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받는 노동자 계층 잘 표현해 -<밥·꽃·양> 지난 23일 울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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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순 기자 ![]() |
울산영화제 상영작 선정과정에서 '사전검열'과 '외압 시비'로 인해 논쟁이 진행중인 문제의 영화 <밥·꽃·양>(감독 임인애)이 지난 23일 시사회를 가졌다.
삼산동 근로복지회관에서 오후 6시, 8시 30분 두 차례 가진 시사회에는 현대자동차 노조식당과 38여성회,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효성, 태광 등의 조합원이 관람했으며 두 차례 상영 모두 350여석의 좌석이 가득 찼고 통로에 앉아서 본 사람가지 합하면 750여명의 사람이 영화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밥·꽃·양>은 '<밥>하는 아줌마들이기에 천대받은, 하지만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꽃>들, 그러나 마침내 희생의 제물로 바쳐진 <양>'이라는 뜻으로 라넷(Labor Reporter's Network)이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과 회사와 노조를 상대로 한 원직복직 투쟁과정을 담고 있는 '영상보고서'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감독과의 대화나 토론회를 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주최측의 인사로 시작된 상영은 영화가 끝난 2시간 10여분 뒤까지 간혹 분노의 신음 소리만이 들렸을 뿐 시종일관 긴장 섞인 침묵만이 흘렀다. 영화에서 당시 집행부의 '조합원들을 살리기 위하여 차선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당시의 상황에 대한 답답함으로 자리를 떴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식당노동자들의 피 맺힌 절규에 흐느낌이 들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방침 발표,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파업 진행, 중재단 파견, 지도부의 정리해고 방침 수용, 식당노동자 133명의 정리해고와 식당의 하청이관, 이후 식당노동자의 투쟁 등 시간 순으로 연결된 영화는 이미 홈페이지(http://larnet.jinbo.net/)를 통해 부분부분 보여진 내용들이었다. 'film1 노사정 합의와 국가경제'부터 'film5 사라지지 않는 과거'까지 총 5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식당 노동자들의 투쟁처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감상문에는 98년 당시를 회상하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영화보고 술 마셨다"는 자성 섞인 의견에서부터 당시 지도부들을 비판하며 그들이 지금이라도 변화를 보여줬으면 한다는 의견, "영화 보는 내내 어머니가 생각나 울었다"는 사람까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한편, 시사회장에서 만난 노혜경 시인은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우느라고 정신없었는데 두 번 보니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고민하게 됐다"며 "약한 사람들끼리 뭉치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에서조차 더 약한 사람이 소외 받고 있는 현실을 영화가 잘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
Write : 2004.08.27 15:40:48 | Update : 2004.08.27 15:4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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