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운동

"진보정치 재구성, 진보당 배제해선 안돼" [진보4당 핵심활동가 집담회 ②] 진보4당 "언젠가는 함께 가야"

참된 2014. 9. 13. 15:18

 

진보정치의 희망은 있는가? 6·4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적 주변화에 내몰린 한국 진보정치에 대한 조롱과 냉소가 만연하다. 정치전문가들 역시 수많은 주문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대부분 '외부 시각'에 머문다. 당사자들은 진보정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전망할까? 몇 차례에 걸쳐 진보정치 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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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8월 22일 통합진보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이후 분당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혁신파측인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구당권파측인 이상규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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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분당, 진보진영에 큰 상처... 결국 박근혜만 득 봤다")에서 이어집니다.

- 결국 진보정치 분열의 원인이 뭐였다고 보나? 바꿔 말하면, 다시 힘을 합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뭔가?

김종철(노동당) : "정의당은 통합진보당과 다시는 함께 못한다는 입장 아닌가? 노동당도 이번에 유선희 후보와 단일화한 것에 대해 반발이 컸다(7·30 동작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김종철 후보는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지만 노동당 내 반발이 있었다.-기자 말). 난 정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기위에 제소됐고 당대표단에서 경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평당원들은 2008년 분당과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믿음이 없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반발도 컸다.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것이 크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런 감정적인 적대를 계속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패권문제는 서로 서로 다 있었다. 다수파만이 아니라 소수파도 패권이 있었고, 어느 조직에서나 나타나는 문제다. 그러나 소수파의 패권은 어쩔 수 없는 문제고 다수파 패권이 주된 갈등으로 나타나는데, 위에서 대의를 가지고 눌러야 갈등이 봉합된다. 그러려면 지향점이나 중요한 현실문제에 대해 당원이나 활동가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북관의 문제는 여전하다. 사회적으로 볼 때, 통합진보당은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옹호자 위치에 있다. 최근 내란선동 사건도 그런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북에 대해 '비판적인 포용자'의 위치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당 당원들을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설득하기 어렵다. 또 정의당은 전체 정당 중에서 가장 새정치연합에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성을 오래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만일 그렇다면 진보재편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정태흥(진보당)
: "2011년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한 통합은 수구·보수 세력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었다. 한 때 신자유주의를 주창했던 사람들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창하면서 변화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진보대통합 대상으로) 포함하는 게 옳았다고 본다. 통합진보당 창당은 근본적인 정치변화를 위한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다만 그 이후에는 분당되었기 때문에 차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2012년 분당 때도 종북 프레임이 또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경기동부 이야기를 하면서 민혁당 후신들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했다고 색깔론 공세를 폈다. 수구세력이 통합진보당 프로젝트를 파괴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했는데, 유시민의 애국가 논쟁이 나오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집단이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대북관 관련해서는 항상 우리에게 세 가지를 물어본다. 북핵, 북한인권, 3대세습. 당이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걸 확인하지도 않고 '애국가 왜 안부르냐', '세습 어떻게 보냐', '이정희는 왜 싸가지 없냐'고 묻는 식이다.

통합진보당 강령에 한반도 비핵화가 있다.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핵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역시 보편적인 인권 기준에 입각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정희 대표가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우리는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3대 세습과 관련해서도 이정희 대표가 공식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에 좋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를 정면으로 반대하면 남북관계가 대립되기 때문에 나온 입장이다."

김종철 : "주어가 빠져 있는 것 아닌가? 당이 지향하는 바를 표명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이 북에 대해 비판적인 포용자가 되려면 비판할 때 해야 하는데 비판의 주체는 항상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통합진보당이 '우리는 비판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대북관 문제는 사실 뜨거운 감자다. 이 문제는 정의당에서도 불거질 수 있는 문제 같다. 참여계, 진보신당계, 인천계가 모여 있는데, 참여계와 진보신당계는 인천계의 대북관을 비판하지 않나?

