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소수집단의 소수 차별화 그리고 싶었다”(2002.3.25)

참된 2009. 2. 20. 23:41

                                   

 

 

 

“소수집단의 소수 차별화 그리고 싶었다”
 글 김아리 기자·사진 윤운식 기자yws@hani.co.kr  한겨레 편집 2002.03.25(월) 18:20
 

 


“소수자 집단 안에서도 결국 가장 열악한 위치의 소수자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담고 싶었다.”

 

<밥·꽃·양>을 만든 임인애 감독(42·오른쪽)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부터 울산을 비롯한 전국 노동현장을 돌아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찍어왔다. 임 감독의 팀 `라넷'에 뒤늦게 합류한 서은주 감독(29·왼쪽)은 97년부터 현장에 뛰어든 신참내기다. 이들은 <밥·꽃·양>을 찍다가 “결국 카메라를 집어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식당 아줌마들이 단식으로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데,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영화는 2000년 1월 단식농성에서 끝나고 만다.

 

3년간의 투쟁은 비디오테입 300개로 남았다. 찍는 중간 중간 생필름을 편집없이 노동자단체 등에서 상영해왔다. 매끄러운 구성에 일관된 주제의 영화로 만들기를 스스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식당 아줌마들이 해고됐다, 그래서 싸웠다, 하지만 복직되지 못했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원치 않는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집단의 중층적인 갈등과 노조를 통해 의사를 관철시키는 자본의 고도 전략, 이른바 진보진영 안의 타성과 권위주의 등 한 사건에 연루된 복잡다단한 맥락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절망케 한 것은 울산인권영화제쪽의 사전검열을 둘러싼 공방이다. 이른바 진보진영 단체와 갈등을 겪으면서 “더 이상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열혈 지지자들의 설득으로 자신들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작품을 다시 세상 속으로 보내기로 했다.

 

 

글 김아리 기자·사진 윤운식 기자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