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인터뷰]황상기 "삼성 잘못된 행태 고쳐야…노동자 산재 인정을"(2012.3.11)

참된 2014. 2. 5. 23:39

 

【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故 황유미 씨의 추모기일인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어릴 적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던 네게 천 원짜리 한 장 쥐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 세상에는 부자 아빠 밑에서 태어나렴.'이라고 말하고 있다. go2@newsis.com 2012-03-06

 

 

 

 

[인터뷰]황상기 "삼성 잘못된 행태 고쳐야…노동자 산재 인정을"

등록 일시 [2012-03-11 05:00:00]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5주기 기일인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모인 이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황씨의 아버지인 황상기(57)씨가 딸에게 부친 편지 낭독에 귀 기울였다.

강원 속초에 살고있는 황씨는 딸을 떠나 보낸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잦은 서울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황씨는 "유미에게 약속한 산업재해 인정을 꼭 받고 싶다"며 "삼성의 잘못된 행태를 고쳐주겠다는 약속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딸이 백혈병으로 사망한지 5년이 지났다. 5주기 추모행사가 진행중인데 심경은.

"유미가 잘못 됐을때 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강해진다. 꼭 산재인정을 받아야 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산재가 분명하고 딸에게 그것을 인정받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거짓말을 했다. 산재 인정 받고, 보상도 받고 삼성이 국민들과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게끔 해야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결국 항소를 했다. 2심을 앞둔 심정은.

"오는 29일 재판이 열린다. 결심 재판까지는 기약이 없다. 답답하다. 정부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약자를 도와야 하는데 강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과 노동자들이 정부를 못 믿는 것이다. 삼성도 정부도 밉다.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하고 심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다."

-황씨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백혈병에 걸렸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유미가 일했던 곳은 반도체를 화학약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2인 1조로 일한다. 처음에 유미는 최모씨와 함께 일했는데 최씨가 유산을 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후 이숙영씨가 들어왔다. 그런데 유미와 이씨가 모두 백혈병으로 똑같이 죽었다. 화학약품 작업을 하는 것인데 둘다 이렇게 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의심되는게 많다."

"당시 삼성은 약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영업비밀이란 이유를 들었는데 영업과 상관없는 나한테만이라도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산업재해가 확실하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역할이 컸다. 처음에 홀로 싸울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문제화 해야겠는데 할 수가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에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다른 곳으로 보냈다. 방송국도 삼성에서 일하다 병을 얻었다는 증거를 가지고 와야 방송해주겠다고 했다. 도와달라고 했는데 아무곳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매우 외로웠다. 유미가 생전에 인터넷을 가르쳐 줘 월간 '말'지의 한 기자와 연락이 됐다. 이때부터 문제화 됐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이후 수원다산인권센터와 연락이 닿아 노무사 등을 소개받았고 그들과 지금까지 오게됐다."

-정부와 삼성에 바라는 점은.

"삼성에 노조가 없어 마음대로 해 이런 문제가 생겼다. 노동자가 항의할 권리가 없다. 노동조합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일단 발암물질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화학약품으로 인한 환자가 발생하면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삼성은 국민과 노동자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치료를 100% 보장해야 하고 충분한 보상과 치료비를 보장해줘야 한다. 또 삼성은 피해자 가족들과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다른 부모들처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공장에 간다는걸 말리고 대학을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것이 미안하다. 유미에게도 미안하고 스스로 자책감도 든다. 유미에게 약속한 산업재해 인정을 꼭 받고 싶다. 삼성의 잘못된 행태를 고쳐주겠다는 약속도 들어주고 싶다. 병에 걸린 이유를 알아야 한다. 어떤 화학약품을 써 병에 걸린 것인지 밝혀야 한다. 너무 억울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산재 인정을 받고 싶다."

hong19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