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그림

[전시]광부화가 황재형씨 16년만에 개인전

참된 2008. 11. 15. 04:37

[전시]광부화가 황재형씨 16년만에 개인전

 

   

 

용호선기자  강원일보  2007-12-3

 

 

◇황재형씨 作 ‘저당잡힌 풍경’.
태백, 그 막장의 희망을 말하다

“나역시 반짝거리며 날리는 탄진 속에서 검은 손으로 떨어지는 탄 알갱이를 도시락에서 집어 버리면서 그들처럼 달게 도시락을 비울 수 있었다.

허심탄회한 농담에 실없이 나오는 웃음 속의 흰 이.

쪼그려 앉아 머리를 맞대고 보니 그 굴속은 어머니의 뱃속같기도 했다.

그들의 모습은 나의 가슴에 화인처럼 찍혀져 남고 급기야는 나를 이곳에 묶었다.” - 작가노트에서

뜨내기가 아니다.

누가 뭐래도 태백사람이다.

광부화가 황재형(55)씨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 온 그가 가족과 함께 강원도 태백으로 간 때가 1983년.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작가였기에 ‘빨갱이 작가’ ‘운동권 위장취업자’라는 오해도 무수히 받았다.

그후 24년, 황씨가 진정한 태백사람이 되어 서울에 갔다.

4일부터 내년 1월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초대 개인전을 갖기 위해서.

1991년 후 16년만에 여는 개인전에 내보이는 작품은 삶의 터전이 된 태백을 뜨내기가 아닌 주민의 눈으로 그려온 그림 60여점.

오늘을 사는 태백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그들 태백사람들이 굴절된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말을 하는 그런 그림이다.

그래서 전시회의 타이틀이‘쥘 흙과 뉠 땅’이다.

“부옇게 탄진이 날리는 갱도에서 버려진 갱목을 놓고 안전등을 서로에게 비추며 앉아 먹었던 점심은 삶의 연민과 진실이었다”고 밝힌바 있는 그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잠자리가 편안한 사람들에게는 각성을, 잠자리가 편치않은 사람들에게는 휴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다.

한국의 진정한 리얼리즘 작가라는 평가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전시회를 열고 싶어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화랑에서 초대전을 마련해 준 이유다.

건강 등의 이유로 더이상 광부생활을 할 수 없어 어린 학생들 그림지도를 하며 살아 온 황씨다.

그러나 태백으로 스며들 때의 초심, 그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삶의 진정성과 시대정신을 직시하며 미술의 역할을 모색해 온 작업의 여정을 한국미술의 중심지에 펼쳐 놓는 것이다.

세상속에서 살아 숨쉬는 미술, 그 작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말하게 하기 위해서….



늘 그랬듯, 황씨가 요즘 그리는 그림 역시 ‘오늘’이다.

전시회에는 시커먼 탄가루가 흘러든 개울가 위로 비치는 노란 석양빛, 한겨울 칼바람에 먼지처럼 날리는 골목의 잔설 등 그가 그려낸 태백은 삶의 무게에 눌려 남루하지만 그 나름의 낭만도 담고 있다.

따뜻한 시선이다.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16년간 그린 대표작을 모아 내보이는 전시회이기에 가로 8m의 화면에 태백산맥의 장엄한 풍경을 그린 대작도 소개된다.

서울대 정영목 교수는 전시회 도록 서문에서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리얼리즘 작가”라고 평하고, 각각의 사연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가진 조형성 자체에도 주목해볼 것을 권했다.

전시회 개막을 앞두고 그가 말했다.

“이제는 모든 상황을 이해 할 수 있고 가슴으로 품을 수 있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이제야 그림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다.

용호선기자 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