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U대회에 가려진 광주의 그늘

참된 2008. 4. 25. 14:06

▲ 노숙농성 7일째인 23일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장 근처에 원직복직을 바라는 시민 서명이 담긴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U대회에 가려진 광주의 그늘
시청 비정규직 `노숙농성’ 7일째
황해윤 nabi@gjdream.com     광주드림
기사 게재일 : 2008-04-24 00:00:00

“끼워져 있는 줄을 그냥 묶으면 돼!” “꽉 당겨봐”

밤새 내린 비로 날씨가 차가워진 23일. 5·18기념문화센터 사거리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청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플래카드 걸기에 바쁘다. 원직복직을 바라는 광주 시민의 서명이 빼곡히 적힌 20m짜리 대형 플래카드가 막 완성된 참이었다. 보통 플래카드의 세배 길이. 이들이 길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플래카드의 길이는 더 길어질 듯하다.

“벌써 세번째 노숙농성이지. 노숙농성 힘들어. 그걸 말이라고? 그래도 해야지.”

그럴 듯한 천막도 아니고 바닥에 비닐로 대충 바람을 막아 보낸 밤이 7일. 언제 쫓겨날지 모르니 죽으나 사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천막 주위로 U대회 유치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휘날린다. `생산유발 9500억여 원, 부가가치효과 4500억여 원, 고용효과 3만여 명’을 이야기하는 현수막이다.

“일자리 3만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어. 약속도 못지키는데…”

20명도 안되는 시청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도 해결하지 못한 시에 대한 질타다.

“며칠 전에는 서구청 직원 4명이 나와서 치우라고 윽박지르고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을 하더라고. 여자들끼리 있으니 만만해 보였나봐.”

천막 주위로는 서구청이 단속해야 할 것들이 널렸다. 가로등에 부착된 홍보물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단속’의 잣대가 불공평하다.

점심때가 되자 각자 싸온 도시락을 들고 천막을 나선다. 앉아 있어도 머리를 숙여야 하는 옹색한 천막에서 밥을 먹기란 불가능하다. 바람불고 먼지 날려도 밖에서 먹어야 할 판이다. 지나가는 한 시민이 “힘내세요”하며 지나간다.

종종 시민들이 응원의 말을 보태고 간다. 차가운 바닥 이불삼아 자도 힘이 나는 이유다.

그나마 이달 말까지 집회신고가 돼 있어서 구청에서도 함부로 천막을 치우지 못하지만 5월 초부터는 어디로 갈지 막막하다.

관변단체들에 의해 시청 주변이 모두 집회신고가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 U대회 유치에 가려진 광주의 그늘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