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제33화 한-미FTA, 우리는 먹혔다

참된 2011. 1. 8. 11:59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글로벌 호구’에서 ‘글로벌 민폐국가’로
이해영 교수와 함께 나눈 공동체의 종말, 한-미 FTA의 노스트라다무스적 공포
한겨레 고경태 기자 메일보내기    201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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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교수는 “에프티에이를 단순한 통상·수출 문제로 보지 말라”고 말했다. “21세기 초입의 신자유주의 결절점으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33화 한-미FTA, 우리는 먹혔다

  

축 영토확장!

 

거리에 나붙은 한-미 에프티에이(FTA,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타결 축하광고를 보다가 광개토대왕이 떠올랐다. 만주는 시시해 보인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합중국으로 간다. 이 ‘거사’는 후대에 이명박 대통령이 달성한 불멸의 치적으로 기록될까?

오늘의 직설은 광개토대왕 대신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를 떠올리게 한다. 잿더미가 된 세상을 굶주림 속에 떠도는 어느 난민 부자의 공포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 종말의 위협은 국가의 소멸과 시민권의 증발로 구체화된다. 경제영토의 확장과 정반대 개념인 ‘식민화’다. ‘먹는다’가 아니라 ‘먹힌다’다.

 

한-미 에프티에이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인 이해영(49)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를 모셨다. 그는 정부가 에프티에이 사안을 들고나오기 전부터 이 문제에 천착해 온 학자다. 1995년부터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설파했고,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을 매개로 한미 투자협정 반대운동의 논리를 제공해왔다. 2005년부터는 한-미 에프티에이 가는 길에 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치열하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졌다. <낯선 식민지, 한미fta>(메이데이)를 썼고 <한미fta 국민보고서>(그린비),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강)를 묶어서 냈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머리 아픈 문제라고 접어놓지 말자. 그 본질을 꿰뚫는 이야기들을 가장 쉬운 언어로 풀어보았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새해 첫 손님인데, 한-미 에프티에이를 맞은 국민 여러분께 덕담을.

 

이해영(이하 이) 여러 역술가들도 힘들 거라 예상했던데, 누가 봐도 만만치 않죠.

 

한홍구(이하 한) 연말 예산안 통과가 에프티에이 날치기 예행연습 아니길 바랄 뿐이죠.

 

미 의회가 3월 휴회하니까 4월로 넘어가서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제출하면 90회기일 안에 처리해야 하거든요. 늦어도 가을엔 일을 치러야겠죠.

 

우리는 미국이 의회에서 비준 못한다고 했을 때 덜컥 혼자서 혼인신고(2009년 4월 날치기 통과)를 한 적이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 미국의 재협상 논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정부가 거짓말을 하거나 판단착오를 한 셈인데 여전히 아무런 해명이 없어요.

 

소 한마리 주고 닭 한마리 받아와 만세!

 

재협상이니 추가협상이니 하는데 도대체 뭐가 다른 겁니까?

 

정부가 재협상 아니라고 우기는 것뿐이죠. 이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이 국회 외교통상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표결만 남겨뒀는데, 이번 재협상 결과는 상임위에서부터 거쳐야 하죠. 난리치면서 통과시킨 걸 폐지하고 다시 하려니 너무 민망할 거예요.

 

경술국치 100년(2010) 기념으로 에프티에이를 맺었다는 설에 대해.(웃음)

 

해방 이후 그나마 쓸 만한 외교노선이 참여정부 때 ‘동북아균형자론’이라고 보거든요. 말을 그렇게 해놓고는 한-미 에프티에이로 자기부정을 해버렸죠.

