 |
심근경색사망 |
희망퇴직자로 쌍용차 출신이란 이유로 취업이 안되는 상황 장기화됨.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 |
12월14일 |
황00 |
자살 |
희망퇴직자로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의족으로 생활하는 장애. 정리해고후 취업의 고충과 어려움 호소. |
2011년 1월 13일 |
서00 |
자살 |
희망퇴직자로 퇴직 후 이혼과 생계고통에 시달림. 두 아이가 있음. 차량안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 |
2011년 2월 26일 |
임00 |
미정 |
2010년 4월 25일 부인이 자결한 무급자 조합원. 2011년 2월 26일 아침 사망. |
2011년 3월 1일 |
조00 |
자살 |
2011년 3월 1일 차량 안에서 연탄불 피워 사망. 유족 부인과 3살 1살 아이. |
2011년 5월 10일 |
강00 |
사망 |
2009년 5월 희망퇴직. 인력업체에서 일해옴. 2011년 5월 10일 오전 10시 45분경 사망. 돌연사 추정. 현재(2011년 5월 10일 오후 5시) 부검 예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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