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까? 오겠지.
다래나무. 헬스장 포스터에서 봄직한 알통같은 나무. 물도, 거름도 주지 않은 채 첫해에 달린 것은 반을 버려야 된다고 한다. 반을 버려 전부를 얻는다면 살아볼 만할 것이다. 나는 다 버리고도 한 줌도 건지지 못한 쭉정이 인생이었다.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창문을 열면 버스정류장이 있고 콩밭이 보이고 콩밭과 의류수거함 사이에는 2.3차 하청 물류업체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하늘이 보이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데, 손톱만 길어간다. 차가운 겨울밤이 우우웅 흩어지는데, 발톱만 길어간다. 새벽이 열려 여명이 골방으로 가득차는데 수염만 길어간다. 머저리 해고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숨쉬는 일. 좌절의 시간을 곱씹는 일. 소처럼 절망을 야금야금 되새김질 하는 일.
망상속엔 셀 수 없는 강도살인과, 덤프 밑에 깔린 길고양이들과, 자일로 엮은 교수매듭과 바닷가 흰나비들과 철둑길 잠자리들이 들어 있었다. 고층 아파트 옥상 허공에 선 사내가 경계사이로 엄지발가락을 슬그머니 밀어 내고 있거나, 그 밑바닥에 물구나물 선채로 모든 인간들이 하늘로 떨어지라며 고함을 치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봄싹 올라오는 마니산 입구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두릅순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그 해, 그 시절 마니산 입구에는 두릅이 이파리를 홀딱 내놓고 싱싱한 생명을 자랑하고 있었다. 펌프질을 헤대는 심장처럼 살아있었다.
다래나무. 헬스장 포스터에서 봄직한 알통같은 나무. 물도, 거름도 주지 않은 채 첫해에 달린 것은 반을 버려야 된다고 한다. 반을 버려 전부를 얻는다면 살아볼 만할 것이다. 나는 다 버리고도 한 줌도 건지지 못한 쭉정이 인생이었다.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창문을 열면 버스정류장이 있고 콩밭이 보이고 콩밭과 의류수거함 사이에는 2.3차 하청 물류업체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하늘이 보이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데, 손톱만 길어간다. 차가운 겨울밤이 우우웅 흩어지는데, 발톱만 길어간다. 새벽이 열려 여명이 골방으로 가득차는데 수염만 길어간다. 머저리 해고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숨쉬는 일. 좌절의 시간을 곱씹는 일. 소처럼 절망을 야금야금 되새김질 하는 일.
망상속엔 셀 수 없는 강도살인과, 덤프 밑에 깔린 길고양이들과, 자일로 엮은 교수매듭과 바닷가 흰나비들과 철둑길 잠자리들이 들어 있었다. 고층 아파트 옥상 허공에 선 사내가 경계사이로 엄지발가락을 슬그머니 밀어 내고 있거나, 그 밑바닥에 물구나물 선채로 모든 인간들이 하늘로 떨어지라며 고함을 치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봄싹 올라오는 마니산 입구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두릅순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그 해, 그 시절 마니산 입구에는 두릅이 이파리를 홀딱 내놓고 싱싱한 생명을 자랑하고 있었다. 펌프질을 헤대는 심장처럼 살아있었다.