 

재협상 타결 무렵 환영하는 쪽에서 나온 이야기가 ‘우리 경제영토가 확장됐다’는 거예요. 아, 한일합방도 (경제)영토 확장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새로 알았어요.(웃음)

 

소아병적인 영토주의죠. 19세기 사고의 전형적인 연장.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이랑 했고 유럽연합과도 에프티에이를 하니 ‘세계는 한 가족’ ‘한 영토’라고 덮어버리면 되겠네요.(웃음)

 

재협상 전후해서 돼지, 소, 닭들이 고생이 많았죠?(웃음)

 

한 290억원(수입냉동돼지고기 관세철폐 연장으로 얻는 이익) 되죠. 구제역까지 덮치는 바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려고 그렇다는 음모설이 파다해요.(웃음)

 

에프티에이 최고 전문가가 음모설 먼저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음모설이야 우리가 이 교수에게 물어봐야지.

 

남아 있는 유일한 쟁점이 쇠고기죠. 정부에선 12월에 완전개방할 참이었는데 정부 고위층 누군가가 나서서 일단 막았다는 거예요. 황당한 건 오바마가 재협상 다음날(2010년 12월4일) 한국과 쇠고기 풀 액세스(완전개방)를 위해서 계속 논의할 거라고 말해버렸다는 거죠. 너무 좋아서.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했다는 건 지시라는 얘기죠.

 

오바마가 재협상을 ‘랜드마크 딜’(이정표가 되는 거래)이라고 했어요. 그 양반이 취임한 뒤 이렇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죠. 질질 짜기만 했더랬는데.

 

오바마가 다음에 또 해먹어야 하는데 외교적으로 한 일이 없어요. 이란과 북한도 나름대로 큰 건수였는데 다 놓쳤고.

 

한-미 에프티에이가 오바마에게 왜 그토록 중요했던 거죠?

 

경제적으로 그동안 우리가 ‘글로벌 호구’였는데(웃음), 이번 일로 ‘글로벌 민폐국가’로 전락했어요. 미국이 통상에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데 한국이 모델이 돼버린 거죠. 오바마 안보팀에서 동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복원해야 한다는 4개년 방위보고서를 낸 직후에 천안함 사건 터졌고 이어서 연평도…. 그 와중에 김종훈 본부장을 미국에 불러서 결재시킨 거죠.

 

왜 이렇게 타이밍이 딱딱 잘 맞을까.(웃음)

 

포를 쏘면 연기가 생기죠. 물건이 오고가도 잘 안 보여. 연기 속에서 퍼주기죠.(웃음)

 

정상적 경우라면 이런 국면에서 협상하지 않죠. 절대! 거래란 타이밍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불려가서 백지수표에 사인하고, 돌아와서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

 

앞으로 ‘이익의 균형’은 ‘퍼주기’로 바꿔 번역해야겠어요. 미국에 퍼주면 안보, 북에 퍼주면 핵이 되는 이유가 뭔지.

 

우리가 북에 준 걸 교역액까지 포함해 40억달러라고 해요. 미국엔 얼마쯤 퍼준 걸까요.

 

다른 건 두고 단적으로, 자동차협상(2007년 4월)을 잘해서 매년 1조 정도 이익이 있다고 했죠. 재협상에서 관세철폐를 4년 연기했으니 4조원 손해 본 거죠.

 

엠비가 라디오연설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우리 자동차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양보를 통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한다.”(웃음) 이게 국어가 성립되는 말인가요.

 

소 한마리 주고 닭 한마리 받아와서 만세 부른 거지.(웃음)

 

대등한 교역이죠. 한마리와 한마리.(웃음)

 

 

 

 

‘위헌’보다 더한 ‘위FTA’ 나올 판

 

미국산 자동차는 매연을 20% 더 뿜어도 된다는 계약도 해주었죠. 그걸 보면서 옛날 말이 생각났어요. 미제는 똥도 미제(좋다)! 매연도 미제라 이거지.(웃음)

 

그런데 재벌 말고 일반인 입장에서 에프티에이를 해서 좋은 일은 안 생기나요.

 

땅콩버터를 좀 싸게 먹을 수 있고, 기저귀 값 떨어지고, 미국산 벤츠 같은 거 살 때.

