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7번의 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삼성, 이제 우리가 바꾸자"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제

참된 2014. 3. 7. 19:50

"7번의 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삼성, 이제 우리가 바꾸자"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데, 생각조차하기 싫은데, 1년에 한 번씩 오네. 너무나 힘들었던 날들을 생각하며 유미 너를 생각해본다. ... 꿈속에서라도 한 번 보고 싶은데, 꿈속에서도 보이질 않네. 보고 싶다. 유미야. ... 영화도 만들었단다. 화제가 되고 있어. 많이 봐주시고 격려해주셔. 이제 우리가 이긴 것 같아. 마음 놓고 편히 쉬어라. 다음 생에는 아프지 말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엄마가.”

  사진 엄명환 [출처: 뉴스셀]

7번의 봄이 찾아왔지만, 부모에게는 시리고 아픈 날들일 뿐이었다. 고 황유미 씨의 어머니 박상옥 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유미 씨를 기억하며 모인 사람들 앞에서 결국 어머니는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눈물을 쏟으셨다.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고 황유미 씨 7주기 추모제 및 반도체 전자산업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여태까지의 추모제 중에서 가장 삼성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날이기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400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사진 이근택 [출처: 뉴스셀]

지난해 3월부터 삼성은 피해가족들과 대화에 나섰고, 8개월에 걸쳐 실무조율을 끝내고 피해 보상, 재발방지 등에 대해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2월 18일 1차 본교섭이 파행으로 끝나고 현재까지 교섭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유미 씨의 아버지이며 교섭단 대표인 황상기 씨는 “삼성하고 대화한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다.”며 “삼성은 피해자 가족들이, 환자들이 다 죽을 때까지 대화한다고만 할 것이냐, 그것이 대화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 피해자 가족과 대화할 의지도 없고, 해결할 자격도 없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삼성재산 몰수하고, 피해자들을 안전하게 치료해주고 보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과 삼성의 탄압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및 여러 노동사회단체들이 함께했다.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든 김태윤 감독과 영화에서 유미 씨 역을 맡았던 배우 박희정 씨, 3월 6일 유미 씨의 기일에 맞춰 개봉한 ‘탐욕의 제국’을 만든 홍리경 감독도 참여했다.

[출처: 뉴스셀]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삼성은 광고에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 하지만, 그 가족이 죽었는데 모른다고 책임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면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가족들, 삼성전자AS 노동자 가족들은 반드시 삼성과 싸워 이길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을 반올림 측에 전달했다.

권영국 변호사(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2014년 현재 반도체와 전자 산업 분야의 직업병 피해자 243명 가운데 193명이, 사망자 92명 중 73명이 삼성에서 일했다"면서 "삼성은 백혈병, 직업병의 왕국"이라고 일침 했다.

송경동 시인은 "겨울나무처럼 말라 죽어간 당신들에게, 죽어서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당신들에게, 삼성은 모든 병원의 근원"이라며 "아직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지만 새 봄이 오고 있다고 유미에게 그리고 이름 없는 모든 당신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진실은 밝혀진다고, 새봄이 저기 오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삼성을 바꿔내기 위한 각자의 바람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삼성 본관을 향해 날리는 상징의식 뒤 반도체 전자산업 피해노동자들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마무리했다.

[출처: 뉴스셀]

[출처: 뉴스셀]
덧붙이는 말

백일자 기자는 뉴스셀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셀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