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스님

"정원스님, 자상하지만 불의에 분노하셨던 분"…분향소 '썰렁'

참된 2017. 1. 10. 18:33

"정원스님, 자상하지만 불의에 분노하셨던 분"…분향소 '썰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임시분향소 마련
장례식 준비 주최 바뀐 탓에 발인일자도 묘연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최동현 기자 | 2017-01-10 17:16 송고 | 2017-01-10 17:18 최종수정

지난 7일 토요일 제11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는 내란사범'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정원스님(서모씨·64)이 전날 끝내 숨진 가운데 스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씁쓸한 분위기였다.

9일 오후 7시40분 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끝내 숨을 거둔 고(故) 정원스님의 임시분향소는 10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됐다.

분향이 시작된 오전 11시 분향소의 공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분향소 한쪽에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보낸 근조기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낸 화환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향을 위해 방문한 조문객의 수도 20여명에 불과했다.

정원스님의 분신 직후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10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원스님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2017.1.1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정원스님, 자상하고 불의에 분노했던 실천주의자"

하지만 분향소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흠뻑 젖어들고 있었다.

'박근혜 즉각구속 요구 정원 큰스님 분신항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집행위원을 맡았던 강모씨(51·여)는 "비상대책위 공식 홍보 페이스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인의 페이스북을 찬찬히 살펴봤다"며 "그분은 박근혜 정부에 항거하고 시위하는 당신의 모습을 한 번도 남에게 보이지 않았고 내세우지도 않았다. 글을 읽으며 고인이 항상 고민이 많으셨던 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페이스북을 보면서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충무로 행복사에서 정원스님과 1년 남짓을 함께 했다는 보혜스님(47.여)도 " 평소에 항상 자상했지만 불의를 보면 굉장히 분노하셨던 분이었다"고 회상하며 "정원 큰스님의 뜻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도록 촛불이 불꽃처럼 일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원스님을 자유분방한 실천주의자로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송무호씨(66)는 "어떤 단체나 종교 한 곳에 메여있기보다 자유롭게 나름의 뜻을 가지고 생각을 실천하며 사신 분이셨다"라며 "단순히 도 닦는 데 치중하지 않고 하나라도 깨우치고 깨달은 대로 행동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참 자유롭고 자주적인 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평했다.

정원스님이 숨을 거둔 지난밤 위문을 하러 왔다가 조문을 하고 간 유명인사도 있었다.  

전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위문을 오는 길에 입적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대선부정 소송과 박근혜 대통령 처벌을 주장하시면서 촛불민심과 함께하시던 분인데 소신 고양으로 입적하신 상황이 참 당황스럽다"며 안타까워했다.

10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장 관계자가 고 정원스님의 빈소를 단장하고 있다.2017.1.1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장례 첫날 비대위 총사퇴…주최 측 동력 잃고 장례절차도 오리무중

정원스님의 분신 직후 뜨거웠던 관심에 비해 장례식 첫날 조문객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이유 중 하나로 정원스님의 유가족으로부터 일체의 사후절차권한을 위임받은 비대위가 동력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

김철한 비대위 대변인은 "정원스님이 입적한 9일 오후 10시30분 회의에서 현 비대위 집행위원들이 총사퇴하고 일체의 권한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위임하고 비대위는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원스님이 입적하고 장례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비대위 내에서 구체적인 장례절차나 주최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았다"며 "비대위가 장례절차를 주도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고 퇴진행동에게 권한을 위임하기로 한 것"이라며 비대위의 갑작스러운 해체 이유를 설명했다.

또 김 대변인은 "10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던 대표자 회의는 물론 브리핑 계획도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원스님의 임시분향소가 설치됐지만 장례식을 주도할 퇴진행동 주최 측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장례절차가 나오지 않은 데다 발인날짜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정원스님의 장례절차는 이날 오후 6시 긴급대표자 회의를 열어 구체적으로 확정할 것"이라며 "회의를 거쳐 앞으로의 계획 등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