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

첫 노동시인 박영근기념사업회 발족한다 27일 인천시 부평 신트리공원 내 박영근 시비 앞(2014.9.18)

참된 2014. 11. 28. 01:16

첫 노동시인 박영근기념사업회 발족한다

27일 인천시 부평 신트리공원 내 박영근 시비 앞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진정한 노동자 시인 박영근. 사후 8년 만에 그를 추모하는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가 꾸려진다.
‘저 꽃이 불편하다’고 읊었던 첫 노동시인 박영근(1958∼2006). 그가 부활한다. 인생 절정기인 2006년 5월 11일 48세에 훌쩍 떠난 그를 기억하는 문우들이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를 만든다.

9월 27일 오후 4시 인천시 부평구 신트리공원 내 박영근 시인 시비 앞에서 발족하는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는 초대 회장에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이구가, 사무국장은 시인 박일환이 맡는다.

부인 성효숙씨를 비롯해 정세훈 김환영 서홍관 허정균 박수연 김해자 유채림 김주대 김창길 최병일 씨 등이 운영위원으로, 김정환 나종영 도종환 백무산 유동우 이은봉 홍학기 씨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민 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이자 1980년대 노동시의 지평을 열었던 박 시인은 1974년 전주고를 중퇴하고 상경해 서울 양천구 신정동 뚝방촌에서 공장 노동자로 살며 시를 써왔다. 1985년 서울 구로에서 인천 부평으로 이사한 후 25년 동안 살다 떠났다.

박 시인은 구로·부평공단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1981년 시문학지 ‘반시’에 ‘수유리에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뒤를 이어 박노해 백무산 등 노동자 출신 시인들이 잇따라 등장해 1980년대 이른바 ‘노동문학’을 꽃피웠다.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1984)에 이어 1980년대 치열했던 노동운동의 실상을 담은 ‘대열’(1987),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그린 ‘김미순전’(1993),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의 몰락과 인천의 운동권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와 존재에 대한 아픈 성찰을 담은 ‘저 꽃이 불편하다’(2002), 그리고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를 잇따라 펴내며 노동자 시인의 길을 올곧게 지켰다.

2012년 9월 1일 박영근 문우들은 부평 신트리공원 안에 박영근 시비(詩碑)를 건립했다. 시인의 육필 원고를 그대로 새긴 시비에는 박영근의 시 ‘솔아 푸른 솔아-백제 6’이 새겨졌다. “부르네 물억새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솔아 푸른 솔아-백제 6’ 부분)

박 시인의 부인이자 노동미술작가인 성효숙씨는 “박 시인은 흔히 노동시인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작품은 노동시이기 이전에 존재에 대한 성찰”이라며 “시가 쓰일 당시의 시대와 현재의 피폐해지고 어두워진 삶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담겨 있는 박 시인의 작품들이 현재에도 읽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010)8206-2430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