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

[사실의 힘 르포문학](3)김하경의 <내사랑 마창노련>(상)

참된 2009. 9. 5. 22:20

[사실의 힘 르포문학](3)김하경의 <내사랑 마창노련>(상)

집필까지 꼬박 3년반 사투

 

2008년 09월 30일 (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도민일보

 

 

 

   
 
  김하경 작가가 자료를 모아 집필한 한국 르포문학의 대표작 <내 사랑 마창노련>.  
 

김하경 작가와 9월 중순 그의 진동 집에서 마주 앉았다. 9년 전 발간된 <내 사랑 마창노련>이 그 사이에 놓였다. 앞의 여러 경우처럼 제작과정을 회고하는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백서' 제작이나 단체의 고유한 기록정리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해 작가의 산 경험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내 사랑 마창노련>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부터 1995년 마창노련 해산까지 밭고랑을 만들고 그 사이에 씨를 뿌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현실의 문장으로 정리한 소설 형식의 기록문학이다. 라면 100상자 분량의 자료를 일일이 정리하고, 인터뷰와 현장방문으로 숨을 불어넣은 르포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한테도 줄 수 없어요!" = 1995년 12월에 마창노련이 해체될 때 그는 단체의 부탁으로 이 일을 맡았다. 처음엔 1년을 계획했던 일이 꼬박 3년 반이 걸렸다. 넘겨받은 자료를 보고, 분류하고, 정리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길어졌다. 역경을 단적으로 나타내던 예가 이 집 아래채를 가득 메웠던 라면 100상자 분량의 자료였다.

"분류만 두 번을 다시 했죠. 처음엔 조직이나 쟁의, 운영 식으로 부서별로 분류했고, 다음에는 임투, 노동법개정 투쟁, 노동운동 탄압처럼 주제별로 했어요. 마지막엔 연도별로 또했죠. 결국, 책을 쓰기 위한 분류로 세 가지 분류방법이 종합됐습니다. 분류와 보관을 통해 자료는 생명을 얻게 되죠."

지금 백서를 준비하는 단체가 있다면 염두에 둘 대목이다. 자료의 수집과 보관에 대한 그의 기억은 곧 후배들이 새겨야 할 원칙으로 연결됐다.

 

라면 100상자 분량 자료 분류…정파별 분량 달라 항의 받기도

"책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자료의 보존에 대해서 정말,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지금, 이 자료는 어느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요. 누구에게 가건, 그들의 의도에 따라 유실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정부 사이의 기록인계 과정을 보세요. 전례도 원칙도 없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는 일화를 전했다. 1997년 전노협 백서 13권이 나온 이후 그 자료를 민주노총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는데, 그 직전에 자료 일부가 유실됐다. 당시 민주노총 관계자의 양해 하에 어떤 노인이 이를 리어카에 싣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자료가 누구한테,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그만큼 보존여부가 달라진다는 증거죠. 내가 그 누구에게도 마창노련자료를 줄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창원의 노동사회연구원과 위탁관리 계약을 했다. '김하경이 소유하되, 연구원이 위탁 관리한다'는 것이다. 자료의 대부분은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위해 노동운동자료 DB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의 '한내'에 가 있다. 기록작업의 핵심은 기록의 보관과 매뉴얼 작성. 이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인 '한내'는 올해 만들어져 현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20년사'를 준비하고 있다.

"책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관련 주체별 분량 문제였죠. 왜, 자신들 이야기는 이것밖에 안 되느냐, 왜 이렇게 썼느냐는 거죠."

실제, 책 발간 후 마창노련의 소속 조합별 정파별 불만이 없지 않았다. 그 심정은 책의 하권 '책을 다 쓰고나서'에 나와있다.

"내가 이 책의 배경이 된 시대와 똑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이 책의 시대와 인물들에 대해 조선시대를 돌아보듯 냉정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하여 때로는 감정에 북바치거나 개인적 경험이나 판단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 이 기획취재는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에 따라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되면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