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철폐투쟁

현대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동행취재] “지금이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참된 2016. 3. 4. 19:05

현대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동행취재] “지금이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100여 명 상경, 금속노조에 가입신청서 전달
금속노조 관계자 안 나와 문짝에 신청서 부착


전국 금속노동조합은 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 임시대대에서는 현대자동차 신규조합원 가입과 관련한 가입 승인 요구가 현장발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108명이 노동조합 가입을 요구하며 상경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용석록 기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8일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고 울산에서 서울까지 다섯 시간 버스를 타고 올라갔지만,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조 가입원서 전달 자리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8일(일요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신규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노동자 108명이 울산지회에서 노조 가입 승인을 안 하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있는 서울까지 올라갔다. 이들은 사전에 금속노조 대외협력실장을 통해 상경 목적과 이유를 밝혔지만, 금속노조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요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가입’ 여부를 두고 실무자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상경한 이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현재 현대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승희)는 비정규직노동자가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제출해도 조합원 가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28일까지 신규조합원 가입원서를 쓴 사람은 274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회가 쟁의대책위원회 결정을 이유로 가입 승인을 하지 않자 금속노조 규약과 규정에 따라 본조에서 가입을 승인해 달라며 상경했다. 이에 앞서 지회 쟁대위는 올해 1월 ‘신규조합원 집단가입 시기’를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일단락되는 시점’까지 보류했다가 다시 논의키로 했다.

신규 조합가입을 원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8일 서울 정동에 있는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가입 승인을 촉구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자 신규조합 가입을 돕고 있는 이웅화 전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지회가 쟁대위 결과는 인정하면서 금속노조 강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회장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내부 토론을 하지 않고 표결로 밀어붙이자 사업부 대표들이 속속 사퇴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합 신규 가입 신청자 천병두 씨는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에서 13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친구가 노조에 가입했을 때 노조 가입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편하게 살라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친구 선택이 옳았다”고 했다. 천씨는 “가만히 있으면 수출선적부에서 내년에 650명을 직영으로 전환시켜 준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노조에 가입해 투쟁하지 않으면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현 지회가 우리를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고, 이젠 우리가 투쟁해 정규직을 쟁취하고 싶다”고 했다. 또 “우리가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지금처럼 부당한 대우, 즉 여유인원 없는 특근 강제투입, 수당 없는 외곽차 작업 정취시간에 시키는 것, 차별, 폭행, 임금착취, 간식미지급 등 사소한 것부터 우리 권리를 찾고 더 나아가 정규직을 쟁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 사무실에 상경한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금속노조 관계자가 아무도 가입원서를 받으러 나오지 않자 금속노조 사무실 출입문에 조합 가입 신청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사진/ 용석록 기자]

"현대차 직영 관리자도 조합 가입원서 철회 종용"
업체 관리자 “노조 가입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업체 관리자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하려는 노동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 노조 가입 철회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 수출선적부에서는 130여 명이 지난 2월 초 노조가입신청서를 작성해 지회에 전달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업체 관계자와 정규직 관리자까지 나서서 가입신청 철회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월 초에 신규로 노조 가입 신청서를 작성한 A씨는 현대차 직영 아무개 과장이 “노조 가입 신청 철회를 종용했다”고 했다. A씨는 면담 과정에 직영 아무개 과장이 “당신 인생 책임져 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했다. 또 업체 사장도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면서 회유했다고 했다.

또 다른 노조 가입원서 제출자 B씨는 “업체 관리자가 지금 노조에 가입하지 말고 교섭 끝나면 그때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업체 입사할 때 B씨를 추천해 준 추천인이 “노조에 가입하면 내가 피해본다. 서로 피해 보니까 가입하지 말라는 전화를 수차례 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17일 노조 가입을 막는 것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한 뒤 업체 관리자가 “2명이 일하던 공정 인원을 1명으로 줄이겠다고 압박, 이에 항의하자 나중에 잘못을 시인했다”고 했다.

C씨는 업체 사장이 공장 밖에서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왜 나서서 하느냐. 당신이 노조 가입에 앞장서면 타겟으로 삼아서 자를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업체 사장이 “노조 가입 철회하고 가만히 있어라. 그러지 않으면 타겟으로 삼아 본보기로 잘라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섬뜩했다”고 했다.

지금 시기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이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제출한 노조가입 신청서가 승인되지 않자 본조가 있는 서울로 가입원서를 직접 들고 갔다. <울산저널>은 28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버스에 올라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에 관해 취재했다.

