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경님

“블루스는 가장 솔직한 음악… 많이 들어보세요”(2010.5.25)

참된 2016. 2. 29. 03:05






“블루스는 가장 솔직한 음악… 많이 들어보세요”

글 박경은·사진 김기남 기자 king@kyunghyang.com   경향신문


ㆍ데뷔 20주년 맞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데뷔 20주년을 맞은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51). 지금껏 그의 음악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2003년 블루스의 고향인 미국 멤피스에서 열렸던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초대됐을 때다.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자신의 연주 동영상 덕에 전 세계 블루스 뮤지션의 잔치에 초청받았던 그는 현지에서 ‘영(young) 에릭 크랩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일본, 노르웨이 등 세계 블루스 음악계의 큰 잔치마다 그의 이름은 초청명단에서 빠지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전국 투어 공연도 했을 정도다.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과소평가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년 됐는데 국내에선 여전히 제 이름이 생소하지요. 외국에서 오히려 더 유명하다니까요. 음악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가 외국 무대였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서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동남아를 가봐도 우리나라처럼 블루스음악의 저변이 없는 곳을 찾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서 지금까지 해 온 일이기 때문에 즐거웠고 후회도 없어요.”

청소년기를 기타 연주, 팝음악과 함께 보냈던 그는 1990년 1집 음반을 낼 때만 해도 음악을 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84년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고 영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던 그는 밤에 아르바이트 삼아 클럽에서 블루스 밴드 활동을 하며 틈틈이 곡을 썼다. 힘든 외국생활이었지만 음악은 그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됐다.

고교시절 푹 빠져 있던 음반들이 모두 블루스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흑인들에게서 유래돼 현대 팝음악의 기본이 된 블루스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낸 가장 솔직하고 인간적인 음악”이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한국에서 더 많이 들려주고 싶었어요. 6년 만에 돌아와 음반을 낸 것도 그 때문이지요. 처음엔 음반만 내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옷가지만 몇 벌 챙겨온 게 전부였는데 어쩌다보니 그 길로 눌러앉게 됐지요.”

1집에 실렸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고 김광석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던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 이외에도 ‘외로운 방랑자’ ‘부르지마’ ‘플레이 더 블루스’ 등 여러개의 히트곡이 있다. 그러나 그를 대중적으로 각인시켜준 것은 정통 블루스가 아닌 포크음악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나 혼자 블루스음악을 하겠다고 고집한 것도 아니었는데 미디어가 외면하다보니 하는 사람도 없고 대중들도 쉽게 블루스음악을 접할 수 없게 됐죠. 그런데 해외 페스티벌에 가면 많은 뮤지션들이 한국 블루스음악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국의 블루스 페스티벌에 초대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럴 때마다 대충 얼버무리는데 창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요. 오죽했으면 제가 일본에서 공연할 때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저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해서 전국 투어를 함께 다니기도 했다니까요.”


간혹 주변에서 “왜 장사가 안되는 블루스만 고집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가장 자신 있는 일이고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한결같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기념콘서트를 오는 29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갖는다. 포크가수 김도향과 방송인 김광한이 이번 무대에 함께 선다. 또 지난해까지 라이브 무대에서 부른 곡을 모아 20주년 기념 라이브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다. (02)388-7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