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승 열사

“무릎 꿇으면 복직시킨다더니 이용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억울한 해고’

참된 2014. 6. 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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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으면 복직시킨다더니 이용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억울한 해고’

김민경, 전주/박임근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

등록 : 2014.06.03 19:53 수정 : 2014.06.03 21:02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사망

“기승이가 4월26일 함께 술을 마시며 ‘형님, 나 회사 정문에 가서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라고 했어요. 곧 서울행정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도 있는데 이길지 질지도 모르겠고. 오죽 마음이 힘들면 그런 말을 할까 했는데….” 3일 휴대전화 너머로 고 진기승(47)씨의 회사 선배 최준기(59)씨가 울먹였다.

2013년 3월 해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복직 투쟁을 벌이던 신성여객 버스운전사 진기승(사진)씨가 2일 결국 숨을 멈췄다. 4월30일 전북 전주시 신성여객 정문 앞에서 자살을 시도해 혼수상태에 빠진 지 33일 만이다. 자살 시도 다음날인 5월1일 서울행정법원은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진씨는 이 소식을 알지 못한 채 한 많은 세상을 등졌다.

진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동료와 함께 가입한 뒤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하며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의 파업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린 진씨를 상대로 회사는 2013년 3월 징계 해고를 결정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전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신성여객에서 하루 18여시간씩 시내버스를 운전하며 시급 5300여원의 박봉을 받았지만 해고 뒤에는 이마저도 없었다. 진씨는 레미콘 차량 운전 등 아르바이트로 어렵사리 생계를 꾸렸다. 그 와중에도 복직 투쟁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어둠을 뚫고 잠시 희망의 빛이 비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20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민사·형사·행정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노사 합의를 인정해 해고 무효 판정을 내려서다. 그러나 같은 해 8월26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해고가 정당하다며 이전 지노위 판정을 뒤집었다.

생활고 속 힘겨운 복직투쟁 1년
“무효” 법원 판결 알지 못한 채
자살시도 뒤 사경헤매다 33일만에

앞이 막막하던 전씨한테 회사가 ‘희망 고문’을 가했다. 송기완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 지회장은 “회사 쪽에서 진기승 동지에게 ‘무릎을 꿇으면 복직시켜준다’고 회유·협박했다. 굴욕을 감내했지만 결국 복직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씨는 동료에게 “가정 파괴는 안 당하려고 노력했는데 (회사 쪽에)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네요”, “또다시 나같이 억울한 해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 행사하세요”라는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일 “신성여객의 노조 탄압과 이를 방관한 전주시의 무책임이 사회적 타살을 불러왔다”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의 뜻에 따라 해고자 복직,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신성여객 노조는 이날 회사의 공식 사과 등이 있을 때까지 장례식을 미루고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김민경, 전주/박임근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