정연욱(정의당) : "정의당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동병상련을 겪었다. 진보신당에서, 통합진보당에서, 참여당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아픔을 겪지 말자는 입장이다. 다양한 정파를 존중한다. 물론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게 불거졌던 게 2013년 9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정의당이 찬성했을 때다. 내가 주도해서 체포동의안 반대 서명을 받았고, 지도부가 전국당회의에서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대북관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입장이 있고 단일하지 않지만, 여러 정치적 의견을 존중한다. 밖에서는 애매모호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게 우리 현실이다. 분단구조의 왜곡된 조건을 고려하면 대북관 문제는 여전히 진보진영이 풀고 갈 숙제다. 참여정부 진영과 진보진영이 정치권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처럼 극우적 상황까지 온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개진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과연 다 할 수 있느냐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한 집단에게 계속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종철 : "정의당은 지도부가 (대북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그렇지 않다. 구체적인 행동이 나와야 한다. 매번 두루뭉술하게 타고 넘어간다는 생각이다. 한반도 비핵화라고 주장할 거면 북이 핵실험했을 때 비판해야 한다. 개인적인 입장을 잠시 얘기 하자면, 주위에서 '왜 통합진보당 이야기를 자주 하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통합진보당이 해 왔던 운동이 우리 (진보)운동의 큰 자산이다. 언제까지 계속 싸우고만 있을 거냐'고 대답한다. 진보진영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큰 지향이 같아야 하는데 (통합진보당은) 걸리는 부분이 있는 거다."

정태흥 : "그렇다고 진보정당에서 반북적인 입장을 취하는 건 동의하지 못한다." 

김종철 : "그래서 비판적 포용자가 되라는 것이다. 북한 인권은 우리가 판단할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없다. 세습 문제도 만일 북이 세습을 안 했으면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핵까지 개발하고 자식한테 권력을 물려줬다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 비판은 알겠는데, '포용'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김종철 : "그렇게 (북을 국민들의 시각에서 비판하는) 스탠스가 되면 국민들과의 괴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이야기(때로는 북을 옹호할 수 있는 주장- 기자 말)를 할 수 있다." 

정태흥 :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것이 평화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불안해야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는 것은 논쟁의 영역이다. 6·15와 10·4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남북이 상호체제를 존중하면서 남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맞다."

"녹색당은 아직 독자성을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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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4당 집담회 진보정치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진보재편을 주제로 녹색당과 노동당,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핵심 활동가들이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녹색당 이보아 탈핵특별위원장, 오른쪽은 정의당 정연욱 용산지역위원장.
ⓒ 손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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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과 정의당, 통합진보당은 대북관이 첨예한 쟁점이고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다. 단지 정체성 문제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문제도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 같다. 녹색당은 좀 다른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이보아(녹색당) : "우리는 다른 진보정당들과 연대는 할 수 있는데, 우리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게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탈성장주의가 우리의 입장인데, 과연 다른 정당들은 여기에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탈핵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새누리당만 빼고 모든 정당의 강령에 탈핵입장이 있다. 그러나 정말 탈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냐면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 탈핵은 탈성장의 맥락에 있다. 한국사회에서 탈성장의 핵심이 탈핵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사회의 진보에 충분하지 않다. 노동자들도 탈핵과 탈성장 사회로 전환하는 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과연 노동자들이 그럴 의지와 지향이 분명한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김종철 : "노동을 강조하다보면 고용이나 일자리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 대부분 성장산업을 생각하게 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프레임을 짜지 말고 다른 프레임을 짜자는 것이 녹색의 주장이라고 본다. 우리는 진정성 있게 잘 해보려고 한다.(웃음)"

이보아 : "진정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의 경제구조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지배하고 있다. 노동조합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노총도 탈핵은 물론이고 핵발전소 폐쇄 입장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용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연욱 : "우리도 녹색이 최고의 가치로 강령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상적으로는 고민하고 있다. 녹색연합 출신인 김제남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진보의 재구성, "특정 정당 배제하지 않는다"

- 각 정당 사이에 대북관이나 녹색에 대한 입장 등 여러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진보4당 구도를 어떤 식으로든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몇몇 전문가들은 정의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을 주문하기도 하고 노동·정치·연대가 주도하는 진보혁신회의(준)에서는 민주노총, 진보교연, 노동당, 정의당 간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녹색당과 통합진보당을 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전망은 어떤가? 

정연욱 : "먼저, 정의당에서 통합진보당과의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식입장은 아니다. 그리고 7·30재보궐 선거 이후 설훈, 김부겸 의원 중심으로 혁신 이야기 하면서 정의당 통합 이야기를 했다. 이후 주위에서 계속 '언제 합치냐'는 질문을 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그럴 의사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 물론 일부 당원들은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의 없다. 각 당별로 자기혁신에 기초한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각자의 성찰이 자기 정당 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정당에게도 신뢰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에야 통합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다. 진보 4당 중 어느 특정 정당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김종철 : "노동당은 진보정당 통합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무르익지는 않은 상황이다. 노동·정치·연대에서 정의당과 노동당이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비공식적으로 접촉이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당 차원의 움직임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의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이다. 큰 틀에서 어떤 정당이든 내용을 바탕으로 통합하는 것에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정의당 쪽에서 과연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우리 당 내에서도 (정의당과의 통합에) 다른 정서를 가진 당원들도 많고... 개인적으로(생각하는 건)는 진보4당이 모두 참여하는 진보대통합이 노선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당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럼 우리가 다른 당에 요구할 것은 통합진보당에게는 대북관, 정의당에게는 과연 진보정당 오래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 노동당은 2011년 진보대통합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의 대북관과 국민참여당의 계급관을 이유로 통합을 거부했다. 그런데 정의당은 국민참여당계와 민주노동당계 일부, 그리고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불복해 탈당한 통합연대계가 모두 모여 있다. 정의당과의 통합논의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아닌가?

