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대 결정 관련 담화문에 현대차 비정규직 항의농성
대대결정 파기 논란...“중집 결정 폐기, 금속노조 사과" 요구
당시 대의원 대회에서는 현대차 사측과 현대차 정규직지부-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가 2014년 8월 18일 특별교섭으로 이뤄진 8.18 합의를 승인할 수 없으며,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평가 내용을 채택한 바 있다. 8.18 합의가 현대차 사측에게 불법파견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불법파견 특별교섭 합의서로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8.18 합의는 현대차 사측이 불법파견 법원 판결을 앞두고 400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특별채용으로 신규 채용하고 특별채용이 된 비정규직 원고들은 9월내로 소취하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사측은 첫 번째 특별채용 절차가 완료되면 합의에 참가하지 않은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에 소속된 원고들도 특별채용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상 대법까지 기약 없는 판결을 지속하고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울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에게도 ‘특별채용-소취하’ 수순을 관철해 불법파견 투쟁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단체협약 체결권자가 아닌 자가 체결한 8.18 합의는 효력이 없다 △현대차에게 불법파견 면죄부를 준 8.18합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합의서로 적합하지 않다. 금속노조는 위 합의 내용을 승인할 수 없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지 못했고, 특별교섭 과정 입장조율에 있어 지도력의 한계를 보였다 △이후 투쟁을 위해 현대차 8.18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와 10.15 기아차 특별교섭 회의록은 폐기돼야 한다 △8.18합의를 폐기하고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새로운 사업을 구축한다는 5개의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중 △’현대차 8.18합의와 기아차 10.15 특별교섭 회의록 폐기’를 골자로 한 수정동의안만 빼고 나머지 4개가 통과됐다.
문제는 전규석 위원장이 기관지에 낸 사과문 성격의 글이 당시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된 수정동의안 내용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 |
전규석 위원장은 이 글에서 “작년 11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불법파견 평가 관련 수정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우리 내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 “금속노조가 9.18 판결(현대차 비정규직 전원 불법파견 판결)에 준하여 더욱 책임 있는 투쟁을 전개하라는 대의원동지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 안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 위원장은 “통과된 수정동의안의 내용 중 몇 가지 오해로 조직 내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이에 대해 구제적 입장을 밝힌다”며 “‘금속노조위원장이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현자지부, 아산-전주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 사측과의 교섭은 체결권이 없다’는 주장은 금속노조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없는 어려운 점이 있으며, 이 문제를 금속노조 내에 적용할 경우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규약, 규정 정비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회의 단체협약은 규약과 본조 및 지부의 방침에 따르되 위원장의 위임에 의하여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금속노조는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체결권 위임에 대해 조직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8월 18일 교섭에 돌입한 현자지부와 아산-전주지회는 교섭돌입을 존중받았음으로 체결과 합의에 이른 것은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금속노조 소속 지회에서 모든 사항에 대해 교섭권 위임절차를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지회별 판단으로 회사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든 것을 지회규칙 위반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이것을 대의원대회 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 위원장의 사과문 성격의 글은 4차례의 중앙집행위 대의원 대회 평가 논의에서 격론 끝에 위원장이 교섭권 위임 절차 관련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집행위 합의로 나왔다.
‘8.18 합의 존중’이라는 전규석 위원장의 글이 기관지로 배포되자 연합뉴스 등을 비롯한 다수 경제지들은 “효력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정규직화 특별채용 합의’에 대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인정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쓸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비정규직 노조, “내용적으로 대의원대회 결정 뒤집고 8.18 합의 인정한 셈”
항의 농성에 돌입한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도 입장서를 내고 “금속노조가 대의원 대회 결정마저 뒤집고 8.18합의를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11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8.18합의는 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체결권이 없는 상황에서 체결된 합의이므로 폐기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이 대의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8.18합의는) 폐기 됐다”며 “10년 넘게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에게 최소한의 투쟁할 길을 열어준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대법원 판결과 9월 18일 법원 판결은 현대차 모든 공정은 불법파견이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는 판결”이라며 “8.18 합의는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8.18 합의가 9.18 판결 이전에 체결된 합의라 하더라도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8.18 합의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다”며 “금속노조의 8.18합의 폐기 번복은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리하려는 세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고 탄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금속노조는 8.18합의 폐기 후속조치로 투쟁을 준비하지 못한 한계와 현대차 지부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욱 현대차 울산비정규직 지회장은 14일 <참세상>과 통화에서 “중앙집행위 결정은 충격적이다.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지회를 버렸다는 말도 나온다”며 “8.18 합의가 대의원대회에서 폐기 됐는데도 중집이 절차를 존중한다고 해 8.18 합의 자체가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미 신규채용으로 들어간 것은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장 글 자체로 대의원 대회 결정 사항이 번복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형식적으로는 결정사항이 뒤집힌 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내용이 뒤집혔다. 사측은 8.18 합의대로 신규채용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데, 위원장 담화문은 합의 폐기를 뒤집고 3월초 임시 대의원 대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항의농성단은 14일 오전 △대의원 대회 결정을 뒤엎은 45차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 평가 건' 폐기 △금속노동자 신문 257호 수거와 폐기 △금속노조 사과를 요구하며 전규석 위원장 등 금속노조 임원들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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