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밥꽃양 감상문]자본과 노동자 사이에는 평화란 없다

참된 2009. 2. 20. 04:15
[밥꽃양 감상문]자본과 노동자 사이에는 평화란 없다

편집실 chamnews@jinbo.net  참세상  2001년11월06일 10시30분

 

 

뜨거웠던 98년 정리해고 분쇄투쟁이 있은 지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많은 동지들이 정리해고나 무급휴직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고 1만여명에 이르는 희망퇴직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 역시 정리해고를 당해 2년 동안 회사 밖 생활을 하다가 복직되어 오늘도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그때를 가슴에 안은 채 콘베어에 몸을 싣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지난 10월23일, 98년 투쟁 당시 가장 치열하게 투쟁했던 식당여성조합원들의 투쟁을 그려낸 [밥?꽃?양] 영화를 보니 당시의 안타깝고 처절했던 상황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여성노동자 투쟁 보고서’라고 이름 붙여진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 투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투쟁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이켜보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현재까지도 277명의 정리해고 된 동지들은 명예가 회복되지 않은 채 복직만 되었을 뿐이고 그중에서도 식당 여성조합원들의 경우는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노조식당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회사의 임의적인 해석에 희생된 동지, 그들은 지금도 자기가 왜 정리해고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식당 여성조합원들이 왜 전체가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98년 정리해고에서 희생양이 되었던 동지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은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현대자동차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아픔의 상처를 갖고 생활해 갈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의 목숨 줄인 생존권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잘라냈다.
 

그러나 정작 목숨줄이 잘려나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저항한 우리 노동자들은 “설마”, “혹시나” 하는 여린 마음으로 자본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항하여 투쟁하지 못했다. 그 이후 정리해고자, 무급휴직자는 물론이고 희망퇴직한 동료들이 겪었어야 했던 생활은 너무나 비참했다. 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노동자의 생존권이 아무리 절박한 것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어떠했는가!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 또한 그 속에서 기본적인 저항 밖에 없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식당여성조합원들의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 속에 묻혀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왠지 허전함과 왜 그 때 자본에게 노동자의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면서 다시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자의 싸움 속에서는 한 치의 여유로움조차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빈틈을 항상 자본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자본과 노동자 사이에는 평화란 없다”는 인터뷰 속 한 동지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