김종철 : "예전에 싸운 걸로 치면 30개 정도 정당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따질 수는 없고, 큰 대의와 통합이 정말 필요한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그 기준을 따라 걸림돌이 되는 사사로운 것들은 다 젖혀야 하고, 감정적인 것들도 다 극복할 수 있다."

- 그런 입장이 노동당 내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나?

김종철 : "다수파다. 그런데 아직 모여 보지는 않았다.(웃음)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진보정치혁신회(준)도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보다 못한 노동·정치·연대가 정의당, 노동당에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논의될 수밖에 없다." 

- 특정 정당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진보당은 진보대통합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진보당에서도 타 진보정당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기 어렵다. 진보정치 재구성에 대한 입장이나 의지가 있나?

정태흥 : "6·4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분열된 상태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진보의 단결과 통합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각 진보정당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대중들이 회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으로 인해 당이 해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높은 상황에서도 지방선거에서 정당지지율 4.3%를 얻었다. 또 최근 이석기 의원 내란선동 항소심 재판에서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RO는 없다고 판결이 났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뒤집어지지 않는다면 해산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16년 총선 역시 어렵겠지만 2008년 총선(민주노동당은 2008년 분당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5석을 얻었다 - 기자 말)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자신감과 상관없이 정치가 새누리당의 독점구조이고, 새정치연합도 야당으로서는 최고 의석인데 아무런 대안이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안은 진보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진보의 단결과 통합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칙적인 입장이 있다.

첫째는 지역이나 현장에서의 연대가 견고하게 쌓이면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이런 신뢰가 있으면 설령 정파싸움이 일어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1년 통합과정에는 그런 것이 부족했고 그 결과 2012년 분당으로 이어졌다. 둘째는 통합진보당의 관점과 입장은 얼마든지 다른 정당에서 비판할 수 있는데 왜곡된 사실이나 진실이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는 수용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경선비례부정에서 왜곡된 점, 이를테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부정이 없었는데 마치 부정경선의 책임자인양 되어 버린 점이나 내란 사건에서 왜곡된 녹취록 등의 문제다." 

정연욱 :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있다. 물론 당시 우리의 정보력 수준에서 내렸던 판단과 이후 밝혀진 사실이 다를 수 있다. 이후 차분하게 논의하면 진실과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

- 이 문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 같다. 이제 녹색당 이야기도 들어보자. 녹색당 역시 진보정당 재구성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녹색당 스스로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보아 : "공식적으로는 진보정당 통합에 대한 입장이 없다. 우리는 다른 정당들이 규정하는 '진보'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런 정의에는 우리가 속해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론화는 된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재구성 논의를 거부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다른 진보정당들이) 통합을 잘 하셨으면 좋겠고, 신뢰회복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나서 줬으면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이 아니라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치가 제대로 활동한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좀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다른 녹색당 당원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다. 그럼에도 당분간 녹색당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것이 아직 실험 단계다.

또한 다른 진보정당과의 통합에서 문제되는 건 문화적인 부분이다. 녹색당 모임은 다른 당 모임과 언어와 문화 등 정말 다른 것이 많다. 주위에 노동당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데 통합 논의를 하기에는 문화적인 거리감이 크다. 문화적으로 충돌하면 녹색당으로 어렵게 모인 6천명의 당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녹색당은 기존 정당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더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모아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 같다."

- 녹색당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이보아 : "독자적인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더 실험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시작할 때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고 시작했을까? 그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진보정치 재구성, 아직은 안갯속

- 아직 진보정치 재구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많은 구상들이 공론화될 것 같다. 각자가 생각하는 진보정치 재구성 방향은 뭔가?

정태흥 : "가장 바라는 것은 통합진보당 창당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통합 당시의 가치나 내용, 강령을 바탕으로 다시 모두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렵다면 민주노동당까지만이라도 같이 모이면 좋지 않겠나? 지금이 2008년보다 더 안 좋은 상황 아닌가? 다 합쳐 10%정도 나왔지만 독자적으로 현역 구청장 한명, 현역의원 1명 만들어 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새정치연합은 전망이 없고 무능하다. 국민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갈증이 있다."

