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신간 탐색]격월간 시사학술지 ‘자본 너머’를 말하다

참된 2013. 8. 3. 10:51

[신간 탐색]격월간 시사학술지 ‘자본 너머’를 말하다

2013 08/06주간경향 1037호
격월간지로 2013년 7-8월호가 창간호다. 시사지와 학술지 사이에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두 발은 현실에 두되, 사유는 그 현실의 변화를 향해가겠다는 것이다.

<말과활> 홍세화 외·일곱번째숲·1만5000원

 
이 책에 담긴 언어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건져올린 말들이지만, 이 말들을 쏘아올리는 지점은 현실 너머를 지향한다.

현실과 관련을 맺지 못하는 이념이나 이론을 소개하는 통로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현상의 기계적인 서술에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를 묻는 ‘인문주의’와 ‘정치’의 결합이 이 책이 지향하는 바다.

창간호에 담긴 글들은 ‘자본 너머’를 향해 있다. 창간호의 키워드는 ‘자본에 맞서는 정치, 자본 너머의 정치’이다.

책은 사진작가 노순택씨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흘려온 갈등과 폭력의 잔해를 주으러 다니는 넝마주이’로 소개되는 사진작가 노순택씨는 창간호 첫머리에 ‘머리 위의 섬’들, 고공농성자들의 사진을 담았다. 1931년 5월 29일 평양 을밀대의 지붕에 올라가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고발한 최초의 고공농성자 강주룡씨부터 2013년 6월 21일, 혜화동 성당 옥상 위에서 136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여민희씨와 오수영씨까지 담아냈다.

발행인 홍세화씨는 창간호 머리글에서 진보의 유연성이 시대의 흐름처럼 요구되는 현실에서도 망설임 없이 자본주의에 전선을 긋는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상식’이라고 불리는 지당하고 옳은 말들은 그저 시장경쟁의 윤리와 질서를 동의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는 상식을 넘어선 다른 질서를 상상하는 말들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말들은 체제의 상식과 문법을 벗어난 새로운 말들이라는 것이다.

창간호에 모인 필자들의 이름은 책의 지향점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 홍세화 발행인의 대담, 여성학자 정희진,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철학자 김상봉, 비정규직 노동운동가 박점규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기고와 가라타니 고진의 연재도 실려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