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파업은 협상의 무기였다.
그들에게 파업은 협박의 도구였다.
그들에게 연대투쟁은 거추장한 짐이었다.
그들에게 노동해방은 플래카드였을 뿐이다.
그들은 노동자이기도 했지만.
비정규직에겐 상전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철 밥그릇을 굳게 믿었기에
비정규직의 피눈물은 무관심이었다.
그들끼리 싸워도 챙길 수 있다는
그들의 투쟁전술은 착각이었다.
자본가와 권력이 양동작전을 개시했다.
고임금을 까면서 선무공작을 강화했다.
본때를 보여주자 공안정국을 조성했다.
보수언론이 달려들어 개처럼 물어뜯었다.
대의로 무장된 결사항전이 아니었다.
귀족 노동자들의 떼밀린 파업이었다.
규찰대를 조직하고 머리띠도 묶었다.
파업가를 부르다 눈시울 붉어지기도 했다.
이웃의 손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지만
동지애는커녕 동료애도 없는 파업이었지만
연대투쟁을 호소하며 가두선전을 폈지만
개나 소나 웃었고 이웃은 대신 등 돌렸다.
협상과 협박의 귀재였던 그들은
공권력 투입소식에 우왕좌왕했다.
위원장이 구속되고 출두명령서가 날아들자
비루한 개처럼 슬그머니 꽁무니 뺐다.
혼비백산 흩어진 농성 장소에서는
증권시황표와 낚시 물때표가 발견됐다.
출처 : 숲
글쓴이 : 침묵보다묵상 원글보기
메모 :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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