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단순히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잘 계획된 국가 건설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theguardian)’은 7일(현지 시각) IS가 지난해 작성한 24페이지 분량의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가디언은 IS가 각 행정 부처 조직과 함께 원유 관리 및 자급자족을 위한 재정과 경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국가 건설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이 문서는 ‘IS 행정 원칙들’이라는 제목으로 IS 국가 건설에 있어 교육, 천연자원, 산업, 외교, 대외홍보, 전사들 캠프 등의 분야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들의 임무와 원칙들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칼리파 국가’를 선언한 지난해 6월부터 10월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각 지역 행정 담당자들을 위한 매뉴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이 문서는 각종 군사 캠프의 운영 원칙들을 자세하게 명시했으며, 정규군과 예비역들을 따로 훈련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예비역들을 매년 2주일간의 훈련에 참여시켜 무기 활용 최신 기술과 군사 기술 등을 가르치도록 했다. 또 “아동들은 가벼운 무기를 다루는 법을 교육하고 우수한 아동들은 검문소나 순찰 등을 비롯한 치안 임무에 발탁할 것”을 명시하는 등 자세한 훈련 방법을 지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군대 및 식량 생산 공장을 세워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급자족 체제를 만드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품들을 제공하는 ‘독립된 안전지대’를 마련하도록 했으며, 외국인과 현지인들을 포괄하는 통일된 문화를 가질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국가 건설 원칙을 담고 있다. 또 원유 등의 자원과 농업 등 국가의 부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원칙들도 명시하는 등 경제 분야에 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 문서를 가디언 측에 전달한 것을 포함해 지난 1년간 모두 300건의 IS 내부 문서들을 입수해 분석한 아이멘 알-타미미 연구원은 “IS는 단순히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지속적인 정부처럼 운영하려는 프로젝트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2006년 IS의 전신인 무장단체들을 격퇴하기 위해 이라크에 참전했던 은퇴한 스테인리 맥그리스탈 미국 장성도 “이 문서가 사실이라면, 매우 놀라운 것이며 특히,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메뉴얼은 (중국의) 마오쩌둥을 비롯한 각국의 전략가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기술과 정보의 활용과 이전 실수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서를 분석한 조지아주립대 선임연구원 찰리 윈터도 “이 문서는 IS가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문서는) IS가 비이성적이며 피에 열광하는 광신도가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잘 계획된 인프라를 갖춘 극도의 계산적인 정치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또 영국 특수부대 사령관 출신인 그래미 램 중장은 이 문서에 관해 “IS 격퇴에 나선 서방의 전략에 경고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S는 이 문서에서 자신들이 수니파 무슬림의 유일한 대표자임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에시(IS)를 중동 수니파들이 아닌 다른 세력에 의해서만 체계적으로 파괴돼야 할 목표로만 보는 것은 실패이며, IS 격퇴전은 서방은 물론 수니파 아랍 지도부와 많은 부족에 의해 함께 주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