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에서 캔 ‘외로운 진실’…태백 탄광촌 화가 황재형 개인전 | |||||||
태백|글 임영주·사진 이상훈기자 minerva@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7년 12월 04일 17: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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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촌에 불이 꺼지고 비까지 뿌리자 사위가 깊은 어둠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 너머 탄광촌으로 가는 통근차를 기다리는 광부들이 우산을 펴들기가 귀찮은지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거나 엉거주춤 서서 비를 피하는 모습이 가끔 서치라이트에 부상되었다가 없어졌다.”(황재형, 샘터 1985년 8월호) 통근차를 기다리는 광부 중에는 “달큰한 젖 냄새를 풍기던” 젊은 곽씨도 있었다. 한 방에서 온 식구가 자는 어려운 광부 살림이었기에 집에 갓난 아이가 있으면 남자에게서도 젖 냄새가 났다. 새벽에 아이를 떼어 놓고 나와서는 비 맞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화가 황재형씨(55)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젊었을 때 구로공단에서 야학도 하고, 마산·창원 공단서 일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막장으로 선택하는 곳이 탄광인 것을 알고 가고 싶었습니다. 1차산업의 근원지기도 하고요. 내가 원하는 강렬한 인간 내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국은 아직도 제3세계입니다. 그 속의 또 하나의 제3세계가 탄광이에요. 탄광은 역사의 유배지, 산업사회의 유배지입니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 인간의 애환이 숨김없이 질박하게 드러납니다.”
쉽게 내놓지 않고 16년간 고민을 거듭하며 실험해온 그의 작품세계는 다양한 느낌의 회화작품 60여점을 통해 이번에 공개된다. “리얼리스트로서 진실을 놓치지 않는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작가의 말대로다. 석탄, 흙, 돌가루 등을 사용해 두툼한 질감을 넣은 작품도 있고 유화의 광을 매끈하게 살려 그린 작품도 있다. “내가 필요한 곳에 있어야죠. 서울에 잘 안 가는 이유예요. 나도 사람인데 예전 거리, 향수 냄새 나는 사람들 보면 흔들리죠. 브레히트는 시대가 진실을 가리고 있을 때 들춰 보여주는 자가 예술가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감해요. 다 자기가 잘났다고 예술한다면 가려지고 숨겨진 진실은 어떻게 할겁니까.” 작가는 계속 태백에 남아 진정한 미술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카지노가 들어선 탄광촌의 모습도 화폭에 담아낼 생각이다. 관람료 성인 3000원. (02)720-1020 〈태백|글 임영주·사진 이상훈기자 minerv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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