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든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
현대차 전 공정 994명 전원 정규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18일 오후 1시 50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994명 전원이 현대차와 직접 고용관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지위확인청구를 한 원고 전부에 대해 피고인 현대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총 소송을 제기한 994명 중 신규채용 되거나 소를 취하한 원고를 제외한 전원이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게 된 셈이다.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의 적용을 받는 931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청구한 임금 소송도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931명 원고들이 모두 파견근로자로서 2년 이상 피고 사업장에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고용간주조항에 따라 위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임금 청구 부분은 일부 인용된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의무 조항의 적용을 받는 62명의 노동자는 2년이 지난 후 회사에 고용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회사가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금 상당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현대차가 원고들에게 각각 214억 4882만 원과 16억 492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엔진, 생산관리, 품질관리 등 전 공정에 소속돼 있다. 결국 법원이 현대자동차 전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900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정규직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두고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판결을 통해 현대자동차 전 공정이 불법파견이며 사내하청 노동자의 전원 정규직화가 입증됐다.
앞서 1900명에 달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0년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3차례에 걸쳐 판결을 연기하는 등 3년 10개 월 가량 재판이 지연돼 오다, 18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10년 불법파견 투쟁 결실...노동자들 눈물, 환호 뒤섞여
“우리 10년 투쟁 옳았다는 것 확인됐다...정규직화 위해 투쟁할 것”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빠져나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불법파견 투쟁 10년 만의 성과이자, 4년간의 기다림 끝에 얻은 판결이었다. 8일째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박현제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재판 직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법원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법률대리인인 김태욱 금속법률원 소속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의 적용을 받는 원고들과,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을 받는 원고들 모두 현대차와 근로자 파견 관계이며,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됐거나 고용의무를 인정받게 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대차는 그동안 최병승 판결을 두고 의장공정만 해당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법원은 모든 공정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으로, 사실상 사내하청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8.18 특별채용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는 향후 이번 판결을 근거로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성욱 현대차 울산비정규직 지회장은 “이제 범법자 정몽구가 구속돼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우리는 이후 현대차에 당사자로서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등,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8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한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결국 우리의 10년 투쟁이 옳았음이 확인됐다”며 “회사의 신규채용과 특별합의가 사기라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는 정규직 전환 시 까지 투쟁할 것이며, 기필코 정규직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현제 조합원 역시 “우리의 요구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더 이상 우리 동지들이 현장에서 용역들에게 머리가 깨지고 다쳐서는 안 된다.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까지 싸울 것이며, 현대차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18일 전면 파업 후 서울로 상경한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오후 3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