 

경술국치 때는 산천초목, 새 짐승까지 슬피 울었다 했거든.(웃음) 근데 지금은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사람들이 알지를 못해요.

 

에프티에이라는 말부터 협상용어, 내용 하나하나 다 어렵기만 하죠.

 

몰라야 외교지.(웃음) 순진한 사람이 이게 뭔가 생각하는 사이에 털리는 거죠.

 

어산지가 이걸 열어줘야 하는데.(웃음) 세상이 바뀔 때는 말이 먼저 바뀌죠. 세상이 지금 뿌리째 바뀌고 있는 중이거든요.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신자유주의 체제 말이죠.

 

데이비드 하비(영국의 지리학자)는 “신자유주의 본질은 탈취에 의한 축적”이라고 했어요. 이렇게 후안무취한 탈취, 이토록 노골적인 재벌 밀어주기가 역사상 있었나 싶어요.

 

미국에서 에프티에이 전략을 만든 로버트 졸릭(세계은행 총재,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이 “한-미 에프티에이는 단순한 관세협상이 아니라 상대국가의 규제 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말인즉 한국의 ‘피’를 바꾸겠다는 거죠. 통상교섭본부장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는 선진적인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어요. 제2의 경술국치라는 게 이런 대목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식민화죠. 19세기 제국주의적 점령을 통한 식민화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에 의한 민중의 식민화, 민중 생활세계의 식민화.

 

공적영역의 위축 등으로 ‘국가는 서민경제를 진작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헌법 제119조 2항에 따르자면, 위헌 또는 사문화하는 셈인데.

곧 ‘위헌’보다 ‘위에프티에이’(웃음)라는 말이 더 힘 세지겠네요.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헌법 위에 국가보안법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는 ‘국익보안법’이 초헌법적인 힘을 갖게 되는 거지.

 

국민주권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자본은 이미 주권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자본이 국내에서 돌아가야 투자도 이뤄지고 복지도 같이 움직이는 건데, 지금 한국 경제정책의 핵심이 통상이에요. 복지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에프티에이를 봐야 해요. 산업정책이 있어야 노동자 권리가 담보되고 나눠먹기(복지)가 가능한 건데.

 

전세계 시민주권 대 초국적 자본의 일대 싸움

 

엠비가 “이미 우리는 복지국가”라고 한 얘기가 이젠 더이상 복지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선언으로 들리더라고.

 

우리가 한미 통상조약을 두번째 맺고 있어요. 고종에 이어 엠비.

 

조미 수호 통상조약(1882) 12조에 ‘거중조항’(당사자가 외침을 받는 등 국가안위를 보장하기 힘든 상황 등에 놓였을 때 상대국이 지원해준다는 내용)이 있어요. 고종이 이걸 믿었어요. 일본이 쳐들어오면 미국이 도와줄 거라고. 근데 미국이 태프트-가쓰라 밀약으로 조선을 넘기죠.(을사늑탈) 미국에 의탁한 결과가 식민화였죠. 이번에도 경제 좀 손해 보더라도 안보가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130년 만에 유사한 오류가 되풀이되고 있죠.

 

결정적 차이를 모르시네. 그땐 일본을 막고자 미국에 의탁했는데, 이번엔 미국이야. 의탁한 곳에 먹히는 거지.(웃음)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하고 나면 국내법을 여러 군데 뜯어고쳐야 하죠.

 

금융,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등 26개나 바뀌죠. 통상관료들한테 법률 개폐권까지 준 적이 없는데, 국회는 뭐하는 데냐는 거죠. 미국의회에서도 같은 비판이 나와요.

 

쇠고기 협상뿐이 아니라 주권 문제는 아이에스디(ISD,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더욱 중요하죠.

 

이건 국제법적인 반혁명이에요. 글로벌체제의 자본이 어느 정부든 통제하겠다는 거거든요. 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단지 우리 기업이 진출해서 피해를 보거나 하는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아이에스디는 전세계 시민주권 대 초국적 자본의 일대 싸움이에요.

