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분신 노동자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 왼쪽은 제가 달았는데…” | ||||
“다들 왜 그랬냐고 물어요, 너무 억울해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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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현 기자 한겨레 2010-11-23 |
분신하기로 저 혼자 결정했어요. 다들 왜 그랬느냐고 묻더군요. 억울해서 그랬습니다. 너무 억울했어요.
제가 분신을 시도한 지난 20일 오전 강호돈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농성장에 퇴거 명령서를 갖고 왔다더군요. 우리더러 불법이니 나가라고 했다던데, 이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격 아닙니까? 지금까지 불법으로 사람을 부려 먹은 현대자동차가 우리더러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다니요. 억울한 마음이 들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동료들을 생각하면 너무 걱정이 컸습니다.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1공장에 물도 끊고, 전기도 끊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어요. 저도 19일까지 1공장에서 점거농성을 했지요. 그런데 병원에 입원하신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빠져나왔어요. (공장에) 남은 동료와 형, 동생들이 사지에 내몰리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어요. 저 같이 하찮은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요? 분신이라도 해서 농성을 강제 진압하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진짜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우리를 불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거짓말이에요. 하청업체는 종이회사에 불과해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고, 저희는 (원청인) 현대자동차 관리자의 업무명령에 따라 일했어요. 저는 그것을 증명하려다 회사에 찍혔어요. 저는 새시(자동차의 밑부분 틀)라인에서 타이어 끼우는 일을 했지요. 오른쪽 바퀴는 직영 노동자(정규직)가 달고, 왼쪽은 제가 달아요. 왼쪽과 오른쪽에서 일할 뿐 같은 일을 했어요. 현대자동차가 재판에서 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아 제가 휴대폰으로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다가 관리자에게 들켰어요. 제 휴대폰도 압수당했고요. 이 자료를 재판정에 공개하면 저희가 이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다 가릴 순 없지요.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를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노조원 2500여명은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하도급 근로자들의 계약 형태가 도급 계약인데다, 대법원 판결도 특정 사례에만 적용될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몸에 뿌릴 기름을 사러간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40년 전 청계천에서 분신한 태일이 형이 날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5년 전 세상을 떠났던 기혁이 형도 떠오르고요. (황씨가 언급한 고 류기혁씨는 황씨처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5년 9월 노조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류씨는 2005년 법원이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가 불법 도급업체라고 판결한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노조 활동을 해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는 ‘회사의 괴롭힘을 받다가 류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매년 9월 류씨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열어왔다.) 이분들이 지금의 제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할까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동자가 분신을 해야만 얘기를 들어주는구나’ 하며 안타까워하지 않을까요. 제발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정규직에 비해 60%의 월급만 받는 비정규직이란 말입니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꼭 이 싸움에서 이겨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떼를 쓰는 게 아니잖아요. 나라의 법이 우리를 현대자동차 정규직원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도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떳떳하게 노동자로서 대접받는 사회로 바꾸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 너무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관련영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분신 시도
이 글은 지난 20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황아무개(34)씨의 병상 인터뷰와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황씨를 22일 오후 만났다. 황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0여분간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으며 비교적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인터뷰 도중 병상의 어머니나 가족들 얘기를 할 때는 말을 잇지 못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동료들은 교대로 간호를 하며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박희철(45·가명)씨는 “평소 성격이 밝아 분신을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강호돈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16일 ‘휴업조치를 하겠다’고 담화문을 발표한 뒤 표정이 많이 어둡더라”고 전했다.
황씨는 2002년 2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ㄷ’ 기업 직원으로 입사해 시급 2650원을 받으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2010년 7월부터 또 다른 ㄷ기업의 하청직원으로 신분이 변했고 최근까지 시급 5100원을 받았다.
황씨는 2000년 5월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투쟁 당시 회사 쪽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아 50여일간 공장에서 노숙농성을 벌인 바 있고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에서 평조합원으로 활동해 왔다.
황씨는 얼굴과 상반신 등에 3도 화상을 입었고, 23일 양팔의 이식 수술을 받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황씨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부산/글·영상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기사등록 : 2010-11-23 오후 01:34:10 기사수정 : 2010-11-25 오후 03:15:02
기사 관심도조차 소외구나
왼쪽바퀴는 정규직 오른쪽바퀴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왼쪽바퀴는 정규직 오른쪽바퀴와 왼쪽바퀴 시다까지 비정규직이겠지
모두들 입만 수년째 나불거리지 비정규직문제는 누구도 관심없다
모두들 자본을 탓하지만
모두들 자본의 얼굴로 자본의 마음심보로
비정규직을 짓밟는다
단지 자신의 알량한 편의를 위해서2010년 11월 23일 8: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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