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운동

"무원칙 '야권연대'에 아직도 미련 못 버렸나" [대담] 다가오는 지방선거…노동계, 무엇을 해야 하나 <2>

참된 2014. 6. 2. 19:46

 

"무원칙 '야권연대'에 아직도 미련 못 버렸나"

[대담] 다가오는 지방선거…노동계, 무엇을 해야 하나 <2>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2.26 07:15:17    프레시안

 

 

 

한때 진보 진영의 최대 화두였던 ‘노동자 정치 세력화’. 그러나 요즘은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이를 찾기가 어렵다. 노동정치의 구심적 역할을 기대받았던 민주노동당은 그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무너져 이합집산했다. 

배타적 지지 상대를 잃어버린 민주노총. 노동 배제와 탄압으로 점철되어가는 박근혜 정부. 이런 조건 속에서 노동계는 실종된 노동정치를 복원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들의 공통된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달 초 이도흠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 의장과 김소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의 대담을 진행·정리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이 같은 주제로 두 번째 대담을 보내왔다. (첫 번째 대담 보기 : 실종된 노동 정치, 박근혜 정부 '폭압' 속 살길은?) 

이번에는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김태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토론했다. 사회는 박 집행위원이 맡았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편집자>

사회자 : 6.4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 일각에서 노동정치를 다시 복원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어떤 공동 대응이 가능할지 모색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 전략을 우선 평가하고, 노동정치를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 지방선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해 보자. 

김태연 : 통합진보당이나 민주노총이나 지난 총․대선 전략은 같았다. 진보적 정권 교체를 목표로 야권 연대를 진행하는 전략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 측면에선 한 발도 앞으로 못 나갈 거라고 비판했다. 야권 연대로 민주노총이 야당의 2중대가 될 거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다른 정치 세력의 이견을 제압하고 기존 전략을 밀어붙였다. 요즘도 노동자 정치 세력화 방안을 다시 모색하고 지방 선거 전략을 논의하자면서도, 진보 진영의 과거 전술이었던 야권 연대에 대해선 아무도 냉정하게 평가하고 않지 있다. 

양성윤 : 대선에서는 단일 후보를 내지 못했고, 총선은 사실상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진보적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연대를 진행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방침은 우리가 얘기해 오던 정치 세력화하고는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야권 연대라는 프레임 속에서 민주당과 한 정책 협약도 선거 때에는 서로에게 중요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무용지물이었다. 이번에 선거 방침을 정하면서는, 정책 협약이 큰 효과를 가져올 거란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본다. 

김태연 : '선거에서 얼마나 당선되느냐'를 노동정치의 성패를 가르는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민주노총이나 진보 정당들은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하는 데 있어 선거 방침을 매우 밀접하게 연결시켰다. 매 선거에서 얼마나 당선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거나 대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한 진보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주요 전술로 삼아왔다. 2004년에 진보 정당이 자력으로 10석을 확보하자, 이를 계기로 의석이 눈에 보인 것이다. 그런데 자력으로는 의석수 확보가 어려우니 야권 연대로, 즉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서 지난 총선까지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야권연대와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밀접하게 연결한 선거 방침은 실패했다. 통진당 사태 이후 새로운 진보 정당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정말로 과거와는 다른 새 길을 찾고 있는가. 지금도 여전히 (야권 연대라는) 길을 버리고 있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크다. 민주노총이 야권 연대에 기댔던 것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질곡에 빠뜨렸다는 점을 얘기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하고 있다고 본다. 

양성윤 : 야권 연대가 질곡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민주노총 어디서도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야권 연대 전술은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었던 2004년 이후, 외려 당세 확대와 선거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술로 활용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진보 정당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좀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생각한다. 이런 평가를 통해, 새롭게 정치 세력화를 추진하는 단위에서 그런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사회자 : 그렇다면 실종된 노동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논의는 앞으로 어떤 방향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까. 

김태연 : '노동정치연대'가 제안해 노동당, 정의당, 민주노총, 진보교연(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이 참여하고 있는 ‘진보정당 운동 혁신과 재편을 위한 새로운 길’(이하 새길)이 출범하려고 했다가, 민주노총이 참가 여부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우리(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도 참여를 제안받았지만 올바른 방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이 재논의를 앞두고 있어 말씀드리는데, ‘새길’은 야권 연대를 온존시키고 있다고 본다. ‘새길’은 진보 정당 운동의 재편, 당면 투쟁에 대한 대응, 지자체 대응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정의당은 야권 연대를 여전히 한 축으로 움직이고 있고, 노동당도 명확하게 야권 연대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양성윤 :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야권 연대인가?

김태연 : 민주노총이 1997년 총파업을 통해 정치 세력화를 꾀하며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실제 정의당은 통진당에 대한 공안 탄압이 터졌을 때 민주당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공안 탄압은 노동자 민중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때 정의당은 명확한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한 세력과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는 것은 맞지 않다. 