김종철 : "진보정치를 재구성한다고 해서 대중 앞에 특별히 새로운 것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하려고 한 것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웃음) 기존에 주장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건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치가 추구할 가치나 정책 노선은 이미 상당히 나와 있다. 뭔가 새로운 걸 매개로 재구성 논의를 하기보다 현재 존재하는 정당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평가하면서 (재구성 방향을) 찾아야 한다."

정연욱 : "새로운 진보정치 재구성 과정은 한국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에 크게 공감하면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게 세월호 사고 같은 거다. 세월호가 국민정서상 후쿠시마(원전 폭발)를 능가할 것이다. 여기 있는 정당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에 공감하면서 싸워 나가야 한다. 보통사람들이 싸우는 현장에 있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보아 : "민주노동당 당원인 시절, 당원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진보정치가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통합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녹색 가치가 매우 중요함에도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에서 녹색당 고유의 역할이 있다. 우리는 힘을 더 키웠으면 한다. 그러면 언제든지 같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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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4당 집담회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핵심 활동가들이 진보정치의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종철 노동당 동작지역위원장, 오른쪽은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
ⓒ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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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리자.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 혹은 자기 정당이 성찰해야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듣고 싶다. 사실 그동안 진보정치가 문제의 원인을 외부나 타정파에게서만 찾고 자기 성찰이 없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오지 않았나?

이보아 : "녹색당은 다른 진보정당의 경험을 잘 배우려고 안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실험을 강조하면서 기성 진보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기존 정당에 대한 경험에서 배울 것도 있고, 그 정당의 존재 이유도 있을 텐데 말이다. 추첨대의원제 같은 녹색당의 실험도 자칫 실험만 하고 끝날 수 있다. 기존 정당 경험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또한,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자각과 행동이 너무 미흡했다. 정치부 기자들이 찾지 않는 정당이다.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실력이 형편없이 모자라다보니, 보도자료를 보내면 우리를 환경단체 취급하는 상황을 뼈아프게 생각한다."

정태흥 : "2012년 분당 사태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한 게 가장 뼈아프다. 진보정당은 노동자 민중 속에 뿌리 내리고 염원을 실현하는 것이 사명이다.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하면서 진보정치에 대한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줄었고, 민주노총도 조합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의미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

또 대중적 면모를 갖추기 위한 자기 노력을 더 많이 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박근혜 정부와 싸우면서 보여준 당원과 당 활동가들의 헌신성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시기에 제기되었던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과제들을 대중적으로 풀어 나가는 힘이 부족했다. 우리가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과연 죽기 살기로 덤벼서 유민아빠처럼 싸웠는지 자문해 봤을 때, 자신이 없다. 다시 출발하려고 한다."

김종철 : "먼저, 원대한 이상에 비해서 실력이 부족했다. 자기 계획을 가지고 오랫동안 뭘 해보지 못했다는 반성이 든다. 독자성을 강조했지만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할 수 있는 내부 준비가 부족했다. 둘째는 우리가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선거연합 등의 문제에 대해 그랬다. 현실에서는 다양하게 전략전술 쓸 수 있어야 했는데,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이런 부분은 조금씩 변화하고 노력해야겠다."

정연욱 : "진보정당이 지금처럼 흩어져 있는 조건 자체가 성찰해야할 점 아닌가? 진보가 하려고 했던 것은 민중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 싸우고 있다. 옳지 않다. 왜 지금 통합 요구와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가? 세부적으로 누가 문제고 어느 집단이 문제라는 식으로 들어가면 어렵다. 운동을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그럼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우리부터 하지 못했다."

갈라져 있는 4개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모인 집담회는 '길어야 3시간'이라는 애초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장소를 비워줘야 하지 않았다면 이 집담회는 속절없이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제한된 시간의 대화로 진보정치의 '위기'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거나 전망에 대한 어떤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으로 그들이 마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보정치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대중은 물론 서로에 대해서도 마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 게다가 이 대화가 '독자'를 가진다는 것에서 진보정치 부활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까? 아니라면, 더 많은 마주봄과 더 많은 소통을 미룰 이유가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 이 집담회는 김은희, 박래훈, 강시원, 안영선, 오은혜, 정규식, 김보연, 윤지선, 이승철, 홍기웅, 홍명근님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속기·정리: 정경윤, 사진: 이고은
* 장소후원: 정치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