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중사

[IS의 유산]①중동에 IS가 남긴 것…'분쟁의 불씨'

참된 2018. 1. 6. 16:05

[IS의 유산]①중동에 IS가 남긴 것…'분쟁의 불씨'

IS 몰락…2018년 부각된 분쟁 지점들
쿠르드 분쟁, 이란의 확장 등…美 중동정책 주목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8-01-06 10:20 송고

시아파 헤즈볼라의 깃발이 이슬람국가(IS) 상징기 위에 꼽혀 있다. © AFP=뉴스1

지난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지도상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국제테러를 자행하며 서방과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도 했던 IS는 작년 시리아에서 자칭 수도 라카를, 이라크에서 경제도시 모술을 잃으며 세력이 급락했다.

물리적 영토가 거의 남지 않아 칼리프 국가의 야망은 무색해졌다. IS 전투원 수는 현재 1000명이 채 안 되며 보유영토는 과거 최대치의 2%뿐이라고 지난달 미군이 추산했다.

하지만 IS의 몰락은 올해 좋기만 한 소식은 아니라고 여러 외신들이 분석했다. IS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각 세력 간 갈등이 격화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쿠르드 분쟁의 시작 △이란 영향력 확대로 인한 패권전 확대 등. IS가 중동을 떠나면서 부각된 2018년의 분쟁 지점들을 짚어본다.

◇ 쿠르드 분쟁의 시작

쿠르드족을 둘러싼 중동 분쟁은 IS 격퇴전에 가려져 잠시 미뤄졌을 뿐이었다. IS가 몰락한 지금, 쿠르드 갈등은 언제 재발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독립국가를 꿈꾸는 쿠르드계 인구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패퇴에 큰 공을 세웠다. 시리아 라카만 해도 쿠르드-아랍 연합군이 탈환해 통제하고 있으며 향후 쿠르드계 주민들의 '자치'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쿠르드 독립의 꿈은 국가 분열을 원치 않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매우 껄끄러운 존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IS 격퇴 과정에서 추진한 '전략적 모호성'이 향후 쿠르드 분쟁에 불씨를 남겼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전투에 뛰어난 유목민 출신인 쿠르드계를 무장해 IS 분쇄에 동원하면서도 쿠르드 무장에 긴장하는 이라크 정부와도 손을 잡는 모호성을 보였다.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침묵을 유지하지만, '대테러' 문제에 있어서는 적대공생 관계인 이라크·쿠르드를 묶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상징기. (자료사진) © AFP=뉴스1

하지만 IS가 사라지면서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은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말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독립선언에 따라 탱크를 동원해 쿠르드계 유전지대를 장악했다.

미국은 이라크군의 탱크를 막지 않았다. 미국이 쿠르드계 지지를 선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역풍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의 동맹이라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러시아의 동맹인 시리아 정권은 절대로 미국의 쿠르드 지지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이는 곧 시리아에서 또 다른 대리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에 토사구팽을 당한 꼴인 쿠르드는 중동의 잠재적 갈등 요소로 지속하게 됐다.

◇ 美·사우디-이란, '적과의 동침' 끝

이란의 역내 영향력은 지난 3년간의 IS 격퇴전을 통해 급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또다른 갈등의 여지가 된다.

IS 몰락에 크게 공헌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같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 아래 급성장했다. 그 결과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란의 '초승달 벨트' 완성이 가시화했다.

미국은 이러한 이란의 확장에 대해 IS 격퇴를 위해 일부분 침묵했다는 혐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수석 담당자였던 조슈아 겔처는 "미국은 이란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모호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나 시리아 내 IS 분쇄와 관련해서라면 사뭇 다른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는 적(敵)의 적은 얼마간,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친구로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IS에서 한숨 돌렸으니, 이제 이란의 확장에 맞서 중동 정세의 재편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과 함께 종파 분쟁의 양대 축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미국의 중동 개입에 뒤따른 혼란은 IS 탄생에 요람이 됐다. 이러한 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행정부는 치밀한 안정화 전략을 짜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겔처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안정된 중동을 위한 기반 다지기를 하는 데 아주 기초적인 집중력마저도 부족하다"며 "(중동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쇠약해진 상태는 말할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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