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경님

김목경의 김치 블루스, 해외선 결코 외롭지 않네(2011.12.24)

참된 2016. 3. 1. 17:34

[Why] 김목경의 김치 블루스, 해외선 결코 외롭지 않네

입력 : 2011.12.24 03:06 | 수정 : 2011.12.25 10:30    조선일보


한국의 에릭 클랩튼
자카르타 페스티벌 2년 연속 초청 받아
블루스 본고장 美서도 실력 인정해 공연 "우리도 블루스 축제를"

해외 블루스 페스티벌에서 더 유명한 한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자카르타 블루스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자카르타=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한국 블루스 음악은 적도(赤道)의 습한 열풍도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한국의 에릭 클랩튼'이란 별명으로 외국에서 더 이름난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52)이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자카르타 블루스 페스티벌 2011' 무대에 올랐다. 이날 밤 그가 1967년산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를 뜯기 시작하자, 인도네시아의 블루스 팬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블루스 리듬에 박자를 맞췄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자카르타 블루스 페스티벌은 자카르타 시내의 스포츠 시설인 '이스토라 스나얀'에서 열렸다. 야외무대 2개를 비롯한 총 5개의 무대에 온종일 38개 블루스팀이 올라 공연을 했다. 이 가운데 김목경의 밴드는 두 번째로 큰 '블랙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맨 마지막에 공연하는 팀)였다. 그는 작년에도 이 무대에 초청받아 연주했다. 가장 큰 무대인 '레드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는 에릭 클랩튼에게 블루스를 가르친 영국의 전설적 뮤지션 존 메이올(78)이었다. 이 밖에도 '동양의 B B 킹'이라고 불리는 일본 뮤지션 션 기쿠타, 인도의 블루스 밴드 '소울메이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 외국팀 외에 이날 공연한 인도네시아 밴드만 27개 팀, 관객 수가 5000명에 이를 만큼 인도네시아의 블루스 열기는 뜨거웠다.

김광석이 불러 유명한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원작자인 김목경은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유명하다. 그는 '블루스의 고향'인 미국 멤피스의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사흘간 공연했고, 노르웨이·일본·대만 등 주로 외국 무대를 누비며 한국 블루스를 알리고 있다. '한국의 에릭 클랩튼'이란 별명은 노르웨이 현지 신문이 그의 공연 리뷰에서 썼던 표현이다. 자카르타 무대에 서기 전인 지난달 20일엔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무라사키 블루스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록 음악의 뿌리가 블루스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블루스를 잘 모르고 록 뮤지션들조차 블루스를 연주하지 않죠. 그러니까 한국 록 음악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겁니다. 블루스가 빠져있으니까요."

어렸을 때 컨트리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고교 시절 우연히 블루스 음반을 접한 뒤로 블루스 기타를 천착해왔다. 1984년부터 90년까지는 영국으로 건너가 블루스 밴드를 했고, 이후 귀국해서 20년 넘게 한국 블루스를 외롭게 이끌어가고 있다.

페스티벌에 함께 출연한 ‘에릭 클랩튼의 스승’ 존 메이올(가운데)과 김목경. 왼쪽은 메이올의 아들 샘.
"대만네팔에도 블루스 페스티벌이 있을 만큼 블루스는 중요한 음악 장르인데 한국에는 없어요. 한국에서 페스티벌을 열려고 해도 참가할 만한 국내 밴드가 10개팀도 안될 겁니다." 그는 "블루스 음악에도 정부나 기업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문화예술 지원 예산에서 여행경비만 대준다면 1년 내내 외국 페스티벌에서 한국 음악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밤에도 섭씨 25도를 오르내리는 야외무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던 그가 블루스 고전 '갓 마이 모조 워킹(Got My Mojo Working)'을 끝으로 공연을 끝내자 인도네시아 관객들이 박수 치고 휘파람을 불며 앙코르를 요청했다. 김목경과 그의 밴드 멤버인 안동열(키보드), 이재훈(베이스), 신호범(드럼)은 역시 블루스 스탠더드곡인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작년에도 김목경의 공연을 봤다는 관객 자야 할림(52)씨는 "김목경의 끈적한 기타 사운드와 깔끔한 무대 매너가 마음에 들어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올해 이 페스티벌에 처음 왔다는 대학생 리아나 쿠스나디(21)씨는 "K―팝 인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 높은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한국에 훌륭한 블루스 뮤지션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목경은 내년에도 이 축제에 이미 초청받았다. 그는 "이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아시아 블루스 협회'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