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4.24 총파업

사실상 총파업 불참한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 "민노총 정국흐름 무시한 채 억지파업"

참된 2015. 5. 3. 04:18

 


사실상 총파업 불참한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
"민노총 정국흐름 무시한 채 억지파업" 
기사입력 2015.04.24 15:51:55 | 최종수정 2015.04.24 16:36:11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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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공포탄만 펑펑 쏴서는 승산이 없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24일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파업은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전쟁에 비유하면 무기를 아무 데다 휘두르고 선제공격을 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랜 논의와 고민 끝에 민주노총 총파업에 노조 간부들만 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 안팎에서는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파업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실리 성향의 이경훈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파업은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노조가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자연히 여타 강성노조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 지부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박수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자 곤혹스러워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의 사실상 파업 불참과 관련해 "파업에 불참한 것이 아니고 파업을 유보한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는 정부와 자본의 노동 기본권 후퇴에 대해 강력한 투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 개혁 관련 합의안 도출에 실패해 독단적으로 안을 상정한다고 해도 야당 반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것 같지 않고 '성완종 파문'과 대통령 남미 순방으로 정부가 강경하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파업을 하는 게 옳다. 민주노총이 정국 흐름을 무시한 채 이미 정한 파업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억지 파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또 "노동법 개악 저지도 중요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정상화와 임금·단체협상 등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투쟁 성과가 불분명한 (민주노총의) 경고성 선제 파업으로 막대한 전력 손실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투쟁은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번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면 조합원 임금 손실은 물론 노조 지도부에는 탄압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선제 파업이 유일한 명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지난해 2월 25일 민노총의 국민총파업 때도 현대차 노조의 부결을 이끌어 불참했었다.

지난 3년간 현대차의 무파업을 주도한 것도 이 지부장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1994년 한 해와 2009~2011년 등 4년간만 파업을 하지 않았다. 파업이 없었던 2009~2011년까지 3년간 노조 사령탑을 맡았던 이가 바로 이경훈 지부장이었다.


지금까지 현대차 하면 강성노조를 떠올렸던 현대차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강도 높은 파업으로 얼룩졌던 현대차의 노사 관계를 개선시킨 주인공인 셈이다. 그의 영향으로 기아차에서도 2년간 무파업의 해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두 번째로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당선됐고 올해 9~10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지부장은 "총파업 지침을 조건 없이 이행하는 것이 정치적 명분이나 선명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대차 노조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투쟁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두려워 인기에 영합하는 쉬운 길로 가기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책임지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