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예술

송경동 시인, YTN의 언론자유 사수를 노래하다

참된 2008. 10. 31. 10:43
송경동 시인, YTN의 언론자유 사수를 노래하다

'오래도록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 발표

 

 김수정 기자 ( rubisujeong@mediatoday.co.kr)    미디어 오늘     2008년 10월 27일 (월) 17:23:34       

 

 

   
  ▲ 송경동 시인 ⓒ진보정치 제공  
 

한국작가회의 소속 송경동 시인이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를 위해 ‘오래도록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 YTN 언론 자유 사수를 위하여’라는 시를 발표했다.

 

송 시인은 “YTN문제가 언론자유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며 YTN노조의 ‘구본홍 출근저지 투쟁’100일을 맞아 이 시를 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4일 'YTN문화제'에서 이 시를 낭독했다.

파업·투쟁 현장에서 시낭송하는 것으로 유명한 송 시인은 현재 기륭전자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철탑농성을 하던 지난 20일 경찰에 연행됐다가 나흘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그는 “YTN의 투쟁은 YTN 하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사회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것들과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전 국민의 입과 눈을 지키는 투쟁인 만큼 힘들더라도 잘 싸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시인의 시 ‘오래도록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전문이다.

오래도록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
- YTN 언론 자유 사수를 위하여 - 

                                                                                    송경동

오래도록 나는
내 글이 글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
글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읽히기를 소망했다
글읽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어, 이건 내 이야기잖아
이렇게 쉬운 글이면 나도 쓰겠네
어, 이런 이야기도 글이 된다면
나도 소설 몇 편은 쓰겠네라고 자신감을 주는
3류 4류 7류 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나는
내 글이 거리에서 읽혀지기를 바랬다
너무 예민해 쉽게 상처받는 연약한 글이 아니라
너무 고상해 좋은 탁자와 조명이 필요한 글이 아니라
너무 고차원이어서 졸음이 오는 글이 아니라
남대문시장 리어카꾼의 리어카바퀴처럼 막 굴려도 되는 글
기름때 절은 장갑처럼 소용만큼 쓰이고 버려져도 좋은 글
시장 좌판에서 듬뿍듬뿍 주어지는 덤과 같은 글
너무 쉽게 외워져 종이는 공중 화장실
화장지 정도로 쓰여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나는
내 글이 꽃이 아닌 무기가 되기를 바랬다
없는 이들이 분노로 드는 창 끝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들이 드는 철퇴
굴종에 불과한 너절한 화해의 말이 아닌
증오의 송곳이 되기를 바랬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의 바리케이트가 되고
양심의 밥이, 정의의 혀가 되기를 바랬다
사실은 가장 편파적일뿐인 중립과 객관을 넘어
반자본, 반전평화의 주관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를 바랬다

KBS가 MBC가 YTN이
그런 말들을 담는 방송이 되기를 바랬다
아니다. 무색무취한 독인 객관만이라도 지켜주는 방송
최소한의 형평과 양심이 지켜지는 방송
민중의 편이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독재자의 거실에 갇힌 앵무새
거짓의 나팔만은 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바램은 쉽게 무너졌다
독재자의 하수인들이 언론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전쟁이다
민중을 향한, 없는 자들을 향한,
곧은 말과 행동을 지키고자하는 이들을 향한
작전의 개시, 도전이다
1975년 동아투위에 대한 모욕이다
1980년에 대한 도발이다
1987년에 대한 음해다
2008년 광화문 촛불들을 향한 전방위적 학살이다
총체적인 총체적인 반격이다

조종을 울려라
권력이 없는 자들이여
가진 게 없는 자들이여
양심의 촛불을 끄지 못해 온밤내 흔들리는 영혼들이여
민주주의가 학살당하고 있다
거리와 광장이 닫히고
우리들의 입에 재갈이 물리고 있다
나의 자유가 나의 표현이
먹구름 낀 하늘처럼 닫혀가고 있다

서서히 서서히
너무도 음산하게 계획적으로
독재가 부활하고 있다
압제가 부활하고 있다
수구가 보수가 부활하고 있다
병든 마음들이 밝은 마음들을
검은 제복들이 다양한 색을
하나의 입이 수만의 혀를
딱딱하게 죽은 형식들이 생기발랄한 내용들을 짓밟고 있다

일어서라
권력이 없는 자들이여
가진 게 없는 자들이여
지켜라
우리 모두의 혀를
우리 모두의 상상력을
만인의 것을 소수의 것으로 하려는 자들에 맞서
사수하라, YTN을
사수하라, YTN을
나의 자유 나의 평화 나의 평등 나의 상상력을

 

최초입력 : 2008-10-27 17: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