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중심의 진보연합정당 건설을 위한 노동현장조직 7개 단위와 개인이 모여 1년여간 활동해온 ‘노동정치 연석회의’가 중앙추진체인 <노동·정치·연대>를 2일 출범시켰다.
<노동·정치·연대>는 지난해 11월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방향에 동의하는 7개 단위와 개인이 모여 ‘노동정치연석회의’를 구성해 수차례 집담회와 워크숍, 토론회, 지역 활동 등을 개최하며 지역추진체를 건설해왔다.
이날 <노동·정치·연대>는 창립총회를 열고 규약을 제정하고 양경규 전 연석회의 소집권자를 대표로 선출했다. 다른 공동대표들의 선임은 차기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추가하기로 했다. 또 기본과제 및 사업방향 등을 채택한 뒤 창립총회를 마치고 곧바로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모두 사실상 사망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두 가지는 서로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지금은 <노동·정치·연대>가 하나의 초보적인 설계도를 제출했다. 이 설계도에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다. 나름 시간표도 짜여 있다.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설계도와 짜임새 있는 시간표만으로 당을 쉽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내놓은 제안이 훨씬 더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상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창조적인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노동·정치·연대>와 다른 정당들과 함께 정말로 허심탄회하게 논의와 모색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시간과 설계도에 구애 받지 않고 더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혁신하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더 크게 새로운 노동정치의 판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길 노동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노동정치의 제2막을 열어나가겠다는 것에 적극 동의하면서 <노동·정치·연대>의 제안과 주장에 저도 한 노동자로서 진지하게 참여하겠다”며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이 대표는 “노동당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당명도 노동당으로 바꾸고, 진보정치의 재편의 과제와 결의, 원칙도 우리 나름대로 결정한 바 있다. 아마도 <노동·정치·연대> 동지들의 몇 가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정치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2의 노동정치 출발이든, 진보정치의 재편이든 노동 전반에 대한 책임있는 이 같은 결단에 저도, 노동당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보정치운동의 분열은 신뢰와 희망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오늘 이 자리가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에게 잃어버린 신뢰와 희망을 다시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집단이 희망을 만들지 못할 때 각자의 희망을 쫒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희망이 내 것만 옳다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처해진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장 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가 희망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좌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새롭게 만드는 <노동·정치·연대>는 진정으로 그리고 제대로 된 노동자들의 신뢰와 희망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정치·연대>의 당부의 말씀으로 “그냥 적당히 정치를 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지역정치, 생활정치, 노동자들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완성했으면 좋겠다. 자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정치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민주노총은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조직의 전망을 새롭게 하는 가운데 지역정치, 생활정치를 실현해나가면서 10년 후의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의 전망을 고민하겠다”며 “민주노총이 대중적으로 이사업을 실현해나간다면 이 자리에 계신 분도 핵심 멤버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저도 노동자들의 희망과 신뢰를 위해 <노동·정치·연대>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공동대표도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매우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게 됐다. 혹시 여러분들께서 그 짐을 질 각오가 없다면 우리 출발은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우리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는 각오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만의 정치에서 넓은 광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공동대표는 “어쩌면 우리는 광장에 홀로 서게 될지도 모른다. 냉소와 무관심이 돌고 있는 정말로 이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곁에 우리 혼자 설 수도 있다”며 “부탁드린다.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아가야하지만 고립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칼바람을 맞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넓은 연대와 소통을 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노동정치의 통일재편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노동정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프랑스의 어떤 사람이 결혼식에 가서 함부로 축하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기억한다. 저는 이 뜻 깊은 자리에 함부로 축하할 생각이 없다”며 “1년 후에 이 조직이 정말 잘못 만든 조직은 아니었는지, 또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지는 않을지 솔직히 두렵다. 하지만 이 길은 노동정치의 2막을 위해서이다. 진정으로 1년 후에, 10년 후에도 축하받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며 참석한 이들에게 당부와 함께 격려의 말을 보냈다.
<노동·정치·연대>는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단결과 연합 강화 △지역과 현장에 기반한 노동정치 실천 △사회운동과 결합하고 동맹하는 진보정당 건설 △공존과 소통의 진보정치 기풍 형성 △통일의 당사자로 존중하되 북한에 대해 자주적 독립적 태도 견지 등 6대 과제와 방침을 결정했으며 진보정치 통일재편을 위해 “지방선거가 진보정치의 새로운 진지 구축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정치·연대>는 출범 이후 진보정당들과 정치세력들에게 진보정치의 통일 재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할 예정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전국 지역조직체 회원들과 각 정당과 노조, 단체 등에서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출범선언문 낭독한 뒤에 주요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장미꽃을 들고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성황리에 마쳤다.
한편 이날 노동당, 정의당 대표와 민주노총 위원장 이외에도 권영길, 단병호,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백석근 전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김경자 전 부위원장, 전태일노동대학 김승호 이사장,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 노중기 한신대 교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전노련 조덕휘 의장, 전빈련 심호섭 공동의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새로하나의 홍희덕 대표 등이 자리에 참석해 출범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