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공습·봉쇄…끝없는 절망의 땅 ‘가자’등록 : 2014.07.14 20:14 수정 : 2014.07.14 22:41 한겨레
이스라엘 2005년에 철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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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맞선 비타협적 투쟁을 강조해왔다. 선거 직후, 이스라엘은 가자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와 유럽연합도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의 집권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팔레스타인에 지원해 온 각종 원조를 동결했다. 하마스 쪽이 독자정부 출범 1년만인 2007년 2월 파타와 거국정부 구성에 합의한 이유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등에 업은 파타 쪽은 하마스의 정국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진영 사이에서 사소한 총질이 오가더니, 2007년 6월 가자지구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대통령은 즉각 거국정부를 해산하고, 파타 주도의 비상내각을 출범시켰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다렸다는 듯 원조를 재개했다. 이스라엘도 동결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세금과 관세 수입 약 5억달러를 풀어줬다. 하마스와 가자는 그렇게 ‘섬’이 됐다.
봉쇄 이후 가자지구는 사실상 전쟁터다. 360㎢의 면적에 180만명이 몰려사는 높은 인구밀도에, 공식 실업률은 30~50%를 넘나든다. 삶이 곧 전쟁이다. 봉쇄 이후 이스라엘은 시도 때도 없이 가자지구를 때려댔다. 2008년 2월 말 작전명 ‘뜨거운 겨울’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2009년 1월의 전면 침공과 2012년 3월·4월·11월의 대대적인 공습에 이르기까지 ‘저강도 전쟁’이 지속돼왔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자와 외부세계를 연결해주던 국경지역의 ‘땅굴’이었다. 이스라엘의 집요한 공격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2013년 7월엔 든든한 우군이던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마지막 남은 숨통이던 라파-시나이반도 출입도 막혔다. 지난해 8월부터 경찰 등 가자지구 공무원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마스가 지난 4월 파타와 거국정부 구성에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되기 전에도 가자지구는 빈사 상태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이 13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이후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168명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 36명을 포함해 모두 133명이 민간인이다. 또 어린이 296명과 여성 233명을 포함해 모두 114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반파 또는 완파된 집이 940채, 모두 5600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공습을 피해 피난길에 나선 이들은 1만6000여명, 4만8000명 가량은 ‘창이 깨지고 문이 부서진 집’에서 버티고 있다.
베이트하눈, 가자시티, 칸유니스 등의 7개 상수도관이 파괴되면서 3만1000명에게 물공급이 중단됐다. 가자시티의 알몬타르 정수장도 폭격을 당했다. 유엔 쪽은 “이번 공습으로 인해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39만50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극의 땅, 가자의 현실이다. 공습은 오늘도 계속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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