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속이 온통 새하얘질때가 있다.

살아 생전 처음으로 막닥트린 공포는 대학 새내기때 5월 축제의 와중에서 보게된

 5.18 광주학살 사진전이였었다. 자국민에 대한 국가 폭력으로 인한 학살.

그리고 전태일 평전, 40년 동안 분신,분신,분신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현장에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울산시로 들어가는 초입,

길가에 키가 껑충 큰 미류나무를 보고  어릴적 동네어귀에 서 있던 미류나무들이 생각났다.

그 위에 걸린 조각구름들, 한밤중의 하얀 달같은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올렸었다.

내겐 제 2의 고향이기도 한 울산, 유년시절을 이곳 울산 태화 강변에서 보냈었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점거 파업 투쟁 현장을 찾아가는 길이지만,

잠깐이나마 여유로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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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tm뉴스 서유석 기자)



울산 현대 자동차앞 집회 도중 말로만, 혹은 기사로만, 사진으로만, 동영상으로만 보았던

 너무 끔찍해서 다시 들여다 보고 싶지않은 분신 장면을 겪었다.

 

집회 사회자의 발언중 파도타기 물건을 위로 던지면서, 던질게 없스면 온몸이라도 던지라고 하면서

파도타기 시작을 외칠때 무대위에서 활활 불이 타올랐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찰나의 순간 몸에 붙은 불을 겨우겨우 옷으로 감싸서 껏다.

 

억지로 억지로 분신한 분의 상태가 어느정도인지를 확인하기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다행히 당장 목숨이 위독한 상태는 아닌듯했지만, 얼굴과 귀, 입술이 다 녹아내렸다.

3도화상 현대자동차 공장 사내하청지회 4공장의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34살의

비정규직 조합원의 분신. 그는 파업에 참가했다가 편찮으신 어머니때문에 공장을

나왔고 사측의 폭력적인 용역투입에 분노와 치를 떨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분신으로 항거하는게 정말 싫다.

 전태일 정신, 정신계승 하는데 그게 어찌보면 분신이라는 시위방식의 첫단추이기도 한데

그러한 것이 최악의 투쟁 시위방식으로 이땅의 노동현장에 유행이 되있는것 같아 끔찍하다. 

목숨을 내건 투쟁, 제 한몸을 바치는 투쟁, 그냥 맥이 다 풀렸다!

 

그리고, 온갖군데에서 연락이 온다. 생중계로 이미 나가버린, 분신 장면을 원하는 언론들과 노조.

이걸 내보내야하나, 어떻해야하지하는 물음만, 울분만 가득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