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다면 ‘카트’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 ||||||||||||||||||||||||||||||
[인터뷰] 영화 ‘카트’ 시나리오 작가 김경찬 (전 목포MBC P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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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 그리고 친구네 엄마. 누구 하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잊고 살았다. <카트>는 언제든지 누군가의 현실이 될 수 있는 노동자, 즉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지난 17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카트>의 시나리오를 쓴 김경찬 작가는 “<카트>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목포MBC에서 15년간 PD로 일한 그의 이력은 <카트>의 내용만큼 관심을 끌 만했다.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고객의 불만과 정규직 상사의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 그들은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게 되고, 근로기준법은 물론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던 직원들은 파업, 점거 농성 등을 통해 ‘연대’를 배워가고 점차 진정한 ‘노동자’의 모습을 갖춰간다. 영화의 모티브인 2007년 ‘홈에버 사태’는 이랜드-홈에버 비정규직 및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007년 6월 30일부터 무려 512일간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와 탄압에 맞서 벌인 파업이다. <카트>의 열린 결말이 말해주듯이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고,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에 호소하지 않는다. 곳곳에 드라마적 요소는 있지만 극중 인물들의 감정 안으로 파고들기보다 담담하게 현실을 그려낸다. 김 작가는 “한 발 물러서야 온전히 보고 온전히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D 출신이기도 한 김경찬 작가의 ‘저널리스트’로서의 시선이 반영된 것이다. 초보 작가인 김경찬 작가가 국내 메이저 영화 제작사인 ‘명필름’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PD 경력 덕분이다. 김 작가는 그 과정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심재명 대표는 김 작가를 만나 명필름에서 기획 중인 작품에 참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지난 2009년부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던 심 대표가 김 작가의 시나리오 몇 편을 본 후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 대표는 김 작가에게 A4 용지 세 장 분량의 홈에버 사태가 정리된 기획안을 건네줬고, 이후 수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쳐 나온 것이 <카트>다. 15년 베테랑 PD의 도발 김 작가는 지난 1995년 목포MBC에 입사해 15년간 PD로 재직하며 다큐멘터리 <천상의 울림 가야금>, <섬> 등을 연출했고,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등을 수상한 베테랑 PD였다.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버리고 뛰쳐나온 것은 창작자로서 느끼게 되는 방송사라는 공간의 제약 때문이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현장과 제작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안정된 직장과 창작자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영화 작업을 위해 지난 2008년 12월 과감하게 회사를 나왔다. 마흔 살 끝자락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은 고통이 수반됐다. 무엇보다 PD로서 15년 간 굳어져 온 ‘관습’을 깨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PD와 달리 영화는 ‘공동 작업’이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김 작가는 “제작자와 감독, 작가, 스태프, 배우들의 생각이 달라도 목표 지점이 같다면 같이 가는 것이고 그게 영화”라고 말했다.
김 작가가 늦은 나이에 영화계로 입문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영화가 가진 ‘전달력’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밥 먹다가도 보고 전화하면서도 보는 TV와 달리 영화는 빛과 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에서 온전히 메시지를 전할 수 있죠. 지구상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가장 강력한 게 영화예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만 만들면 얼마든지 관객에게 전달하고 어필할 수 있어요.” <카트>의 메시지는 선희(염정아 분)가 마트를 찾아온 고객을 향해 “저희가 바라는 건 저희를 좀 봐달라는 겁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곧 노동자들을 외면한 관객과 사회, 언론을 향한 작가의 외침이기도 하다. 김경찬 작가는 “대부분 언론이 정파적으로 움직이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언론이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알리고 사회가 해결점을 찾았다면 <카트> 같은 영화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 2010년부터 언론의 속성과 본질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에 이어 ‘언론’에 대한 그의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금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언론이 없어요.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속성, 본질, 문제점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지는 것 역시 대중이 언론의 ‘결핍’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온 나라로 퍼질 정도로 무섭죠.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언론에 대한 화두를 관객에게 던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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