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공원 세울 때까지 조형물로 팽목항 지킬 것”
등록 : 2014.10.23 18:46 수정 : 2014.10.23 21:44 한겨레
마당극 배우 지정남. 사진 광주시민 상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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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배우 ‘말바우 아짐’ 지정남씨
‘광주시민 상주모임’과 시민성금 모아
새달 1일 참사 200일 문화제 때 제막
“기억을 새기는 첫걸음입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형물’ 설립을 추진중인 마당극 배우 지정남(43·사진)씨는 23일 “시민들이 십시일반 뜻과 기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마치 3년상을 치르듯 활동하자는 취지로 이름붙인 ‘광주시민 상주모임’ 회원인 그는 실종자 가족들한테서
‘팽목항에 온 분들이 조금 더 머물며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광주지역 미술인들이 디자인한 조형물은 팽목항 등대가 있는 방파제 들머리쪽에 전시된다. “돌아올 바닷길, 떠나는 하늘길을 밝혀줄”
노란 리본등(위재환)과 진실을 밝혀줄 솟대터(윤정귀)를 세운다. 그리고 10개의 ‘기억의 의자’(신양호)들을 연결해 사람들이
앉아서 기도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차디찬 바다로 떠나보낸 아이들을 위해 꽃과 선물 등을 놓을 수 있는 ‘아이들의 밥상’도
차린다. 해양수산부와 전남도, 진도군에서 조형물 설치에 필요한 허가 절차도 끝냈다. 설치되는 미술 작품들은 이동이 가능하다.
조형물 설치비 2600만원은 광주 광산구의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이 장터를 열어 수익금 1550만원을 보탰고, 나머지는 시민들에게
모금(농협 356-0964-0353-63)하고 있다.
지씨는 “세월호 추모공원이 설립되기 전까지 이 조형물들이 팽목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물들은 새달 1일 오후 2시 광주시민 상주모임과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여는 ‘세월호 참사 200일 팽목항
문화제’ 때 처음으로 공개된다. 화가 홍성담씨가 광주비엔날레 20돌 기념 특별전에 출품했으나 파문 끝에 철거했던
<세월오월> 걸개그림이 문화제 무대의 배경으로 걸린다. 바닥엔 ‘국민이 국가다’ 펼침막이 깔린다. 시각매체연구회는
팽목항 난간에 만화작품을 전시한다.
“방파제를 순례하고 플래시몹을 하고 노란 리본에 편지를 쓰고…퍼포먼스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지씨는 “조바심 내지 않고 이웃끼리 계모임 하듯 동네 촛불모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바우 아짐’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 6월 6곳에서 시작한 동네 촛불모임이 지금은 17곳으로 늘었다”고 했다. 매주
화요일 아침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을 보러 오는 세월호 유족들을 맞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지씨는 “나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함께 숟가락만 들어도 태산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놀이패 신명의 단원으로서 마당극 무대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새달 8일엔 경남 밀양의 ‘송전탑 할매들’을 찾아가 <꽃같은 시절>을 공연한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생각나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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