양성윤 : 정의당 등의의 강령이나 당규를 볼 때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민주노총의 정치 세력화와 정치 방침은 긴 호흡으로 가자는 것이다. 과거처럼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가능한가. 이에 대해 회의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민주노총 조합원 중 당원이 아닌 조합원이 절대 다수다.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조합원의 입장을 유념해서 판단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투쟁 사업에 대한 논의에선 이견이 없는데 정치 투쟁 방침을 논할 땐 과도하리만큼 격렬하게 싸운다. 어떨 때는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인지 특정 정당의 집행위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김태연 : 노동자 정치 세력화와 정당은 노동자 민중이 벌이는 투쟁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힘 있는 것이다. 지금 노동자 정치 세력화 전술은 민주노총이 내걸고 있는 '박근혜 퇴진'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정치 세력화가 실패한 데 대해 대중의 환멸이 큰데, 이번 투쟁을 제대로 해야 정치 세력화를 더욱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새길’ 회의에선 노동당이 제안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공동 실천'을 정의당이 반대했다. 민주노총은 정의당에 박근혜 퇴진이 아니면 뭘 가지고 정치 세력화를 진행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칙 없는 통합 정치는 안 된다. 뭘 기준으로 통합할 것인가. 이것은 박근혜 퇴진 투쟁이다.

양성윤 : 물론 민주노총에서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한다. 다만 우려하는 것처럼 민주노총이 특정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선에 대한 토론 없이 오히려 다른 동지들을 배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전체적으로 볼 때, 반(反)신자유주의를 넘어 반(反)자본주의를 내거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 전체를 볼 때 충분한 그 정도의 생각이 모였는지는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까지도 서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제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노선과 입장을 을 내놓고 일단 동의되는 부분을 모으고 그렇지 않은 부분을 머리를 맞대고 극복해 가자는 것이다. 

김태연 : 동의한다. 민주노총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해 주력해야 하는 것은 상층에서 벌어지는 논의가 아니다. 필요한 논의를 조합원들에게 적극 부치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윤 : 민주노총 역할은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진보 정당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노선을 정하겠다며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또 변했다면 무슨 사건이 계기인지 등을 여론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을 재설계하고 정치위원회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자 : 당장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양성윤 : 통합진보당은 역대 가장 많은 후보를 낸다고 한다. 잘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진보 진영이 나뉘어 있는데 큰 변화가 없는 한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장은 싸늘하다. 조합원들은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정의당, 노동당을 똑같이 본다. 그래서 (정당과의) 관계 설정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정치적으로 각성한 조합원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조합원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김태연 :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민주노총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지금까지는 정당명부 비례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와 세액 공제라는 두 가지 힘을 가지고 주도력을 발휘해 왔다. 이는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노총이 이렇게 주도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노선과 야권 연대와 투쟁, 모두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친노동 후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과 정책 연합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의 조직적 중심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 연대나 야권 연대의 성과는 민주당 또는 안철수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투쟁과 정치를 다시 결부시키는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당장 전체 지자제 차원에서 선거에 대응하기는 어려우니, 투쟁 현장이 있는 평택(쌍용), 강정(해군기지), 용산(철거), 밀양(송전탑) 같은 곳에서 대응해보자는 것이다. 
 
 
양성윤 : 민주노총이 당면한 투쟁과 선거를 묶어 지방선거 핵심 과제를 정하고 지역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당장 성과 측면에서도 그렇고 이후를 내다봐서도 마찬가지다. 당면한 투쟁과 결합된 선거 투쟁을 가장 유력한 전술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 전과 똑같아진다. 주도성도 발휘하지 못 하고 장악도 못 하면 중요한 것은 다 사라지게 된다. 

아무리 토론해도 앞으로 못 나가는 사안도 있겠지만, 선거일정 결합과 그 결과를 가지고  이후를 도모하기 보다 우리 스스로가 평가와 반성을 통해 지혜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치 세력화가 대중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많은 성과에도 적어도 지금은 그러지 못하다. 정치 세력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동지들의 진정성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이 파고들어서 환영받고 '함께 가자'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달아올랐으면 좋겠다. 중앙에서 무리하게 만들어가는 상황에 대해선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새로운 노동정치라는 틀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통분모를 뽑아내고 이견을 찾아내고 그런 것을 민주노총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좀 더 크게, 그리고 넓게 하자는 것이다. 야권 연대든 평가든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동의하는 지점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확인하면서 공론화되지 않았던 야권연대 문제 등도 짚어야 할 것은 짚고 가고, 평가하고 극복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태연 : 동의한다. 그걸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 계급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러면서도 동시에 투쟁의 기운이 올라올 때가 그때다. 

지금 8년 만에 정권을 상대로 총파업을 결정했고, 어렵지만 달아오르고 있다. 노동자 투쟁을 대중적으로 하자는 기운이 확인되고 있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이런 기운 속에서 잉태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토론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상층에서 논의만 한다고 노동자 정치 세력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