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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에게 묻다 '염쟁이 유氏' 연극배우 유순웅씨(2013.11.24)

참된 2014. 12. 1. 03:15

 

     
        피플파워 - '염쟁이 유氏' 연극배우 유순웅씨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에게 묻다
'염쟁이 유氏' 연극배우 유순웅씨
       
              임영훈 limyh86@gmail.com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등록일: 2013-11-24 오후 7:56:13   충북일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살 아가면서 문득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연극 '염쟁이 유씨'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누적 공연 1천700여 회,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2004년 청주에서의 초연 이래 국내 연극의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염쟁이 유씨(氏)'의 현 주소다. 또한 이 모노드라마의 주인공 연극배우 유순웅씨를 일약 대학로의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객 참여형 2인극 '만두와 깔창'으로 대학로에서 여전히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면 벌써 연극 '염쟁이 유氏'가 공연된 지, 10년을 맞이



"연극 '염쟁이 유씨'로 자고 나니 스타가 되셨지요?"

"2004년 '염쟁이 유씨'를 처음 무대에 올렸어요. 그리고 2년 뒤, 2006년 2월 국립극장에 이어 대학로에서 3개월 공연을 했는데, 7월부터 관객들이 넘쳐났어요. 공연 전에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대박이 난 겁니다. 꿈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절로 실감났어요. 일주일에 방송 인터뷰를 10번 이상 했으니까요. 그동안의 연극은 주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나 코믹한 연극이 전반적인 흐름이었어요. 그런데 '염쟁이 유씨'는 재미도 있으면서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차별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어둡고 무거운 죽음을 이야기하되 즐겁게 풀어낸 것이 인기 비결이랄까요? 세련된 대학로에 그동안 된장 맛 나는 연극이 없었으니까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연극을 통해 수없이 '염쟁이 유씨'로 살아보았으니, 진짜 '염쟁이' 못지않을 것 같은데…"

"아이쿠, 진짜 염은 못합니다. 염하는 행위와 방법은 일종의 연극적 장치일 뿐입니다. '염(殮)'이 모티브인 것은 맞지만, 죽음 앞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사람들의 모습이 주제입니다. 실제로 염하는 장면은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말고는 본 적이 없어요.(웃음) 전문가에게 염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입니다."

"연극 '염쟁이 유씨'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고생이 많았지요?"

"고생이란 표현은 사실 제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전, 번만큼만 쓰고 살자는 주의거든요. 못 벌면 안 쓰고, 많이 벌면 많이 쓰고… 뭐,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니 고생이란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가치기준일 뿐입니다. 사실 '염쟁이 유씨' 가 크게 성공했지만, 제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긴 지금은 돈 쓸 곳이 많아지다 보니,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웃음)"

"이곳 청천에 집도 마련하셨으니 지방인 충북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요? 그리고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배우로 잘 늙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보다는 연기와 삶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죠. 이곳 청천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는 고향에 안착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유순웅 연극을 보기 위해서는 청주로 와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충북 옥산 덕촌이 고향인 연극배우 유순웅씨는 '예술공장 두레' 상임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광대상, 2004년 충북민예총 올해의 예술가상, 2005년 전통연희개발추진위원회 전통연희본공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리뷰] 기업 횡포를 향한 유쾌한 고발, 연극 ‘만두와 깔창’

두 남자의 좌충우돌 영화 촬영
 
심지홍 기자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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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만두와 깔창](연출 김명곤)의 장면 중 만두(왼쪽 김헌근 분)와 깔창(유순웅 분)이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아리인터웍스
   
(뉴스컬처=심지홍 기자) 
“액 션이요~!” 두 남자의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가 펼쳐진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의 유쾌한 촬영 현장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 속에 사회에 대한 풍자를 녹여낸다. 연극 [만두와 깔창](연출 김명곤)은 살길 막막한 이들의 삶 속에 깃든 인간미와 희망 한 줌을 전한다. 
 
# 두 남자의 영화 촬영기 
 
제 목 그대로 만두(김헌근 분)와 깔창(유순웅 분)의 이야기다. 시장에서 각각 만두집과 신발가게를 하는 두 인물이 이끌어 가는 2인극이다. 마당극에 모노드라마를 접목시킨 연극 ‘호랑이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김헌근 배우와 1인극 ‘염쟁이 유씨’로 2천회 돌파의 기록을 세운 유순웅 배우가 각각 만두와 깔창으로 분해 맛깔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보 증을 잘못 서서 위기에 몰린 깔창이 불쑥 만두에게 영화 촬영을 제안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재래시장 영상 공모전을 위한 영화다. 카메라 울렁증을 호소하던 만두는 대상 상금 천만 원을 위해 울렁증을 딛고 협조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만두가 주연 배우이고, 캠코더를 설치해놓고 “액션!”을 외치는 깔창은 일인다역을 맡아 좌충우돌 영화 촬영에 돌입했다. 
 
# “죽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 꼴인지” 
 
영 화 내용인즉, 만두의 증조부인 장돌뱅이 칠성의 이야기다. 가난한 농사꾼에서 땅을 마련하기 위해 장돌뱅이로 길 위에 나선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그렸다. 정당한 방법으로 정직하게 장사하려는 칠성이 독점 판매권을 행사하는 이들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며 영화는 절정에 치달았다. 
 
그 옛날 장돌뱅이의 애환을 그리지만 그들의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두와 깔창이 찍는 영화 속 드러나는 횡포는 현시대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과 연결된다. 기업형 마트가 들어서며 시장에서 내몰린 깔창은 이 나이에 취직도 안 되고, 밑천이 없어 새로 장사를 시작할 수도 없는 처지에 울분을 토해냈다.
 
극에 삽입된 깔창의 여동생 이야기는 현재 사회를 정확히 꿰뚫었다. 우유 대리점을 하다가 본사의 횡포에 못 이겨 결국 사업을 접고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 여동생의 사연은 최근 불거진 대기업의 횡포에 관한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 유쾌하게, 흥겹게! 
 
극의 후반부에서 삶의 애환을 쏟아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흥겹기 그지없다. 만두와 깔창의 과장된 말투와 몸짓은 웃음을 자아냈다. 음악극적 요소를 더해 장면이 바뀔 때마다 흥겨운 음악으로 객석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관 객 소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 식혜를 팔게 하기도 하고, 캠코더를 들고 촬영하는 연기를 시키는 등 관객 참여를 통한 웃음을 끌어냈다. 배우들의 입담에 따라 객석은 마네킹이 되기도 하고 시장 손님이 되기도 하며 즐거움을 더했다.
 
*** 
 
답 이 없다. “죽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 꼴인지” 하소연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화가 치밀어도 쏟을 데조차 없고 막막한 현실 앞에 사는 게 무섭지만, 이들 곁엔 친구가 있고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 흥겹게 웃다가 삶의 애환을 토로하는 분위기의 반전이 다소 급작스럽지만 그 안에 담아낸 현실을 향한 ‘돌직구’와 서민들이 간직한 삶의 희망이 옅은 잔상을 남긴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만두와 깔창] 
작: 김인경 
연출: 김명곤 
공연기간: 2013년 4월 26일 ~ 7월 21일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출연진: 유순웅, 김헌근 
관람료: 전석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