“특별교섭·노동법 개악으로 도급 합법화 될 수도”
신규채용 원서 냈지만 기다려도 소식 없어


정훈(47세, 가명) 씨는 현대자동차 생산부서 OO업체 소속으로 10년 동안 일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노조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해 왔는데 침묵하다가 지금에서야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를 묻자 “우선 수차례 지난 시기 지회 집행부가 노조에 가입하라고 기회 줬는데 그건 미안하다”며 “업체가 노조에 가입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눈치를 보기도 했고, 최근에는 나도 쉽게 정규직 될 줄 알았지만 신규채용 면접 봐도 떨어졌다.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정훈 씨는 현대차 직영 노동자와 혼재된 공정에서 일한다. 그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과정에 신규채용에 응시하는 서류를 냈다. 두 차례 면접을 봤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정훈 씨는 “그동안 회사가 신규채용한 4000명 안에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협상 해도 내가 2000명 안에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정훈 씨는 “지금 싸우지 않으면 내가 일하는 공정은 블록화 되기 쉽고, 이후 정규직 전환을 위해 혼자 싸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훈 씨는 노동법 개악도 우려했다. 그는 “노동법 개악으로 도급과 파견이 더 합법화될 수 있고, 지회가 특별교섭을 이상하게 합의하면 우리는 그냥 합법화된 도급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친한 지인들이 지금이라도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충고도 작용했다고 했다.

정훈 씨는 “지금이라도 내 권리는 내가 찾겠다”고 했다. 그는 진즉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안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노조 가입, 집단가입만 가능한 줄 알았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진행할 생각


병수(34세, 가명) 씨는 2003년께 현대차 생산라인 OO업체에 입사했다. 그는 당시에 정규직과 혼재된 공정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했다. 회사 생산 계획에 따라 그 공정은 지금 없어졌다. 병수 씨는 이후 지게차 운전을 하다가 지금은 변속기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운반작업을 할 때 현대차가 지시한 작업 내용을 전산으로 확인하면서 일한다고 했다.

병수 씨는 지난 2013년 현대차 신규채용에 등시했다. 그는 “기다려도 현대차는 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있다”며 “너무 답답하니까 노조에 가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의장라인 위주로 신규채용자를 선발해 자신과 같은 부서는 정규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예전에 노조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적이 있다. 2010년도에 CTS 점거투쟁이 벌어졌을 때 회사는 노조 탈퇴 동의서를 받았다. 그는 노조에 문의했더니 “사인해도 본인이 탈퇴를 직접 신청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진행한 것이라서 탈퇴는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동의서에 사인했고 노조로부터 문자로 탈퇴를 통보받았단다. 이후 그는 노조에 불만이 생겨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단다.

병수 씨는 노동조합에 수시로 가입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회가 ‘조직화 사업’을 해야 가입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는 “조합이라는 게 가입자 이익 위해서 싸우는 것으로 이해했고, 내 생각에 수시로 가입 안 되는 걸로 알았다”고 했다. 그는 “노조 문은 계속 열려있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면서 “지회가 조직화사업 말고도 개인별로 수시 가입 가능하다는 걸 적극 홍보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병수 씨는 이번 노조 신규가입도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했다고 한다. 병수 씨가 일하는 부서는 혼자서 일하고 정보가 적다고 한다.

병수 씨는 “내가 노조에 가입 안 하고 혼자 대응하면 정규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이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수출선적부 비정규직 950명 중 조합원 14명


현대차 수출선적부에서는 9개 업체 약 9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한다. 현대차 각 생산공장별로 생산된 수출용 차를 한 업체가 선적부 마당까지 수송한다. 또 다른 업체는 수송된 차를 건물 안으로 투입한다. 또 다른 업체는 차체를 검사하고 차를 방청(차체 하단이 녹슬지 않게 하는 작업)하는 곳까지 올려준다. 또 다른 업체는 방청 작업을 진행, 방청 작업이 끝나면 이를 다시 선적부 마당으로 수송, 배로 수송하는 일이 수출선적부 9개 업체가 하는 일이다.

태준(가명) 씨는 2010년부터 현대차 수출선적부에서 일했다.

태준 씨는 “보통 다른 생산공장은 한 달 근무표가 미리 나오는데 수출선적부는 특근 하루 전에서야 특근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주말에 쉬고 싶어도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고, 퇴근 2시간 전에 다음날 특근이 정해지기도 하고, 공정 특성 상 알바를 투입할 수도 없어 업체 노동자들이 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일이 없으면 4시간만 일하고 집에 가기도 한다.

수출선적부 현장 일은 업체 소속 노동자가 대부분 맡아서 한다. 9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기존에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4명. 그는 불안정한 공정 특성과 업체 관리자들의 압박이 조합 가입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인 추천을 통한 입사도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태준 씨는 “현재 수출선적부는 노조 신규가입 문제로 관리자와 작업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그는 노조 가입 이유를 “지금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고 했다.

태준 씨는 현대차의 신규채용에 응시했지만 합격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그는 “추천인이 가만히 있으면 정규직 된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수출선적부는 최근 OOO명이 노조 신규가입을 신청했다. 회사의 회유로 00명이 가입원서를 회수했고, 17일 항의집회 이후 다시 가입원서를 제출한 사람도 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