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철폐투쟁

"현대차 정규직 이기주의 노골화”

참된 2011. 4. 19. 09:01

"현대차 정규직 이기주의 노골화”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경향신문   입력 : 2011-04-18 00:03:34ㅣ수정 : 2011-04-18 00:03:38

 

 

ㆍ노조 단협안에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요구
ㆍ“사내 비정규직·청년실업 사회문제 외면” 비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 자녀의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정규직 신분 세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2~13일 ‘타임오프 저지와 2011년 임단협 승리를 위한 통합상무집행위원 수련회’를 열고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가안)을 논의했다. 현대차노조는 이 과정에서 요구안 ‘채용 및 신원보증 갱신’ 관련 항목에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방식에 대해서는 “가점부여 등 세부적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 파업 이후 대량 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규직 노조의 ‘정규직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공개채용이라는 평등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청년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정규직 세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2011년 단체협약 개정요구안.

 

 

현대차노조는 이 같은 요구안을 18일 울산에서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일부 대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노조의 한 대의원은 “노조의 근본정신 가운데 하나가 차별철폐인데 이 같은 요구안은 정규직의 이익만을 생각한 것으로 이 조항이 통과된다면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18일 대의원대회에서 요구안을 검토한 뒤 반대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4년 이후 생산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사내하청 노동자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현재 8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은 60%에 불과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는 고령화하는 추세이며 매년 200명 정도가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안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비정규직노조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배신감이 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탄압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정규직들의 이익만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을 앞세우면서도 단체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처우개선에 대한 실질적 요구안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직과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무’ 항목에 “회사는 사내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 노력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구체적 내용은 없다. 기타 요구안으로 “사내 협력업체 직원 차량구입비 할인” 항목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선언적 이야기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장교호 공보부장은 “무조건 채용이 아니라 장기근속자가 회사발전에 기여한 공을 생각해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자는 것”이라며 “기아차에서도 채용 시 장기근속자 자녀 가산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정규직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