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자 분신, “도급화 철회” 촉구
2015년 02월 17일 (화) 17:09:11 박준배 기자 parti93@daum.net 광주인
도급화 철회 안되면 설 휴무 특근 거부 등 강경 대응
유가족 요구사항 전달…장례 일정 미루고 연휴 기간 상주
금호타이어 노조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발생한 노조 대의원 분신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사측의 도급화 추진’을 지목했다. 노조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도급화 철회와 특별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사측의 도급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및 사건 경과, 고인 약력 참조)
▲ 금호타이어 노조가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사측의 도급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인
노조는 “노조 대의원의 분신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음에도 도급화를 계속 추진한 금호타이어 회사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며 “회사가 도급화 추진을 계속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대의원이 도급화 저지를 위해 목숨을 내던졌다”고 주장했다.
▲ 고 김재기 대의원이 남긴 유서 내용. ⓒ광주인
이어 “분신 사망한 대의원의 차량에서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금타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람입니다’라는 유서와 ‘도급화 결사저지를 위한 조합원 서명 결의서’가 발견됐다”며 “서명결의서는 고인이 직접 만들어 조합원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도급화를 즉각 철회하라는 분명한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또 “워크아웃으로 2010년 노사가 합의한 도급화는 2014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회사는 올해도 도급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도급화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결과를 지켜보자고 사측에 얘기했는데도 무시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측에 도급화 계획 철회와 죽음에 대한 사과 및 책임,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설 휴무 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금속노조, 민주노총,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허용대 지회장은 “사측은 스프레이-운반 업무 등 48개 직무를 도급화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려고 하고 있다”며 “도급화를 반드시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노조가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사측의 도급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인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후 오후에 공장 본부장을 만나 도급화 저지, 특별교섭 등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노조는 유족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장례일정을 미루고 설 연휴 기간 노조 간부들이 장례식장에 상주할 예정이다. 특별교섭은 설 이후에 재개될 전망이다.
한편, 16일 오후 9시8분께 전남 곡성군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대의원 김재기(45)씨가 분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기자회견문 전문>
도급화 철회! 故김재기 열사 정신 계승!
비정규직 양산하는 금호타이어 규탄 기자회견
어제 오후 9시8분경 금속노조 금호타이어곡성지회 故김재기 대의원이 금호타이어곡성공장 본관 앞에서 분신했다.
열사의 차량에서는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타(금호타이어)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램입니다”라는 유서와 함께 “도급화 결사저지를 위한 조합원 서명 결의서”가 발견됐다. 서명 결의서는 열사가 직접 만들어 조합원의 서명을 받은 것이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도급화를 즉각 철회하라는 열사의 분명한 요구였다.
열사의 분신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음에도 도급화를 계속 추진한 금호타이어 회사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다.
앞서 회사는 2010년 워크아웃 돌입시의 노사합의에 따라 그간 직무 597개 중 521개(87%)를 도급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1,1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27개의 도급 업체가 있다. 어제까지 정규직이 하던 일을 오늘은 비정규직이 한다.
그런데 회사는 작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나머지 76개 중 48개 직무마저 도급화하려 했다. 열사를 포함해 19명이 속한 스프레이-운반 업무도 도급화 대상이다. 회사는 해당 직무의 정규직을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 시킨 후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2014년 단체교섭에서 노조는 워크아웃 종료에 따라 도급화 중단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48개 직무에 대해 도급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0년 합의서는 도급화를 2014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2014년 임단협 타결 이후 회사의 도급화를 막기 위해 지난 2월 3일 도급화 금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방법원에 접수한 바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도급화 추진을 지속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故김재기 열사가 회사의 도급화 저지를 위해 목숨을 내던졌다. 고인의 시신은 오늘 새벽 4시경 유가족의 뜻에 따라 광주 만평장례식장에 안치됐다.
한편 유가족은 열사의 뜻에 따라 도급화 철회를 위한 교섭과 장례 등 일체의 사항을 노동조합에 위임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도급화를 저지하고 비정규직 확대를 기필코 막을 것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에 강력히 요구한다. 도급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열사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라! 회사는 이상의 우리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우리는 회사가 유가족과 노조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설 휴무 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 민주노총, 지역시민사회와 함께 금호타이어와 박삼구 회장에 대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워크아웃이 종료된 지금, 금호타이어에 필요한 것은 도급화와 비정규직 확산으로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것이 아닌 함께 살기 위한 지혜이다. 박삼구 회장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그날까지 저 세상에서 저도 노력할께요”라며 죽어서도 산 자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한 열사의 뜻을 잊지 않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전진해 나갈 것이다.
2015년 2월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사건경과>
2010년
- 워크아웃 돌입 시 도급화 관련 노사합의
- 이후 2014년 워크아웃 종료까지 전환하기로 한 직무 597개 중
521개(87%) 도급 전환
2014년
- 12.13 2014년 임단협 교섭기간 중
사측 광주공장 3부 3과, 곡성 2부 5과 도급화 진행하겠다는 통보서 발송
-> 노측 도급화 반대 입장 전달. 임단협 쟁점논의로 부상
2015년
1월 20일 2014 임단협 간사잠정합의
- 도급화 관련 내용 합의서 없음.
1월 26일 2014 임단협 체결
2월 4일 “도급 금지 가처분”(사건번호 2015 카합 50038) 접수
2월 5일 4차 임시대의원 대회 개최
토의안건3. 협의체 안건 수렴에 관한 건
1. 고용안정 노사공동발전위원회
- 협의체 위원들과 협의하여 안건 논의 계획임
2월 10일 도급화 저지 조합원 서명 운동 진행
- 2부 5과 조합원 70여명 서명
2월 11일 김재기 대의원 오전에 수석부지회장 면담.
- 가처분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도급 진행을 보류해 달라 요청
노측 고용안정 노사공동발전위원회 안건으로 “ 1. 도급화 중단 요구” 들어감
2월 12일 12:00 김재기 대의원외 8명 전환배치 거부하기로 결의함.
참석 못한 전환배치(도급) 대상자는 개별 면담 및 전화 통화로 동참 독려하기로 함.
2월 16일 10;00 고발위 인력실무위 회의장 항의방문 및 점거 농성
- 김재기외 6명(나영길, 이경홍, 안명종, 장영철, 김진성, 정영찬)
11:50 도급 중단 요구안 벽에 부착하고 나옴
=> 오전 실무위는 진행하지 못하고 정리됨.
12:00 회사 인근 ‘금호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김재기 대의원은 년차 냄.
(오후 진행 될수도 있는 실무위를 저지하겠다 의견)
15:00 정기대의원대회를 위한 지회운영위원회 개최
16:30 금일 인력실무위 개최될 수 없는 것 확인 후 귀가
- 도급 관련 서류를 검토
21:14 직장동료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본관 앞 시신 발견 후 119신고
<고인 약력>
1971년 5월 4일생(45세)
1995년 4월 23일 금호타이어 입사
2013년 41기 대의원(소속: 2부 5과)
2013년 사측의 부당징계로 일주일간 노숙 단식농성
(추후 지노위에서 부당징계 판결됨)
2014년 42기 대의원
※ 유족: 부인,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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