 

근대국가의 존립근거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대의제 통치, 군대·경찰 등 폭력기구에 의한 국가 유지와 그 합리적 판별 수단으로서 재판권이 존재하는 건데. 이게 글로벌 자본가에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니, ‘회장님’들이 세계를 운영, 판결하는 꼴이 되는 거죠.

 

자본가가 된다는 게 글로벌 사법시험이군(웃음). 시험 패스해서 그들 스스로 재판권까지 갖게 되는 거고.

 

주권의 의미와 소재가 시민에서 자본으로 명백하게 이동하고 있어요. 프랑스혁명 이래 동의해온 시민주권 자리에 자본이익이 이데올로기화해서 전면적으로 들어서게 되는 거죠. 공동체가 야만적 이익체로 퇴화하고 있는 중대 국면이죠.

 

현대 국제법체제에서 개인이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유엔인권규약밖에 없어요. 아이에스디라는 건 자본의 지위가 인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의 지위를 넘어서게 되었다는 걸 잘 말해주고 있죠.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서 국가가 여러 부도덕한 짓을 해왔음에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이 있었는데 그마저 사라진다는 거잖아요.

 

포괄적으로 말해, 일종의 재봉건화(re-feudalization)라고 할 수 있어요.

 

프랑스혁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겁니까?

 

공적 기능이 축소·소멸·왜곡된 국가란 세금걷기와 징벌적 위엄밖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고, 지구엔 자본가 단일시스템(정부)이 생기는 거죠. 지구인의 반 이상은 거대한 농노가 되는 거고.(웃음)

 

이래서 에프티에이를 통상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는 거죠. 외교전략 문제이자, 민주주의 문제이고, 공공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꾸 말이 어려워지고 있긴 하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게 앞으로 끼칠 영향이 얼마나 큰지 꼭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21세기 초입의 신자유주의 결절점으로서 에프티에이를 이해한다면 전혀 다른 게 보이죠. 국가의 소멸이죠.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부르주아에 의한.

 

프롤레타리아의 숙원을 부르주아들이 이루는 셈이네요. 마르크스는 노동자에겐 국경이 없다고 했는데 자본이야말로 국경이 없죠.

 

지상에서 정녕 자유로운 건 돈하고 바람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실 바람은 길이 있어요. 이놈의 자본은 그것도 없어!

 

역내자유무역과 에프티에이를 비교해보죠.

 

우리에겐 아시아가 없죠. 한국의 외교전략이나 인식 속에선 지역으로서 아시아가 없었어요. 남북은 분단, 일본과는 과거사, 중국은 공산국가였죠. 이렇게 아시아를 매개하지 않고 글로벌로 접속해버린 거예요. 친미밖에 없었던 거야.

 

무규제, 시장완화를 필두로 신자유주의의 자유(free)라는 게 자본이 맘껏 할 수 있는 자유일 뿐이죠. 자유라는 이름을 내건 자본의 폭압인 거죠. 그 ‘자유’ 덕에 노동자에게는 해고당할 자유(노동시장 유연성)와 가난할 자유가 주어지는 거고.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얼마 안 남았는데.

 

본회의에서 막을 가능성은 없고, 상임위(외교통상위) 통과를 다시 시도할 때 진통이 있겠죠. 내년이 선거라서, 야당이 적극적으로 붙을 가능성이 높고, 정부여당에서도 막무가내로 못 갈 거예요. 또 재협상 때 의제는 아니었지만 쇠고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요. 4월에 미국이 이행법안을 의회에 낸다면 그 전에 끝을 봐야 할 거예요.

 

강력한 정치세력이 정권 잡은 뒤 버티면…

 

광우병 취재를 갔다가 콜로라도에 있는 전미쇠고기수출협회에서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어요. ‘30개월령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갈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한국은) 먹게 되어 있다!”(웃음)

 

특히 곱창!

