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열사

잊지 않으마,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 윤주형 열사

참된 2015. 2. 1. 20:52

노래공장 그 해 겨울나무   http://plsong.com/xe/index.php?mid=music&category=1793&document_srl=1834(출처 피엘송닷컴)




잊지 않으마,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 윤주형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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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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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동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

1월28일은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 윤주형의 기일이다. 벌써 2주년이다.

2013년 1월28일 그는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자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불귀의 객이 됐다.

윤주형은 2007년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구)기현에 입사해 비정규직 철폐와 민주노조 사수 활동을 전개하다 2010년 4월20일 대의원대회 진행 중에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된 이후에도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분쇄를 위해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등에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후 불우했던 가정사와 가슴 아픈 사랑이 알려지면서 청년노동자 윤주형의 죽음은 우리에게 충격과 슬픔을 더하게 만들었다.

당시 황망하게 조문을 한 필자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대표로 불가피하게 일본 방문을 하게 됐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로 구성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원자력 안전 실사단의 방문 일정이었다. 장례식장에서의 온갖 논란을 일본에서 보고받던 필자는 방일 3일째 되는 날 실사단과 일본측에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귀국해 장례식장으로 다시 달려갔다.

장례식장에서 기아차해복투와 활동가들의 대책회의에 참석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비정규 해고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집행부의 태도, 장례식장에서 벌어졌던 온갖 행태들, 장례투쟁 계획과 관련해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었고, 나 또한 격분을 금할 수 없었다.

그의 죽음은 정규직 노조관료들의 한계와 횡포,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였다. 해고자 인정문제로 이미 심하게 상처를 받은 해고자 4명 중 한 명인 윤주형은 죽기 얼마 전에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나에게 기아차해복투와 간담회를 요청했다. 흔쾌히 대답은 했으나 그의 죽음과 함께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해맑은 미소와 표정으로 간담회를 요청하는 그에게서 죽음의 그림자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해고자 특유의 미소 뒤에 숨긴 고뇌 정도는 읽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해고생활의 고충을 참 잘 갈무리하고 있다는 예단과 감탄을 할 지경이었다. 그 해맑은 웃음이 슬픔이었고 속 깊은 눈물이었음을 올곧게 헤아리지 못했다.

수많은 열사투쟁과 죽음을 마주했지만 윤주형 열사의 예기치 못한 죽음은 참으로 뼈아픈 경험이었다. 2012년 대선 이후 죽음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던 터라 극도의 긴장 속에서 해고자들을 챙기던 상황이었다. 평소에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활동이 포착되지 않은 해고자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밀착시키거나 수소문했다.

하지만 윤주형은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정도의 보고만 받고 집중주시의 대상 밖에 두고 있던 해고자였다.

어차피 모든 대상에 대해 접근과 위무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긴장의 시기에 주의대상 범주 내에 대부분 포괄되기에 애초에 대상으로 선정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항상 밝은 표정의 해고자 윤주형에게 오히려 주목했어야 했는데…. 장례를 치른 고요한 모란공원에서 그에게 꽃을 바치던 날 회한에 젖어 약속했다.

“윤주형 동지의 뜻을 잊지 않으마.”

2주년 기일을 맞았지만 아직도 그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는다. 지난 2년 동안 모란공원에 일정이 있어 들를 때마다 묘소를 찾아 그가 이루지 못한 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대한 꿈과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되새기곤 한다.

쌍용차범국민대회가 열린 지난 25일 저녁 7시에 그가 참 많이도 오갔던 대한문 앞에서 '윤주형 열사 정신계승 2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무대 걸개그림에는 이런 글귀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민주노조 “답게”.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였던 윤주형은 그의 아픈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노동운동의 지향과 과제를 묻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자 복직,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민주노조운동’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 (hdlee2001@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