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중사

[IS의 유산]②IS 패퇴는 트럼프의 성공일까

참된 2018. 1. 6. 16:42

[IS의 유산]②IS 패퇴는 트럼프의 성공일까

"트럼프의 승리" vs "오바마 정책의 수혜자일뿐"
격퇴전 승리, 毒 될까…테러 부활 우려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8-01-06 10:30 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그들의 역사가 마지막 장을 쓰는 듯하다.

이라크 전쟁의 혼란 속에 나타나 한때 영국과 맞먹는 영토를 차지했지만 3년에 걸친 연합군의 협공을 견디기엔 무리였다. 국제사회는 IS의 패퇴에 환호했다. 

80개국이 참가한 연합군을 주도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모술 탈환전에 이어, 시리아 라카에서도 IS가 패배하자 그 공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IS가 이제야 무너지기 시작한 이유를 "그동안 당신들의 대통령이 트럼프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과연 그럴까.

중동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IS 패퇴를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서로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사설들이 최근까지 잇달아 주요 언론에 실렸다. 

이 주장에 찬성하는 쪽은 보수 진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으면서 IS의 몰락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군의 재량권 확대를 승인하면서 능동적·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해졌고,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에 무기·훈련을 지원하는 등 현지 자원 활용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위상을 다시 세웠다는 점도 보수 진영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 등이 IS에 붙잡혀 희생됐을 때조차 지상군 투입을 망설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무력한 미국' 이미지를 세계에 심어줬다며 강하게 비판했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은 IS를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JV팀'(junior varsity team·2군팀)으로 과소평가하며 다소 소극적인 대(對) IS 전략을 추진했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나아가 러시아와의 큰 충돌을 피하면서 IS를 물리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 논객인 로스 다우닷은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사설 '트럼프가 승리한 전투'(A War Trump Won)에서 "트럼프 시대에 막 돌입하던 2016년 말 중동에 더 끔찍한 일이 생기지 않고도 칼리프 국가가 패배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놀랐을 것"이라며 "공은 우리의 군과 외교관, 그리고 물론 대통령의 몫"이라고 전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가 세운 전략의 수혜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해석이다. 

이들은 미국의 IS 격퇴전이 오바마 행정부 2기였던 2014년에 시작된 점에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IS 격퇴전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합군에 의미있는 전환점이 됐던 모술 탈환전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10월 실시된 점,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팔루자·라마디·티크리트 등 주요 이라크 도시들이 IS로부터 해방된 점, 격퇴전에서 사망한 IS 대원들의 대다수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생한 점도 그 근거로 든다. 

또 이라크·시리아 현지 세력을 지원하는 전략도 미국의 지상군 투입을 지양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아이디어였다고 강조한다. 제니퍼 카파렐라 미국전쟁연구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하거나 승인한 것 중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3의 시각'은 양측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IS가 진정 몰락했는가'라는 전제를 흔드는 의문이다. IS가 영토의 98%를 잃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이 되레 거세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투에서 패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IS 외국인 대원들은 각국 안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IS의 전성기던 2014년 이라크·시리아에 유입된 외국인 대원들은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IS가 추종자인 전 세계 '외로운 늑대'들과 함께 온라인 세계에서 창궐하거나 어떤 곳에서든 '제2의 IS'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IS 격퇴전이 물리적 영토의 축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라크·시리아의 재건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술 재건 프로젝트를 이끄는 압둘사타르 알 하두는 그렇지 않을 경우 격퇴전 승리에 대한 자축이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라며 "테러의 부활이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 모술의 구시가지.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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