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하늘에서 ‘잘했어, 임마’라고 말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
배재형 전 하이디스 지회장 영결식 민주노동자장으로 열려
허수영 기자 heoswim@vop.co.kr최종업데이트 2015-07-03 21:08:22이 기사는 현재 622건 공유됐습니다 민중의 소리
배재형 전 하이디스 지회장 영결식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는 장례위원들과 영결식 참여자들ⓒ민중의소리
해외자본의 기술 먹튀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재형 전 하이디스 지회장의 영결식이 민주노동자장으로 사망 54일 만에 열렸다. 하이디스 지회와 금속노조 등은 향후 정리해고·공장폐쇄 철회에 대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디스 공장 정문 앞에서 열렸다. 영결식은 배 전 지회장 약력과 투쟁경과보고, 각계인사들의 추모사 및 추모공연, 헌화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장례 일행은 이날 오전 이천의료원에서 발인을 마치고 이천 하이디스 공장 앞에서 영결식을 가진 뒤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고인을 안장했다.
유족을 포함한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의 유해를 들고 후문까지 행진했다. 사측과 사전 협의에 따라 고인의 유해가 실린 운구차와 하이디스 지회 조합원, 유족들만이 후문을 통해 고인이 일했던 공장과 조합 사무실 등을 둘러보고 다시 정문으로 돌아왔다.
하이디스 공장이 입주해 있는 SK 하이닉스 공단 정문은 유니폼을 입은 20여 명의 경비직원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후문에서도 약속된 인원들이 공단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수십 명의 경비직원들이 3열로 입구를 막아섰다.
영결식에서는 추모 발언이나 공연 후에도 박수를 치는 것이 금지됐다. 앞줄에 앉은 여성 조합원들은 행사 내내 눈물을 흘렸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도 7명의 동지가 대만에서 4차 원정투쟁을 하고 광화문에서도 동지들이 한 달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며 “천사불여일행(천가지 생각이 하나의 행동만 못하다)이라고 유서에 밝힌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하이디스 지회장도 “형님(배 전 지회장)은 가는 순간까지 우리에게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싸워 꼭 이겨주세요’라는 유지를 남겼다”며 “앞으로도 우리 109명으로 공장폐쇄와 정리해고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형님이 하늘에서 ‘잘했어, 임마!’라고 말하는 소리가 땅에 닿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한 김홍일 지회 사무장은 “험난한 투쟁 속에서도 고인은 위트와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진짜 지회장이었다”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하고 싶은 사람은 이유를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고인의 말을 되새기며 투쟁결의를 다시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배 전 지회장은 대만 모기업 이잉크의 기술먹튀와 정리해고에 항거해 5월 11일 목숨을 끊었다. 이후 하이디스 지회와 금속노조 경기지부 등은 고인에 대한 사과와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며 장레를 연기하고 대만 원정투쟁과 광화문 노숙투쟁 등을 진행했다. 1일 금속노조와 하이디스는 유가족에게 위로금(장례비 포함) 지급, 정리해고와 공장폐쇄 등 현안문제에 대하여 10일 내에 성실한 교섭 개시 등에 합의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등으로 구성된 ‘배재형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합의 직후 “장례식을 마친 후 열사대책위는 공장폐쇄,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대책위로 전환하여 먹튀자본 하이디스에 맞서 승리하는 그날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배재형 전 지회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경기 이천 SK 하이닉스 공단 정문ⓒ민중의소리
영결식이 끝난 후 공단 후문까지 행진하는 행렬ⓒ민중의소리
3일 경기 이천 하이디스 공장 앞에서 벌어전 배재형 전 하이디스 지회장 영결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하이디스 조합원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