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인터뷰] '슬기로운 해법' 태준식 감독 "언론의 거짓가면 벗기는 게 우선"

참된 2014. 11. 22. 03:01

[인터뷰] '슬기로운 해법' 태준식 감독 "언론의 거짓가면 벗기는 게 우선"
"'해법'보다 '슬기로움'에 방점, 우리의 해법을 주문했다"

2014년 05월 22일 (목) 09:48:40    스타데일리뉴스
임동현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상처 중 하나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였다. 사건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유가족의 애끓는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대통령을 띄우고 구조 상황조차 제대로 전하지 않은 언론의 태도, 결국 취재를 거절당해야하는 '메인 언론'의 민낯은 결국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시점에 한 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필승' 시리즈와 '당신과 나의 전쟁', '샘터분식', '어머니'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던 태준식 감독의 '슬기로운 해법'이다. 일명 '조중동'이 벌이는 '아니면 말구' 식의 보도와 그들이 누리는 언론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을 조종하는 거대기업 '삼성'의 모습이 이 영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태준식 감독은 바로 그 '언론 권력'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들이 왜 그토록 부동산 광고에 지면을 할애하며 '집을 살 것을' 강요하는지, 왜 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토록 '삼성'에 관대한지, 이 영화는 관련 인터뷰와 자료를 보여주며 이 내용을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언론 권력을 깰 '슬기로운 해법'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물어본다.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스타데일리뉴스는 태준식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해법'보다는 '슬기로움'에 촛점을 맞추길 바란다는, 언제든 다시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태준식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슬기로운 해법'을 만든 태준식 감독(시네마달 제공)

Q :'슬기로운 해법' , 더 정확히 말하면 '야만의 언론'을 스크린에 담기로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야만의 언론-노무현의 선택'의 저자이신 김성재 부장님이 이 작품을 기획하셨다. 김성재 부장님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길 원하셨고 내가 그 제안을 수락하면서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야만의 언론'이 기획의 시발점이긴 했지만 '야만의 언론'만을 스크린에 담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

Q: 그간 만들어진 작품들이 '현장'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현장보다 인터뷰와 자료에 집중한 느낌이다. 이전 작품과의 변화를 시도한 부분이 있었는지?

A: 특별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언론의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한명의 활동가이자 작가로서 ‘언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작품 중에는. 저작권 문제를 다룬 ‘농담 같은 이야기’가 있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이 있었다. '현장'만을 담은 작품만 한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 두 작품과 '슬기로운 해법'이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Q: 인터뷰이 섭외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A: 섭외에 큰 문제는 없었고 다만 삼성과 관련된 디테일한 정보나 입장을 담으려 했던 인터뷰가 두 번 실패한 적이 있다. 다들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삼성의 힘이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Q: 영화에 미처 소개되지 못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혹시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몇몇 분들이 있다. 쌍용자동차 지부 이창근 실장의 경우 인터뷰 후 편집하는 과정에서 인터뷰보다는 다른 단락으로 돌리는게 낫겠다는 판단으로 담지 않았고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했던 이오른씨 같은 경우는 단락 자체가 다른 씬으로 변경되면서 실리지 않게 되었다. 긴 시간동안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많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이 같은 경우도 작품 시간상 어쩔 수 없이 누락된 부분들이 있었다. 중요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 많았다. 출판 등 다른 기회를 통해서라도 인터뷰때 하셨던 말씀들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영화를 통해 보여주긴 했지만 감독님의 말씀으로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조중동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영화가 그 의도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다.

A: 나의 의도는 조중동의 실체만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니다. 지금 이 곳의 언론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려 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질문하려 했던 작품이다. 질문은 타당했지만 절박함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 태준식 감독은 '슬기로운 해법'을 통해 소위 메인 언론인 조중동의 뒷모습을 잡아냈다(시네마달 제공)

Q: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부동산, 삼성, 종편 탄생'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이전의 근본적인 문제, 가령 '친일'이나 '독재 권력 옹호' 등 깊숙한 부분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지엽적으로 끝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문제를 더 파고들고 싶지는 않았는지?

A: 물론 말씀하신 부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슬기로운 해법'은 역사다큐멘터리로 기획되지 않았다. 그 문제가 이 영화의 깊숙한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조중동을 봐야하는 내용이다.

Q: 언론이 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혹시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를 만들기 전과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통계와 데이터를 찾으면 찾을수록 언론이라서 그런지 참 많은 데이터와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과연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이 이와 같은 기록과 정리를 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언론의 문제를 다루면서 유일하게 언론 때문에 긍정적으로 다른 영역을 바라보게 된 사례다.

Q. 영화를 보면서도 사실 '슬기로운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해법을 어떻게 실천해야할 지 막막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인가?

A: 이 영화는 ‘해법’ 보다는 ‘슬기로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작품 속에서 나는 저들의 슬기로운 해법에 맞서는 우리의 슬기로운 해법을 주문했다. '이것이 해법이다' 라고 제시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를 대하는 이들의 부위 또한 개별화된 상황에서 공식화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해법을 찾기 위한 자세로서 나는 지혜롭고 슬기로움을 제시했을 뿐이다.

물론 나의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활자화된 담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지역과 자기 공동체에서 하나의 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동네에서 만들어지는 미디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의 언론을 키우는 것.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슬기로운 해법이라 생각 한다.

   
▲ '슬기로운 해법'은 거대 언론의 장악을 통해 '슬기로운 해법'을 우리에게 물어본단(시네마달 제공)

Q: 세월호 참사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 영화가 공개되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한국 언론이 노동자,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도 좋지 않은데 이와 연계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A: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사회의 지형은 더욱 더 투명해진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류 언론들은 불편부당과 공정함을 내세우며 뒤로는 어떤 정치세력들을 지지하고 이들을 권력화하기 위해 공모하고 기획한다. 거대자본이 인도하는 그 길 위에서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이 곳의 민주주의는 갈 길이 멀다. 나는 이 거짓가면부터 확실히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노동자, 민중을 지지하는 미디어도 등장할 것이며(지금도 있긴 하다!) 이것이 사회의 변화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절도 오리라 확신한다. 그 시절이 다가 온다면 그때 가서 다시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다. 너무 기회주의적인가?(웃음)

Q: 차기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A:몇 가지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로 인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언젠간 또 작업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