 

곱창 등은 위험(SRM, 특정위험부위)할 뿐 아니라 미국은 안 먹는 쓰레기잖아요. 그걸 팔아 큰 이익을 보는 거거든요.

 

한국은 곱창도 사실상 수입을 허용한 셈이죠. 글로벌 민폐국가란 게 우리 때문에 다른 나라도 피할 수 없게 생겼다는 거죠.

 

한-미 에프티에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정치세력이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공약을 내세워 정권을 잡은 뒤 취임과 더불어 ‘에프티에이 못하겠다’고 통보하면 됩니다. 그 석달 뒤부터 효력이 있어요.

 

대선 후보 결정됐네. 에프티에이 못하겠다는 사람을 후보로.(웃음)

 

한국 상황에서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거죠. 논리적으론 그래요. 협정문에 쓰여 있어요.

 

셋이서 노스트라다무스적 종말론을 이야기한 느낌이네요.(웃음) 그래도 재봉건화의 종말론적 공포에서 빠져나올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구나 싶군요.

 

4년6개월 만에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을 마쳤는데, 협상과 관련해 숱하게 들어온 ‘점 하나, 콤마 하나’가 460년 동안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중대한 상황이죠. 이 파도를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공포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에프티에이는 그저 통상·수출 문제만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신자유주의를 과연 종식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가름하는 일로 봐야 합니다.

 

 

 

■ 직설잔설

심우도를 따라서

 

소를 찾아서 미국에 간 적이 있다. 천축은 거기도 있었다. 콜로라도에서 로키산맥을 따라 소실점을 몇 번이나 지우면서 내달려 네브래스카 사막과 초원과 언덕을 넘어갔다. 8만5천마리 소떼들이 노지에서 망연히 비를 긋고 있었다. 오물과 사료가 섞인 썩은 늪을 서성거리거나 배설물 둔덕을 기어오르면서 미끄러지는 무리도 있었다. 그네들이 꿈틀거리는 긴 능선과 벌판에서는 비강이 터져나갈 듯 냄새가 끓어올랐다. 공장형 축산 현장이었다. 상당수 소들은 길어야 30개월, 짧게는 15개월을 살다 갈 팔자를 타고난 생명들이었다.

‘고기가 열리는 농장’ 현장은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내륙 깊숙이 박혀 있었다. 거기 어디에서도 초원의 집이나, 알프스의 소녀, 플랜더스의 개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자본주의 초기 축산업에 부응해 만들어낸 목축, 낙농, 우유 짜기 등속에 얽힌 환상은 감히 들이밀 구석이 없었다. 축산, 도축, 부산물 처리로 이어지는 대형 생명체에 대한 집약적이고 거대한 압살은 실로 끔찍했다. 소를 생구라 부르는 농본적 순진함으로 감내할 수 있는 경지가 결코 아니었다. 광우병, 항생제, 성장호르몬 이전에 그것은 단백질 숭배와 생명 착취가 낳은 처연한 광경이었다.

21세기 심우도 또한 보이지 않는 소를 찾아내는 데 있다. 삼장법사, 혜초를 비롯한 숱한 나그네들은 깨달음을 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분명 행복하다고 해야겠다. 오늘 심우는 국경을 뭉개버리는 초국적 축산자본의 탐욕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의 노골적인 음모를 밝혀내고 저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해 봄 한국인은 광화문을 거대한 식탁으로 삼았다. 이는 대중득도라는 전대미문의 거룩한 수도행위였다. 그 촛불의 나날들에 광장은 생명의 외양간이자 도량이었다.

광우병은 단백질 윤회가 낳은 저주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그 마지막 경계를 허물려 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와 단백질 문명, 근대는 근본적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 서해성

 

 

 

 

 

기획연재 :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기사등록 : 2011-01-07 오전 09:18:44 기사수정 : 2011-01-07 오전 09:3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